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골프장에 `逆風`…입회금 2조원 환급대란

"전화벨 소리만 울리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 빚쟁이 같다니까요."

전라남도에서 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오너 A씨의 하소연이다. 요즘 그는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골프장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면서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설상가상 5년 전 분양할 때 회원들에게 받은 입회금(예수보증금) 반환까지 몰리면서 한순간에 빚쟁이로 전락할 판이다. 인근 한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 반환 소송에 시달리다가 은행에 긴급 융자까지 신청해 놓고 있다.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 공포에 떨고 있다. 입회금은 골프 회원권을 처음 분양받을 때 보증금 형태로 예치하는 돈이다. 부동산으로 보면 전세보증금 같은 개념이다. 골프장은 공정률이 30%일 때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을 한다. 이런 초기 분양대금을 입회보증금으로 끌어온다.

이 입회금은 통상 거치기간이 5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 회원이 원하면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골프장으로선 일종의 장기부채인 셈이다. 물론 5년이 지나도 회원권 시세가 분양가보다 높다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질 때다. 회원 처지에서는 평가 손실이 나니 환급을 요청하게 마련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이런 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건 올해부터고 내년부터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각 골프장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조640억원이었던 입회금 반환 규모는 내년엔 1조9260억원(2005년 분양 36개 골프장)까지 늘어난다. 2012년엔 47개 골프장, 3조1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입회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제주 타미우스CC(옛 로드랜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소송 중이다. 에덴밸리리조트(회원제 골프장 18홀ㆍ스키장 7면ㆍ콘도 255실)를 운영하는 신세계개발은 공사대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지역별로 가장 심각한 곳은 제주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온 입회 보증금만 3932억원이다.

이런 사태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먼저 발생했다. 2001년 골프장 거품이 한꺼번에 붕괴되면서 1750개 회원제 골프장 중 절반에 육박하는 800개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 회원권 가격도 95% 정도 폭락하기도 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회원제 골프장들은 공급과잉으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돌려줄 현금이 없으니 피해는 결국 회원들이 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식 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익수 레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