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부터 평균 22년 함께해야
"자식 부양 안받고 증여도 안해" 둘만 사는 老부부 30년새 16배
지난 2013년 9월과 11월에 걸쳐 연재한 '신(新)중년 6075' 1·2부에 이어 3부를 시작합니다. 1·2부는 우리 사회의 60~75세 연령대가 신체적 능력과 지적 역량으로 보면 과거의 중년만큼 경쟁력을 가졌다는 점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3부는 신중년 세대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하고, 신중년 세대들에게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건설회사에 다니다 58세에 은퇴한 김승리(71)씨는 아내 박선숙(67)씨와 함께 매주 월·수·금요일 3차례씩 자전거를 탄다. 보통 때는 왕복 40~60㎞ 구간을 왕복하고 맘을 먹으면 120㎞ 구간도 하루에 소화한다. 김씨는 은퇴할 즈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7년 전부터 '부부 라이딩'을 하고 있다. 이 자전거 동호회는 약 10년 전만 해도 안전을 이유로 60세가 넘는 회원은 받지 않았다. 지금은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회원 약 20명 중 8명이 김씨 부부처럼 60~75세 사이의 부부다.
한국 사회에 거대한 신(新)부부 집단이 출현하고 있다. 건강하고 정신·경제적으로 독립적이며 자녀를 제외한 부부 둘만의 시간을 만끽하면서 성(性)적으로도 활발한 '신(新)중년 부부'가 사회의 새 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난 수명, 고령층의 체력·체질 개선, 가치관의 변화 등이 겹친 결과다. 우리 사회 한편에선 노년층의 빈곤과 소외라는 그늘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과거의 중년 못지않은 활동력을 지닌 '신중년층'이 대거 등장해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통계청과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0~75세 중 부부 둘만이 함께 사는 비율은 1985년 17%에서 2011년 48%로 늘었다. 1985년엔 부부가 사는 60~75세가 약 19만명뿐이었지만 2011년 이 인구는 13배가 넘는 260만명으로 급증했고, 인구 증가세를 감안하면 올해 신중년 부부는 31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신중년 부부는 세상을 뜰 때까지 과거의 부부들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은퇴 시기는 당겨지는 반편 기대여명(특정 시점에서 앞으로 더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60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985년 평균 14년에서 올해 22년으로 늘었다. 60세부터 부부 둘이서만 지내야 한다면 22년을 함께 지내야 한다.
1985년대 55세였던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로 당겨졌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은퇴 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29년, 25만4000시간에 달한다.
신중년 부부는 가치관 측면에서도 과거 노년 세대와 확연히 달라졌다. 신중년 부부 중엔 자녀로부터 도움을 받을 생각도 없고, 재산을 물려줄 의무를 느끼지 못하는 '독립형 부부'가 많다. 또 신중년 부부는 성(性)생활이 과거 노년 세대보다 훨씬 활발하고 이혼·사별 등을 겪어 혼자가 되면 '독수공방'보다는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본지가 결혼정보회사 '선우'와 함께 한 설문에 따르면 '사별·이혼 후 다른 이성과 사귀는 것에 찬성한다'는 60~75세가 49%에 달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노년 부부의 경우 주로 자녀 의존형 인생을 살았는데, 요즘 60~70대는 부부끼리만 생활하는 형태가 절반에 달하고 이들 중 상당수는 자녀 눈치 보지 않고 독립성·활동성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21세기 한국 사회의 가장 새로운 집단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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