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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민영화된 공기업 CEO 말년은 괴로워?

惟石정순삼 2010. 8. 28. 16:39

지난달 사퇴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59)에게 금융감독원이 19일 문책경고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이 작년 9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57)에게 우리은행장 시절의 해외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직무정지 상당)를 내린 지 11개월 만이다.

          이구택 前포스코 회장 / 강정원 前국민은행장 / 남중수 前KT 사장

KB그룹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된 뒤 일을 맡았던 최고 경영자(CEO) 3명이 모두 말년이나 퇴임 이후 징계를 받는 불운을 겪게 됐다. 강정원 전 행장, 황영기 전 회장뿐 아니라 초대 통합 은행장이었던 김정태 전 행장도 2004년 10월 임기를 마치기 두 달 전 문책 경고를 받았다.

'민영화된 공기업 CEO의 말년은 괴롭다'는 속설이 또 증명됐다. '민영화된 공기업'이라는 말은 사실 어색하다. 민영화됐으면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압도적인 최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다. KB금융, 포스코, KT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업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세 기업의 전임 CEO는 예외 없이 말년이나 퇴임 직후 수난을 겪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기적으로 보면 정권이 바뀐 전후에 CEO 선임 과정이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일단 수난을 당한 CEO 중에는 정부 정책에 대해 각(角)을 세웠던 사람이 많다.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시절 정부의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그 책임을 놓고 정부와 공방을 벌였다. 김정태 전 행장은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카드사를 지원하라는 요구에 대해 '토'를 계속 달았다.

시간적으로 보면 징계 전후에 인사(人事)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2008년 12월 다른 모 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파생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한 달 뒤인 2009년 1월 임기를 1년 남겨 놓았던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회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며칠 뒤 검찰은 수사를 종결했다.

강정원 전 행장은 작년 9월 국민은행장에 이어 KB금융 지주 회장이 되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다른 후보들은 중도에 사퇴를 했는데, 그는 혼자서 면접에 참여했다. 그해 12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금감원으로부터 유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직원 한 명은 자살까지 했다.

남중수KT 사장은 2007년 12월 새로운 정권이 결정되기 직전에 차기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그렇게 거의 1년을 지낸 2008년 11월 뒤 남 사장은 KTF 조영주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의 대가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결국 대법원에서도 유죄를 받았다. 구속되기 직전 국정감사에서 정치적인 음모설이 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제기됐다.

아예 공기업은 이런 일이 별로 없다. 정부가 책임을 지는 기업이므로, 직접 지시하고 따르면 그걸로 끝이다. 반면, 소위 민영화된 공기업은 정부가 문서로 지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끈을 놓고 있지도 않다. 전 정권에서 공기업 감사를 했던 한 인사는 "민영화된 공기업의 CEO 자신들도 '나가야 할 때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여기서 '한 번만 더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고 말했다.

세 번째 공통점은 무엇일까. 현재 세 기업의 CEO는 모두 권력 핵심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