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코리아'가 세계 골프 투어에서 한 시즌 4명의 상금왕을 동시에 배출했다. 5일 오전 최나연(23)이 미 LPGA 상금왕을 확정한 데 이어 오후엔 김경태(24)가 한국인으론 처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에 올랐다. 지난주엔 안선주(23)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 GA)투어 상금왕이 돼 열도(列島)를 통일한 것이다. 이에 앞서 10대 골퍼 노승열(19)은 지난달 아시아프로골프(APGA)투어 최연소 상금왕에 올랐었다. 아마추어가 출전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남녀 개인과 단체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美 LPGA 등극 최나연 "베어 트로피(시즌 평균타수 1위가 받는 상)도 욕심"
투어 뛰어든 지 3년 만에 눈부시게 성장… 상금왕 다투던 신지애는 12오버파로 컷 탈락
최나연이 2010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한국인이 LPGA투어 상금왕에 오른 것은 지난해 신지애(22)에 이어 두 번째다. 서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둘이 2년째 사이좋게 상금왕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미국 올랜도에서 시즌 마지막 대회 LPGA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최나연은 5일 열린 3라운드까지 공동 9위(1오버파)에 올랐다. 이번 대회 전까지 시즌 상금 1위(181만4558달러·약 20억6600만원)였던 최나연은 2위 신지애(177만9768달러)가 3라운드에서 컷 탈락하면서 타이틀을 확정했다.
상금 랭킹 3위 청야니(대만·155만6772달러)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를 받아도 최나연을 추월할 수 없다. 최나연은 "시즌 전만 해도 상금 5위 안에 들고 싶었는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 ▲ 2010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 상금왕에 오른 최나연이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미국 진출 3년 만에 정상에 선 최나연은“올해 거둔 성과에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그는 "4라운드에선 또 다른 목표인 베어 트로피를 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베어 트로피는 시즌 평균 타수 1위가 받는 상이다. 최나연은 3라운드까지 69.87타로 크리스티 커(미국·69.90타)에 앞서 있다. 한국인으론 2003년 박세리, 2004년 박지은이 이 트로피를 가져갔다.
최나연은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해 3년 만에 초고속으로 상금왕에 올랐다. 데뷔 첫해 상금 11위(109만달러)에 올랐고, 작년엔 6위(134만달러)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미국 진출 초반 그의 별명은 '새가슴'이었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던 징크스가 2009년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깨졌다. 작년과 올해 각각 2승씩, 통산 4승을 한 최나연은 '너무 일찍 성공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이지만 올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기에 좋은 결실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상금왕 경쟁을 벌이던 신지애는 3라운드에서 4타를 더 잃어 공동 64위(12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김경태, 女 안선주 이어 일본무대 '회오리'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이케다와 공동 5위… 공동7위 그친 이시카와 극적으로 밀어내
김경태는 일본투어 사상 가장 뜨거운 상금왕 레이스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김경태는 5일 일본 도쿄 요미우리골프장(파70)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인 골프 일본시리즈 JT컵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이케다 유타(일본)와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이전까지 상금 랭킹 1위였던 김경태는 상금 498만4200엔을 보태 총 1억8110만3799엔이 됐다. 이 대회 우승자 후지타 히로유키(일본·15언더파)는 1억5793만2927엔으로 2위로 뛰어올랐다.
- ▲ 김경태는 2008년 일본 투어 상금 랭킹 49위, 지난해 9위를 거쳐 올해 상금왕에 올랐다. 최저타수상(69.41타)도 차지한 김경태는“이시카와·이케다와 경쟁하면서 내 골프도 더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2년 연속 상금왕에 도전하던 이시카와 료(일본)는 공동 7위(9언더파)에 그쳐 1억5146만1479엔으로 상금 랭킹 3위로 밀려났다. 대회 직전 상금 3위로 역전을 노리던 이케다는 상금 랭킹 4위(1억4504만3030엔)가 됐다.
김경태·이시카와·이케다 3명이 벌인 경쟁에 일본 팬들은 마지막까지 열광했다. 김경태는 이시카와가 우승할 경우 공동 2위(2명까지), 이케다가 우승할 경우 단독 8위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상금왕이 되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케다와 이시카와가 분전하면서 일본 각 매체는 홀별 스코어를 속보로 전했다. 김경태·이케다·이시카와는 4라운드를 각각 6위(5언더파), 3위(7언더파), 10위(3언더파)로 출발했다.
이시카와가 마지막 날 6타를 줄였고 이케다는 6~10번 홀에서 공동 선두를 달리는 등 거세게 도전했다. 하지만 김경태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줄곧 8위 이내의 성적을 유지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관왕인 김경태는 2007년 한국 프로골프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상금왕 등 4관왕에 올라 '괴물'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8년 조건부 출전권으로 일본 무대에 진출한 김경태는 올 시즌 일본 오픈을 포함해 3승을 올리며 첫 한국인 상금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일본 남자 골프에서 외국인이 상금왕에 오른 것은 1987년 일본계 미국인인 데이비드 이시이에 이어 두 번째다.
최저 타수 1위 최나연이 받은 '베어 트로피'는… 천하무적 여자 골퍼, 그 이름이 '베어(Vare)'였다
1920~40년대 그린 휩쓴 선수 이름 따와 賞 만들어
박세리·박지은도 받아… PGA선 '바든 트로피'
동시대에 활약하며 PGA투어 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이룩한 진 사라센은 그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골퍼'라 불렀다. 1950년 창설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가장 위대한 여자 골퍼의 이름을 딴 트로피를 마련하려 했다.
그게 바로 '베어 트로피(Vare trophy)'였다. 1953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베어 트로피는 한 시즌 가장 낮은 타수(打數)를 기록한 선수에게 미 LPGA투어가 주는 것이다.
- ▲ 사진=베어 트로피를 들고 있는 최나연. /AFP 연합뉴스
미 PGA투어에는 한 시즌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두 개의 상이 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주는 바든 트로피(Vardon Trophy)와 미 PGA투어가 주는 바이런 넬슨 어워드다. 바든 트로피는 정규 대회 60라운드 이상, 바이런 넬슨 어워드는 50라운드 이상 참가한 선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상자가 다른 경우도 있다.
브리티시오픈 6승 포함, 통산 62승을 올린 영국 골퍼 해리 바든(1870~1937)과 메이저 대회 5승 포함, 64승을 기록한 미국 골퍼 바이런 넬슨(1912~2006)을 기린 상이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는 매트 쿠차(미국)가 69.61타로 이 두 상을 모두 받았다.
LPGA 상금왕에 이어 6일 베어 트로피까지 수상하며 2관왕에 오른 최나연(23)은 "가장 값진 상이고, 가장 받고 싶었던 상"이라고 말했다. 베어 트로피를 받기 위해서는 정규 대회 70라운드 이상 출전해야 한다.
최나연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LPGA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를 기록해 공동 5위에 올랐다.
최나연에게 3타를 앞서야 베어 트로피 역전 수상이 가능했던 크리스티 커(미국)는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결국 최나연은 올 시즌 69.87타를 기록해 69.95타를 기록한 크리스티 커(미국)를 0.08타 차로 제쳤다.
한국 선수가 LPGA투어 베어 트로피를 받은 것은 2003년 박세리, 2004년 박지은에 이어 세 번째다. 역대 가장 낮은 타수로 베어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은퇴한 '골프 여제(女帝)'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으로 2002년 68.70타를 기록했다.
최나연은 이날 14번 홀(파4)까지 4타를 줄이며 선두권에 1타 차로 따라붙어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15번 홀(파5)에서 스리퍼트로 한 타를 잃었고 17번 홀(파3)에서도 보기를 적어냈다. 마리아 요르트(스웨덴)가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청야니(대만)는 21위(5오버파)에 머물렀지만 올해의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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