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날은 봄의 길목에 있다.
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이 가장 유명하다. 이 작품은 미에 대한 찬미를 담고 있다.
보티첼리는 1482년 봄에 로마에서 돌아온 이후 10여년 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매료돼 그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봄’은 보티첼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그린 첫 번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16세기 이후 봄이라고 불렸다.
‘비너스의 탄생’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봄’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와 ‘비너스의 탄생’ 작품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같은 여성으로서 이 작품도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제작했다.
사랑의 여인 비너스가 금색으로 빛이 나는 오렌지 나무 숲 가운데 꽃으로 장식된 풀밭 위에 서 있다. 비너스의 머리 위에는 아들 큐피트가 눈을 가린 채 사랑의 화살을 쏘고 있다. 화면 뒤로 약간 물러나 있는 팔을 들어올리고 있는 비너스의 모습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곧게 서 있는 오렌지 나무는 화면 아래쪽의 서 있는 인물과 오른쪽에 구부러져 있는 월계수 나무는 님프의 자세와 닮아 있다. 인물의 자세와 동작이 나무의 형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 왼쪽에는 비너스를 따르는 삼미신이 춤을 추고 있고 그 옆에는 신들의 전령인 메르쿠리우스가 비너스 정원의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서 있다. 얇게 비치는 옷을 입고 즐겁게 춤을 추고 있는 미의 세 여신은 조화와 평온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삼미신은 비너스와 더불어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서풍의 신 청회색의 제피우스는 숲속의 연인 클로리스를 뒤쫓고 있다. 봄바람에 클로리스는 플로라로 변신해 세상의 꽃을 가져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아홉 명의 등장인물 중에 청회색의 제피우스다. 화려한 꽃을 치장하고 있는 플로라와 대조를 이루고 있는 클로리스를 제피우스는 잡고 있다. 아무 장식도 없는 옷을 입고 있는 클로리스는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 옆에 있는 플로라는 옆에 있는 상황을 모른 채 서 있다.
이 작품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봄의 정경을 그린 것으로 클로리스와 플로라는 동일한 인물이다. 이것은 보티첼리가 의도한 것으로 두 사람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클로리스의 입에 물고 있는 봄꽃이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