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 미술은 피렌체나 로마의 미술과는 다르게 색채와 질감, 분위기를 강조했다.
16세기 베네치아 미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화가는 티치아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티치아노의 작품은 당대에 베네치아 화가들뿐만 아니라 앵그르와 마네에 이르기까지 후대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티치아노의 전성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커튼으로 반쯤 가려진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누워 있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곤차가 가문의 귀도발도 델라 로베레와 줄리아 다 바라노의 신혼 방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비너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은 16세기에 아주 흔한 소재 중 하나다.
원래는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의 그림으로서 귀족들이 자신들의 신혼 방이나 침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심지어 다산을 상징해 화가들에 주문을 의뢰한 것이다. 티치아노는 이 작품을 위해 르네상스 시대 처음 기대어 누운 누드를 주제로 한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의 모티브를 그대로 사용했다.
조르조네의 목가적인 작품을 티치아노는 가정적인 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여신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즉 귀족 가문의 여성 같아 보이는 것이다. 이 작품 속의 비너스는 침대에 누워 화려한 보석 팔찌를 두르고 장미꽃 다발을 손에 쥐고 있다.
커튼 뒤로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기둥이 있는 창문은 우르비노의 궁전을 묘사한 것으로 이 작품이 어디에 걸릴 것인지를 암시한다. 창문 난간에 있는 둥근 은매화 나무는 비너스가 들고 있는 장미꽃과 더불어 결혼의 영원한 애정과 헌신을 상징한다. 개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 발밑에 개를 그려 넣은 것은 부부가 서로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또 창가에서 하녀 두 명이 옷궤에서 옷을 꺼내고 있다. 결혼식 함으로서 신부의 옷이 들어 있는 옷궤에는 그 당시 보통 남녀의 누드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처럼 실내를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누드는 그리스 로마 시대 고전문학의 영향을 받아 16세기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누드화는 남성을 대상으로 표현됐다. 티치아노 베첼리오(1487년께~1576)의 이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는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과 순결과 관능의 결합이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