주말골퍼의 특징 중 가장 공통적인 요소는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채로 라운드를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첫 홀 첫 티샷부터 OB지역이나 헤저드 지역으로 볼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러면 그 때부터 마음이 흔들리면서 감정이 격해지고 그러다보면 자기 평균타수는 커녕 최악의 타수를 기록하기가 쉽습니다.
90대 후반과 세 자리수를 오가시는 전형적인 주말골퍼 한 분이 계셨는데 이 분의 특징은 라운드를 할 때마다 OB지역이나 헤저드 부근에서 ‘공을 몇 개 주웠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것이었습니다. “공 한 개에 얼마이고 몇 개를 주웠으니 오늘 얼마를 벌었다”라는 식의 말씀을 자주 하셨지요. 근면, 검소, 절약을 생활신조로 자수성가하신 분이다 보니 자연히 라운드 하면서도 잃어버린 볼에 대한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나 봅니다.
어쩐 일인지 이 분께서 한동안 연락이 없으시다가 다른 일로 모처럼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정황이 궁금해서 그동안 왜 보이지 않았는지를 여쭤보았지요. 이 분은 뜬금없이 대뜸 ‘’앞으로는 OB지역이건 어디건 공 넘어간 곳을 쳐다보지도 않겠다’면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얼마 전 늦여름에 가족분들과 함께 라운드를 가셨는데 그날따라 잘 맞아서 가족분들 앞에서 모처럼 90중반의 타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까지 하셨답니다. 그런데 파4인 16번째 홀에서 드라이버로 힘껏 친 볼이 그만 OB가 나셨답니다. 공을 찾으려고 OB 경계선 지역으로 가보니 약 2m 정도 경사진 곳에 여러 그루의 나무밑에 공이 수북이 있더랍니다. 그곳을 내려가서 그 공을 다 줍고 나무를 잡고 밀고 하면서 경사를 올라왔고 기쁜 마음으로 라운드를 마쳤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으로 돌아와서 부터였습니다. 이삼일 후부터 온 몸이 근질거리다가 점점 심하게 가려워져서 일주일 만에 병원을 찾았더니 ‘옻이 올랐다’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을 줍고 올라와보니 까만 나무진액이 상의에 묻어있었는데 그 때는 “이게 뭐지?” 하면서 만져보기까지 했는데 바로 그게 옻나무 액이었답니다. 처방받은 피부과약을 복용했으나 예민한 피부인데다가 늦게 병원을 찾는 바람에 그만 만성 피부알러지로 발전했답니다. 그래서 몇 달을 고생하다가 가까스로 회복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약값에 진료비, 주사비 등 꽤 많은 돈이 들었고 고생은 고생대로 했다면서 다시는 OB지역으로 간 공을 찾지 않겠노라는 선언을 하게 되신 거지요.
사실 OB지역으로 넘어간 공을 찾지 말라는 것은 ‘내가 이미 친 잘못된 샷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 위해 찾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다음 샷이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곳에 올린 ‘우리 뇌는 가장 최근의 것을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즉, OB샷을 찾으려고 OB지역을 넘나들면 뇌가 ‘잘못된 샷 모드’가 됩니다. 따라서 실수를 반복하기가 쉽지요. 또한 우리나라처럼 골프장이 산악지형에 많이 설치된 나라에서는 실족으로 인한 부상과 뱀에 물릴 위험도 간과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분의 경우를 보면서 ‘OB로 넘어간 공은 찾을 생각도 하지 말라’는 고수들의 평범한 충고가 새삼 금과옥조로 느껴졌습니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환경(경사, 낭떨어지, 뱀, 옻나무 등)으로부터 화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독자분들은 한 분도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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