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면 골프에 藥될까 毒될까? |
최경주 "초반엔 근육뭉쳐 슬럼프…유연성 훈련ㆍ클럽교체로 1년만에 적응해 덕봤다" 김대섭 "체중 10㎏ 늘려 근육증가…샷거리 늘고 체력 좋아져…지치지 않고 성적도 향상" |
얼마 전 일본LPGA투어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안선주(23ㆍ범양건설)는 지난 동계훈련 동안 체중을 10㎏이나 뺐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든 훈련을 소화하고 하루에 먹는 양을 4분의 1로 줄인 결과는 일본 시즌 개막전 우승으로 나타났다. 안선주는 2년 전에도 강도 높은 훈련과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기대와 달리 실패작이었다. 샷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오히려 성적은 나빠졌다. 그래서 그냥 포기했고 이번에 다시 살 빼기에 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살 빼기 전쟁'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과연 모두 안선주처럼 효과를 볼까.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2주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활한 최경주(40)는 10㎏을 뺐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지난해 22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한 번밖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날씬해진(?) 몸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했다. 최경주는 "클럽과 스윙이 몸과 엇박자를 이루면서 부진했다"고 당시를 평가했다. 체중 감량 후 몸속에 지방이 없어지면서 근육이 뭉치고 통증이 와 스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동계 시즌에 유연성 훈련에 집중하고 클럽을 바꾸면서 새로운 몸이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최경주는 살 빼기 전쟁에서 승리한 효과를 이제야 맛보게 된 셈이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선수도 있다. 바로 괴력의 장타자 존 댈리(미국)다. 댈리는 지난해 말 3개월 동안 무려 50㎏ 가까이 살을 뺐다. 비만 수술의 일종인 조절형 위밴드 수술과 엄청난 다이어트로 131㎏에서 86㎏으로 확 줄였다. 하지만 결과는 가혹했다. 올해 6개 대회에 출전해 세 번 컷 탈락하고 최고 성적도 푸에르토리코오픈 24위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드라이버 샷 거리가 확 줄었다는 점이다. 그는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가 292야드로 장타 부문 13위에 머물러 있다. 이제 괴력의 장타자 존 댈리는 없는 셈이다. 존 댈리와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미녀 골퍼 중 한 명인 크리스티 커(미국)다. 한때 커는 82㎏이나 나가는 거구였다.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무려 25㎏을 빼면서 '금발의 미녀'로 다시 태어났다. 2001년 감량에 성공한 후 2002년 데뷔 첫 승에 이어 2007년엔 US여자오픈 우승도 차지했다. 체중을 줄인 선수는 이들뿐만 아니다. 신지애, 로리 매킬로이, 배상문 등 국내외를 불문하고 톱랭커들이 대부분 체중을 줄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지애는 6㎏을 뺐고 배상문은 4㎏을 줄였다. 갑작스러운 감량은 파워와 스윙 균형을 잃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스윙이 몸과 조화를 이루게 되면 거리가 줄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훨씬 부드러워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물론 체중을 늘려서 효과를 본 선수도 있다. 2008년 KEB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3년 만에 우승하며 부활한 김대섭이 이 같은 사례다. 김대섭은 프로 초년 시절 몸무게가 67㎏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77㎏이나 나간다. 특히 그는 최근 2년간 일부러 5~6㎏을 늘렸다. 김대섭은 "체중을 늘리기 전까지만 해도 하반기로 가면 3ㆍ4라운드에 무척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그는 체중을 늘리면서 드라이버 샷 거리가 10야드 정도 늘었다. 체중이 1㎏ 정도 늘어나는 데 따라 샷거리는 2야드 정도씩 늘어난 셈이다. 프로골퍼 트레이닝을 맡고 있는 선우원 요이치골프 이사는 "체중을 줄여야 할 부분과 늘려야 할 부분이 따로 있다"며 "겉모습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섭에게 체중을 늘릴 것을 권유한 선 이사는 "김대섭 선수는 살이 찐 것이 아니라 근육량이 늘어나 체중이 불어난 것"이라며 "지방을 무조건 없애면 오히려 4라운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태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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