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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5 新중년] [제3부-1] "일과 자식에 빼앗긴 삶 되찾자"… 여행 다니고 봉사하며 '제2 新婚'

惟石정순삼 2014. 2. 4. 18:53

[제3부] [1] 우리 人生을 찾아

60~75세 夫婦 중 절반이 자식 내보내고 둘이 살아
모은 돈, 자식 눈치 안보고 부부의 즐거움 위해 사용

권영국(73)·윤이남(68)씨 부부는 '닭살 커플'로 통한다. 함께 걸을 때 늘 손을 잡고 다니고, 카페나 밥집에 갔을 땐 꼭 나란히 앉는다. 남편 권씨는 관광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60대 초반에 은퇴했고, 아내 윤씨는 1967년 권씨와 결혼한 이후 세 자녀를 기르며 전업 주부로 살았다. 이들은 자녀가 결혼하고 난 후 둘만 살게 되고서야 본격적인 부부끼리의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15년째다.

이들은 매주 서너 번 정도 저녁 외식을 하고, 생일·기념일엔 깜짝 선물로 서로를 놀라게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국내 여행을, 1년에 두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한다. 2007년 충무아트홀에서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모집한 극단 '뮤지컬 실버파워'에 뮤지컬을 배워보겠노라고 입단해 뮤지컬 가수로 일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활발하다. 남편 권씨의 은퇴와 자녀의 분가 후 '두 번째 신혼'을 즐기는 셈이다.


	“우리끼리 재미있게 살지요.” 서울 역삼동 시니어플라자에 모인 신중년 부부 3쌍이 손가락과 팔로 사랑의 상징인 하트 모양을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예전의 60~70대 부부와 달리 신중년 부부들은 자신들의 삶을 즐기며 여생을 알차게 보내길 원한다.
“우리끼리 재미있게 살지요.” 서울 역삼동 시니어플라자에 모인 신중년 부부 3쌍이 손가락과 팔로 사랑의 상징인 하트 모양을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예전의 60~70대 부부와 달리 신중년 부부들은 자신들의 삶을 즐기며 여생을 알차게 보내길 원한다. /김지호 기자
"제가 경상도 출신입니다. 중매로 만나 밥 딱 두 번 먹고 결혼했지요. 아이들 자랄 땐 내가 직장 생활이 바빠 집에 가면 '아는(애는)?' '밥도(밥줘)' '자자' 세 마디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은퇴를 하고 아이들 출가시키고 나니 그제야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생기더라 이겁니다. 평생 처음 연애하는 기분이 들더라니까요, 하하."(남편 권씨)

"아이들 기를 땐 남편과 뭘 함께한다는 생각조차 못 했어요. 요즘은 같이 악기 배우고, 봉사 활동하고, 여행도 다녀요. 그동안 모아둔 돈과 연금 그리고 뮤지컬 출연료 등을 거의 우리 부부를 위해 써요. 자식들에게 재산 물려줄 생각은 별로 없고, 대신 용돈도 안 받아요."(아내 윤씨)

권영국·윤이남씨 부부는 가족 형태가 변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결과로 부부 두 사람이 30년 가까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6075(60~75세) 세대 중 한 부부이다. 자식에게 의존했던 과거 '실버 부부'와 달리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금전적으로 독립적이며 자식 눈치를 보기보다는 부부의 즐거움을 먼저 챙긴다. 지금 한국엔 두 사람처럼 부부 둘이서만 사는 6075세대의 수가 300만명에 달한다. 21세기에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사회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신(新)중년 부부들'이다.

◇'부부끼리' 최대 집단 1980년대 20대→2010년대 60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녀가 분가할 때 집 한 채씩 사준 다음 자녀 집에 살면서 용돈을 받아 쓰는 모습이 '노(老)부부'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년 전인 1985년 60~75세의 2명 중 1명(47%)이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고 부부만 사는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30년 사이 신중년의 가족 형태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조사 결과 신중년 부부의 절반(48%)이 부부끼리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 함께 산다는 비율은 27%로 줄었다.

예전의 실버부부와 21세기 신중년 부부 비교 표
그래픽=김성규 기자

과거에 '부부 둘만의 생활'은 신혼부부의 몫으로 여겨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로 1985년엔 부부끼리 사는 이들 셋 중 하나(30%)가 갓 결혼한 20대였다. 그런데 신중년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런 사회상은 뒤집혔다. 통계청 인구·주택 조사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조사 결과를 보면 '오직 부부'끼리만 산다는 사람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집단은 60대(27%)였다. 부부끼리 산다는 이들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 30대는 12%에 그쳤다.

◇신중년 10명 중 7명 한 달에 한 번 이상 '성(性)관계'

과거의 60~70대보다 '몸'이 젊은 신중년 부부들은 성(性)적으로도 활발하다. 결혼 생활을 적어도 30년 이상 한 60~75세 사이의 한국 신중년 부부 10명 중 7명(69.3%)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성생활을 하고, 한 달 평균 성생활 횟수는 1.5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결혼 정보 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의뢰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서울의 신중년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4회 이상 잠자리를 한다는 신중년도 12.7%에 달했다. 응답자 중 한 달 7회 잠자리를 한다는 경우도 있었다. 2000년 한양대학교 간호학과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했을 땐 한 달에 한 번 이상 성생활을 한다는 비율이 19%에 불과했다. 이웅진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세대인 신중년은 과거보다 체력과 건강 수준이 높아지고,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 등 의학의 발달까지 더해져 성적(性的)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그 결과 신중년의 결혼 생활이 과거의 중년층만큼 역동적이고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075 新중년 | 제3부] (2) "자식·돈보다 짝 있어야 행복" 당당해진 '두번째 프러포즈'

60대 이상 재혼 건수, 20년 전보다 3.5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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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중반인 김모(남)씨와 고모(여)씨는 3년 전부터 '깊이' 사귀는 사이다. 김씨는 이혼남이고 고씨는 남편과 사별한 상태다. 두 사람은 한 주에 서너 번씩 만나 데이트를 하고, 못 만나는 날엔 아침·저녁으로 전화통을 붙들고 수다를 떤다. 두 사람은 조만간 혼인신고라도 할 생각이다. 김씨는 "자식도 좋고, 돈도 좋지만 고 여사가 있어야 남은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홀로된 후 여생을 홀로 지내기를 당연하게 여겼던 과거의 고령자와 달리, 몸과 정신이 강해진 신(新)중년(60~75세)들은 점점 적극적으로 '제2의 동반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혼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집단은 60대 이상의 신중년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홀로됐을 경우 재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6%, 30대 14%, 40대 15%, 50대 18% 등 모두 20% 선 아래였다. 반면 60세 이상은 4명 중 1명(23%)이 재혼에 긍정적 표를 던졌다. 다른 사회적·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계층이 '재혼'에 대해서는 유독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본지가 결혼 정보 회사 '선우'와 함께 한 설문에서도 신중년 300명 중 절반가량(45%)이 '사별·이혼 후 다른 이성을 애인으로 사귀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60대 이후의 재혼에 대해서도 40%가 '찬성'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 생활을 30~40년씩 한 신중년층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인생에서 배우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배우자가 없을 경우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재혼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애·재혼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개방적인 사고를 갖게 된 신중년은 ‘짝’을 찾기 위해 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복지관의 저렴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나서 편하게 교제를 시작한다.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톡 등 휴대폰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 밀어(蜜語)를 주고받는다. 본지가 만난 신중년 커플들은 1만원짜리 한 장으로 즐기는 ‘국수 미팅’, 제주도 여행, 함께 아르바이트하기 등 젊은이 못지않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멋을 내는 신중년이 늘자 관련 산업도 빠르게 팽창 중이다.

 



실제 재혼에 나서는 신중년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2013년 60~74세 재혼 건수는 6571건으로 20년 전(1851건)의 3.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재혼자에서 신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서 6.3%로 갑절 이상이 됐다. 과거에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 눌려 재혼을 꺼렸던 여성들의 변화는 더 선명하게 보인다. 신중년 여성의 재혼은 2013년 2079명으로 20년 전의 5.4배 수준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