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비너스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많은 작품 중에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가장 유명하다. 산드로 보티첼리는 여인의 신비한 매력을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 여인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절정인 ‘비너스의 탄생’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시모네타 베스푸치라는 여인이다. 그녀는 15세기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인으로 메디치 가문의 한 사람이었던 줄리아노의 정부였다. 다방면에 재능이 많았던 그녀는 일찍 요절하고 만다.
이 작품은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1480년대 중반에 완성됐다. 16세기 초부터 ‘봄’과 함께 메디치 가문의 시골 별장을 장식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캔버스에 제작됐는데 그것은 나무에 그리는 패널화보다 제작비용이 적게 들어 주로 별장을 장식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당시 캔버스에 주문한 그림들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평온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장식하기 위해 전원적인 주제로 표현된 그림들이었다. ‘비너스의 탄생’도 이와 같은 배경을 갖고 주문제작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화면 중앙에 조개껍데기 위에 서 있다. 고대 로마 신화에 따르면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탄생했는데 이 물거품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행한 잔인한 행위에 대한 복수로 아들 크노소스가 잘라 바다에 버린 우라노스의 생식기 주위에서 만들어졌다.
이 작품 속의 비너스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흰 피부로 인해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을 준다. 또 보티첼리는 고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비너스의 자세를 정숙하게 표현했다. 그는 검은색 선으로 인물의 윤곽선을 뚜렷하게 표현해 인물의 명료함을 강조했으며 비너스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고대 전설을 인용했다. 고대 전설에 의하면 장미꽃은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의 탄생을 보여주는 것이 조개껍데기와 화면에 떠 다니는 장미꽃이다.
하지만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찬가에 감명을 받은 보티첼리가 이 작품에서 여신의 탄생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탄생 후에 키티라 섬에 도착한 여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화면 왼쪽에는 미풍 아우라에게 단단히 끌어안긴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날아오고 있다. 두 사람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해변으로 불어 보내려 한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해변에서 비너스를 맞으며 그녀를 위해 옷을 펼쳐 들고 있다.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 준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