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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5 新중년] [2] 청바지 입고 영화관 가는 그들… 카카오톡 사용자 1년새 두배로

惟石정순삼 2014. 2. 4. 18:40

[젊게 사는 6075,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올라]

젊은층 취향 캐주얼 의류 구매하는 60대, 5년새 30% 늘어
양복에 어깨패드 안 넣어… "열 살 젊게 옷 만들어야 팔린다"
영화 업계 "1000만 관객 넘기느냐는 新중년 고객에 달려"

예전 6075들보다 체력과 지력(知力), 사회적 관계에서 '더 건강하고, 똑똑해진' 신중년들은 삶 또한 젊음을 지향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고 심야 영화관을 자주 찾는다. 워낙 젊어진 취향 때문에 패션 업계에서는 "신중년을 잡으려면 10년 젊게 옷을 만들어라"는 불문율이 생길 정도다. 유통업체들은 구매력이 한층 커진 '파워 신중년'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

'6075 카톡族' 급증

지난달 28일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 휴게실. 송송자(69)씨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카카오톡 친구' 명단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숫자를 세어보니 79명에 달했다. 송씨는 이들을 '전 직장 동료' '복지관 친구' '가족' 등 10개의 그룹으로 묶어서 관리하고 있었다. 송씨는 "친구들에게 바다·산의 풍경 영상과 시를 함께 메시지로 보내주고, 유익한 기사를 보면 인터넷 주소를 서로 공유한다"고 했다. 카카오톡에 가입한 60대 이상 신중년은 작년 10만여명에서 올해 최소 2배 이상 늘어난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 6일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시니어 수상(水上) 패션쇼’에서 신중년 모델들이 무대를 걷고 있다. 이날 패션쇼의 주제는 ‘언제나 청춘’이었다
지난 7월 6일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시니어 수상(水上) 패션쇼’에서 신중년 모델들이 무대를 걷고 있다. 이날 패션쇼의 주제는 ‘언제나 청춘’이었다. /윤동진 인턴기자(고려대 한국사학과 4년)
신중년들은 스마트폰 업계에서 이미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미 스마트폰을 보유해 교체 수요밖에 없는 젊은층에 비해 신중년층은 신규 유치 가능성이 큰 알짜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신중년층은 한번 가입한 통신사는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특성도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조사에 따르면 60대의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2011년 4.6%에서 2012년 35.9%로 급증했고 비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SKT, KT 등 이동통신 업체들은 앞다퉈 6075 전용 멤버십 카드 등 신중년 특화 서비스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청년층과 구분되는 신중년들의 니즈(needs·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꽃중년은 '양복 어깨패드' 안 넣어"

요즘 패션업계에선 '중년을 잡으려면 열 살 젊게 옷을 만들라'는 말이 유행이다. '중년 의류'로 만들어서는 인기가 없고, 좀 더 젊게 만들어야 팔린다는 뜻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올해 '지오다노' '폴햄' 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이지캐주얼' 종류의 의류를 구매한 60대 이상 고객의 매출이 5년 전에 비해 30% 뛰었다. 60대 이상이 구매한 청바지 매출도 같은 기간 20% 올랐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자라' 등 젊은 여성을 위한 의류(SPA 브랜드)에서 60대 이상 고객 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60대 이상 스마트폰 보유율 그래프
업계에선 신중년들이 이전 세대보다 색깔과 '핏(fit·모양새)'을 한층 중시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이에 맞춰서 디자인을 교체하고 있다. 제일모직 '빨질레리'의 이지영 책임디자이너는 "요즘 신중년 남성들은 네이비(남색 계열) 색상은 진부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회색을 가미한) '그레이시 블루' 제품도 추가로 내고 있다"며 "요즘 '꽃할배'들은 양복에 '어깨 패드'도 넣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삼성패션연구소 노영주 연구원은 "신중년들은 자녀와 가족을 위해서 쓰던 돈을 패션, 미용에 쓰기 시작하는 첫 세대"라며 "이들은 늙는 것을 거부하고 캠핑 등 역동적인 레저활동을 즐기면서 의상도 그에 맞는 감각을 추구한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조사에서 신중년들은 유기농산물(52%), 고급 화장품(50%), 골프용품(31%), 대형 가전(28%), 고급 아동 의류(24%) 등에서 구매율이 높았다.

영화·공연시장에서도 '큰손'

신중년들은 문화 업계에서도 큰손이 됐다. 영화 업계에선 '1000만 관객을 넘기느냐는 신중년 고객에게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 1월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은 신중년의 티켓 파워를 새삼 확인시켜줬다.

60대 이상 고객들이 30~40대 아들, 딸들과 함께 영화관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관객 수 129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제작사 ㈜화인웍스의 김민국 이사는 "시사회 등을 통해 관객 연령대를 모니터링한 결과 20% 정도가 60대 이상으로 추산됐다"며 "1960년대를 전후한 한국영화 전성기를 경험한 신중년들은 영화 매체에 익숙하고 젊은이들의 유머와 감동 코드도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