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는 성모자상을 많이 남겼다. 라파엘로에게 성모자의 주제는 인간적인 해석과 종교적인 해석 밑에서 표현되고 있으며 그의 심리적인 표출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은 의자 위의 성모’라는 작품에서 녹색 바탕에 화려한 수가 놓인 숄을 두르고 의자에 앉은 채 무릎 위에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은 매혹적인 젊은 어머니의 모습이다. 아기 예수를 안고 볼을 맞대고 있는 성모 마리아는 종교적 제단화에서 볼 수 있었던 엄숙함보다 인간적인 어머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 예수는 어리광 부리듯 어머니 품을 파고들고 있으며 동그랗게 뜬 눈은 세상을 향해 바라보고 있다. 옆에 있는 세례 요한은 기도하는 자세로 성모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종교적 분위기를 화면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지만 주제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중세 종교화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머리 장식에 가늘게 빛나는 금색의 원은 그녀가 평범한 어머니가 아니라 성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머리 위의 광채는 종교화의 특징인데 그것은 성모나 성인에게만 표현되는 방식이다. 보통 종교 미술은 초자연적인 존재나 사건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규율이 여러 가지 있다. 머리 위에 빛나는 원형의 광채도 그중에 하나다.
그렇지만 라파엘로는 이 작품에서 머리 위에 광채를 과장되게 그리지 않고 표시나지 않게 표현했다. 과장된 원형의 테두리는 15세기 종교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였는데 라파엘로는 부자연스러운 원형의 테두리를 종교화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있는 듯 없는 듯 표시했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성모 마리아의 의상 역시 종교화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빨간색은 성스러운 하늘의 색이며 파란색은 하늘의 진실을 상징한다. 성모 마리아의 의상은 항상 종교적 약속에 의해 그려지고 있다.
아기 예수 옆에 있는 어린아이가 성 요한인데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은 십자가가 달린 지팡이다. 종교화에서 그리스도의 도래를 예언한 세례 요한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암시하는 십자가가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어야 하는 모습으로 정해져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 산치오 라파엘로(1483~1520)는 짧은 생애 동안 선천적인 자신의 재능과 외부의 영향을 끌어들여 자신만의 독창적·이상적인 미를 창조했다. 라파엘로는 예술을 통해 인간정신을 찬미하고 인간의 위대함을 찬양했는데 그것은 르네상스가 가진 인간 중심의 세계관과 같은 맥락이다. 그것이 라파엘로의 그림이 르네상스 예술의 표본이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