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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급해 하늘로 먼저 갔나" 43세 클라크, 아내에게 바친 우승

惟石정순삼 2011. 7. 19. 11:29

 

브리티시오픈 19전 20기 "여기까지 오는데 참 오래 걸려"

18일(한국 시각)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장(파70·7211야드)에서 끝난 제140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린 주인공은 43세의 북아일랜드 골퍼 대런 클라크였다. 연일 비바람이 몰아친 대회장에서 시종일관 침착하게 경기를 해나간 클라크는 마지막까지 추격전을 편 필 미켈슨과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을 3타 차로 제치고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그레임 맥도웰, 올해 US오픈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에 이어 또 한 명의 북아일랜드 출신 메이저 챔피언이다. 술과 시가를 즐기기로 소문난 그는 "오늘밤 클라레 저그에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를 듬뿍 담아 취할 때까지 마시겠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마흔세 살 먹은 영원한 낙제생', '즐겁게 골프 치는 보통 사람'으로 소개했던 그는 사실 북아일랜드의 '국민 골퍼'다. 1993년부터 유럽투어 통산 14승을 거두며 북아일랜드 골프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사람들이 클라크를 아끼는 가장 큰 이유는 2006년 라이더컵에 출전해 우승한 뒤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이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클라크는 부인 헤더를 유방암으로 잃은 지 6주 만에 이 대회에 나섰다. 라이더컵 우승은 헤더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왼쪽 사진)스무 번째 브리티시오픈 출전에서 마침내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받아든 북아일랜드의 골퍼 대런 클라크. /로이터 뉴시스

클라크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등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2001년 부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부인 곁을 지키기 위해 여러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우승 행진은 멈춰섰다. 2006년 라이더컵 대회에 골퍼들이 부인과 함께 참가했지만 클라크는 홀로 눈물을 삼켰다.

그때 클라크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미켈슨의 부인 에이미였다. 대회 개막식과 폐막식 때 선수들이 부부 동반으로 행진하는 순서에서 에이미는 미켈슨과 클라크 사이에서 두 남자의 손을 잡고 걸었다. 훗날 클라크는 "그날 미켈슨과 에이미에게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고마웠다"고 했다.

그로부터 3년 뒤 공교롭게도 미켈슨과 에이미에게 똑같은 시련이 닥쳤다.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소식을 듣고 미켈슨 부부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클라크였다. 미켈슨은 "클라크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어떤 치료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했는지 수시로 이야기해줬다"고 했다.

미켈슨은 이날 자신의 첫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별로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클라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나이다. 그가 우승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투병 중인 에이미도 트로피 수여식장에 찾아와 클라크의 새 약혼녀를 끌어안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담담해 보이려 애쓰던 클라크도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아내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나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그렇지만 나보다는 두 아들 타이론(13)과 코너(10)를 더 많이 자랑스러워하겠지요. 아내는 두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을 거예요."

클라크는 "여기까지 오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