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에로스는 개구쟁이로 눈을 가린 채 마구잡이로 신이나 사람들에게 황금 화살을 쏘아 사랑에 빠뜨리는 일을 한다.
에로스(큐피트)는 사랑의 신 비너스와 마르스 신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르네상스 미술에서 비너스와 함께 많은 작품에 등장한다. 비너스와 에로스는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등 사랑이 등장하는 작품의 단골 소재다.
브론치노의 ‘비너스와 에로스의 우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와 에로스 모자의 다정한 모습을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화가면서 시인이었던 그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왼손에 사과 한 알을, 오른손에는 아들의 머리 위로 화살 하나를 잡고 있다. 화면 중앙에 있는 우윳빛 살결의 비너스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상적인 미인상이다.
그녀가 잡고 있는 사과는 비너스를 상징하고 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트로이의 목동이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라고 새겨져 있는 사과를 비너스에게 선물했다. 이렇듯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고유의 상징물을 갖고 있어 각자의 정해진 개념을 상징한다.
비너스가 들고 있는 에로스의 화살의 의미는 정열의 헛됨을 암시하고 있으며 웃으면서 비너스에게 장미 꽃잎을 뿌리고 있는 소년은 사랑의 행복했던 순간과 어리석은 순간을 상징한다. 소년이 뿌리고 있는 장미꽃 역시 비너스를 상징하며 장미의 가시가 르네상스 시대에는 사랑의 고통을 암시한다.
소년 옆으로 얼굴이 보이는 소녀는 얼굴이 아름답지만 몸의 아랫부분은 물고기 비늘로 덮여 있고 한 손에는 꿀이 가득 찬 벌집이 다른 한 손에는 작은 동물이 들려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왼손과 오른손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것은 행복의 또 다른 얼굴 기만을 상징한다.
소년의 머리 위에 모래시계를 짊어지고 있는 수염 난 남자는 크로노스로서 시간을 상징한다. 이 작품에서 수염 난 남자는 젊은 사랑의 가장 큰 적인 늙음을 암시하고 있다. 비너스의 발밑에 보이는 가면은 사랑의 속임수를 뜻하며 에로스 발밑에 있는 비둘기는 비너스의 사랑을 상징하고 있는 상징물이다.
이 작품에서 즐거움과 유희를 상징하는 장미꽃 뿌리는 소년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인물이 화면 왼쪽 에로스 옆에 얼굴을 감싸 안고 있는 여인이다. 그녀는 절망 혹은 질투를 상징한다. 그 위에 있는 여인은 어리석음이다. 진실의 상징인 그녀는 커튼을 드리워 크로노스로부터 이 순간을 숨겨주고 있다.
아그놀로 브론치노(1503~1572)의 이 작품은 프랑스 국왕이었던 프랑수아 1세에게 바치는 선물로 제작된 작품이다. 그는 메디치 가의 초상화가로서 궁정의 분위기를 포착하고 표현한 화가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