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대회 일정 때문에 유일한 취미는 당구
(미야자키=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일본 골프장 근처 호텔을 전전하며 살아요. 힘든 생활이지만 상금왕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견디고 있습니다"
올 시즌 일본골프 정상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 골프의 대표주자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는 21일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열린 던롭피닉스대회를 마치고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일본 진출 3년째를 맞은 김경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 생활이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 재미있고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일본의 슈퍼스타 이시카와 료(19) 등과 상금왕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경태는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기량도 많이 성장했다"면서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상금왕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서 응원을 보내는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전하며 "내년에는 한국 대회에도 많이 나가 우승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경태와 일문일답.
--일본 생활도 벌써 3년째다. 일본어도 많이 늘었을 텐데.
▲일본인 캐디와 연습을 하고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골프장에 경기를 하면서는 불편한 것이 없다. 다만 아직 밖에 나가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다. 그래도 일본 언론들과 인터뷰는 일본어로 문제없이 하고 있다. 오래 있으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니 늘었다. 유명한 선수는 아니지만 일본 선수들과도 이야기하면서 친해진 사람도 있고, 일본어를 많이 배웠다.
--처음에 와서는 적응은 잘 됐나.
▲초반에는 경기를 하러 다니다보면 호텔이 너무 조그맣고 답답해서 적응이 안 되더라. 한국과는 달리 할 것이 많이 없어서 답답하고 심심하기도 했다. 이제는 아는 사람도 많아졌고 다른 선수들과 식사하는 시간도 많아져서 올해부터는 일본 생활이 재미있고 편해졌다.
--일본에 와서 특별히 재미있었다거나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
▲글쎄…주로 대회 다니고 연습하는 것이 일이라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는 것 같다.
--골프말고 좋아하는 것은 뭐가 있나. 취미는?
▲대회가 끝나면 코리안타운 같은 곳에 가서 한국음식을 즐겨 먹는다. 다른 한국 선수들 만나서 당구치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일본 여성팬들 사이에 인기가 굉장하더라. 여자친구는 있나.
▲아니 아직 없다(웃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은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일본에는 집이 없고 골프장 부근 호텔을 옮겨다니면서 산다. 계속 나와서 이렇게 사는게 힘들기는 하다. 평소에는 2∼3주씩 일본에 있다가 한국에 가거나 또 다른 나라에 가서 경기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13주 동안 쉬지 않고 대회에 나가다보니 솔직히 정말 컨디션도 좋지 않고 힘들었다. 그래도 상금왕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 게다가 뒤에서 좋은 선수들이 쫓아오고 있지 않나.
--상금왕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올해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리라 기대를 했나.
▲늘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사실 상금왕은 기대도 못했다. 지난해 우승을 아쉽게 놓친 적이 많아서 올해는 어떻게든 우승을 일찍 하려고 했다. 5월에 처음 우승을 하고 이후에 찬스가 많이 없었는데 일본오픈에서 우승하고 상금 1위가 되면서 차츰 안정이 됐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는데 그때는 정말 안됐다. 성적도 안났고…시드를 유지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었다. 그런데 일본이 워낙 연습 환경이 좋다보니 힘든 가운데서도 연습을 하면서 점차 감을 찾게 됐다.
--일본 골프 최고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시카와 료는 워낙 유명한 선수인데다 서로 계속 보면서 잘 알게 됐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이케다 유타도 아마추어 때부터 함께 경기를 해온 사이라 친하다. 서로 경쟁하면서 기량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올해는 골프 실력을 향상한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이번에 단독 2위를 하면서 상금 격차가 벌어져 유리한 상황이 된 것 같다. 이시카와나 이케다, 그리고 나도 모두 기회가 있다. 마지막까지 누가 우승을 한 번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셋 다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남은 대회가 4천만엔씩 걸려 있어서 방심할 수는 없다. 이번에 준우승하면서 확실히 유리해진 것 같은데 갖고 있는 자리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던롭피닉스 대회 4라운드에서 맹추격을 했다. 우승했다면 상금왕을 확실히 굳혔을 것 같은데.
▲둘째날 정말 컨디션이 안 좋았다. 3라운드때는 퍼트가 너무 안 좋았고. 다행히 마지막 날 아이언도 유지되고 퍼트도 돌아와서 따라잡을 수 있었다. 사실 3라운드까지 2위와 2타차여서 2위를 노리고 들어갔다. 15번, 16번홀에서 버디하고서 한 타 차가 됐길래 희망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17번홀이 어려운 파3이라 안전한 쪽으로 치려다가 결국 더블보기를 했다.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일본에서 상금왕을 하고나면 다음 목표는 미국인가.
▲당연히 최종적으로는 미국에 가는게 목표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고 찬스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일본에 와서 기량이 확실히 좋아졌다. 똑같은 스코어를 내도 지금이 더 나아졌다. 미국에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여기서 좋은 선수가 되면 미국에서도 더 빨리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올해 최대한 미국 대회에 많이 나가서 접해보려고 했는데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못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미국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먹는 것 등 환경문제에서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내년이나 내후년쯤에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할 생각이다. 특히 내년 시즌 초반에는 미국 대회를 나갈 수 있는 만큼 많이 나가면서 배우려고 한다.
--한국에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올해 매경오픈에 나갔을 때 우승할 찬스가 있었는데 아쉽게 놓쳤다. 생각한 것 보다 한국투어를 많이 못나갔다. 팬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는데 일본에서 잘하고 있고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올해 상금왕을 하고 여유가 생기면 내년에는 한국대회도 많이 가고 우승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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