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까지 걸어… 하스, 물에서 1000만달러 건져올리다
올 첫승이 페덱스컵 우승
공 두개 깊이까지 빠졌을때 PGA선수들 직접 치는걸 선호
물에 반쯤 잠긴 공을 스핀까지 걸어 홀 90cm 옆에 붙인 환상적인 워터 해저드샷 한 방이 올해 1승도 올리지 못했던 미국 골퍼 빌 하스(29)에게 1144만달러(약 137억원)와 페덱스컵 챔피언의 영예를 안겨줬다.
올해 작고한 스페인의 전설적 골퍼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남이 치지 않는 모든 곳에서 샷을 한 골퍼"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트러블 샷의 달인이었다. 그는 "원리만 알면 물에 잠긴 공도 얼마든지 쳐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비옷을 입고 쳐야 젖지 않는다"는 조크를 남기기도 했다. 하스는 비옷으로 갈아입지 않아 옷이 약간 젖었지만 극적인 순간에 바예스테로스도 놀랄 만한 샷을 선보이며 PGA 투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 ▲ 빌 하스가 2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연장 두 번째 홀(17번 홀)에서 워터 해저드의 연못에 반쯤 잠긴 공을 쳐내고 있다〈위 사진〉. 물에 잠긴 공을 치는 요령은 벙커샷과 같은 원리다. 백스윙을 가파르게 하고, 공 뒤의 물을 향해 스윙해 물과 바닥의 모래와 흙이 튕겨나가는 힘을 활용해 공을 쳐낸다. 공을 직접 맞히면 거리를 조절하기 힘들고, 공에서 너무 떨어진 곳을 치면 공을 빼내기 어렵다〈아래 작은 사진들〉. /로이터 뉴시스·TV 화면 캡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열린 2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골프장(파70).
빌 하스와 헌터 메이헌(29·미국)은 최종 합계 8언더파 272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둘은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 홀(파3·235야드)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7번 홀(파4·470야드)에서 벌어진 연장 두 번째 승부에서 하스는 두 번째 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트리며 지옥으로 추락하는 듯했다. 메이헌이 두 번째 샷을 홀에서 8m 떨어진 그린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하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벌타를 받고 해저드를 빠져나와도 4타째가 돼 파 세이브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하스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라는 심정으로 물에 잠긴 공을 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공은 그린 왼쪽 연못 가장자리에 떨어져 반쯤 물에 잠겨 있었다. 해저드 내에서는 공을 치기 전 클럽을 지면이나 수면에 대면 2벌타를 받게 된다. 오른발은 물속에 담그고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하스는 샌드웨지를 잡고 벙커샷을 하듯 물을 향해 스윙을 했다.
물을 튀기며 친 '폭파(explosion) 샷'으로 홀을 향해 날아간 공은 스핀까지 걸리며 홀 90cm에 딱 멈춰 섰다. 갤러리의 환호성이 터졌고, 미소 짓던 메이헌의 표정은 바뀌었다. 둘은 나란히 파를 기록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세 번째 승부에서 메이헌은 티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린 뒤 결국 보기로 무너졌고, 하스는 1.2m 파 퍼트를 홀 속으로 떨어뜨려 승리를 확정했다.
이 승리로 하스는 투어챔피언십 상금 144만달러와 페덱스컵 최종 승자에게 주는 보너스 1000만달러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 ▲ 빌 하스가 대회 우승 트로피와 페덱스컵 우승 트로피를 양손에 들고 있다. 하스는“시상식장에 트로피는 2개인데 수상자는 나 혼자뿐인 것을 본 뒤에야 내가 페덱스컵 챔피언이 됐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AP 연합뉴스
바예스테로스는 현역 시절 골프다이제스트에 '워터 해저드에서 샷하는 법'을 기고한 적이 있다. ①클럽 페이스를 오픈하고 ②백스윙을 가파르게 한 뒤 ③공 뒤의 물을 향해 스윙한다. 모래 대신 물을 먼저 친다는 점이 다를 뿐 원리는 벙커샷과 거의 같다.
바예스테로스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재현한 하스는 "행운이었던 것은 공이 놓인 바닥이 모래여서 벙커샷을 하듯 클럽을 자신 있게 휘두를 수 있었다"고 했다.
PGA 투어 선수들은 워터 해저드에서도 공이 두 개 깊이까지 빠졌을 때는 직접 치는 걸 선호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SBS골프 해설위원인 고덕호 프로는 "모래 대신 물을 폭파시킨다는 점이 다를 뿐 벙커샷을 하는 것과 스윙 원리가 같다"며 "다만 공이 놓인 곳에 돌이 있거나 확인할 수 없는 물체가 있을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공이 완전히 물에 잠겼을 땐 착시현상 때문에 공이 실제 빠진 깊이보다 가깝게 보여 큰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
2007년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우디 오스틴(47·미국)은 양말을 벗고 워터 해저드에 들어가 멋지게 공을 쳐낸 뒤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물에 빠지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2011 PGA 투어 챔피언십 빌 하스 - 연장 우승
2011 PGA 투어 챔피언십 FR 연장 빌 하스 세번째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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