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중에서 신비스러운 미소를 띤 초상화는 ‘모나리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성 안나와 성모자’ 작품 속 두 여인의 미소가 ‘모나리자’의 미소와 닮아 두 작품이 비교되고 있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후기 화풍을 잘 보여 준다. 그는 밀라노에서 두 번째 체류하는 동안 밑그림을 시작해 프랑스에서 완성했으며 이 작품도 ‘모나리자’와 마찬가지로 채색을 통해 모델의 윤곽을 표현했다.
‘성 안나와 성모자’라는 주제는 지극히 기독교적이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는 여러 화가가 즐겨 그렸던 소재 중 하나여서 많은 작품이 남아 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 성 안나가 함께 그려진 작품은 거의 없다.
성 안나에 대한 신앙은 성모 신앙에서 파생된 것이다. 보통 사람이었다가 신의 선택을 받아 신의 아들의 어머니가 된 마리아는 그때부터 예배의 대상이 되고 마리아의 어머니 안나도 평범한 사람과 다른 존재가 된다.
중세에 성모자상은 예배의 대상으로, 마리아는 신의 어머니로 표현돼 왔다. 인간적인 것에 중점을 둔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성모자상도 변화를 겪는다. 예배의 대상자 신의 어머니가 아닌 보통의 어머니와 아들로서 인간적인 측면이 강조되기에 이른다. 그래서 르네상스 이후 성모상은 인간적 측면을 강조한 작품이 많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성 안나와 성모자’ 작품도 인간적인 정신을 담고 있으면서도 기독교적 정신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다.
어린 양을 올라타고 있는 아기 예수의 행동은 십자가 위에 수난을 상징하는 의미이며 성모 마리아의 빨강과 파란 색 옷은 애정과 진실을 상징하는 데 이것은 중세 이후 교의상의 약속이었다.
이 작품에서 비극적인 아기의 운명을 구하고자 성모 마리아는 손을 뻗어 아기를 안으려고 한다. 십자가의 비극을 알고 있었기에 마리아의 미소는 슬픔에 가깝다.
‘성 안나와 성모자’ 작품은 가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지만 분명 교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1470년대 말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젊은 예술가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회화는 모든 과학의 총체로 세상을 알게 하고 세상을 창조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신념을 갖고 광범위하게 활동을 했으며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완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회화는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추구된 새로운 기법, 원근법과 명암법 등을 집대성한 데에 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