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18홀 플레이… 트러블 상황에 빠지면 안전한 플레이로 다음 기회를 노려야
모처럼 귀국해 달콤한 휴식에 빠져 있는 김인경(21·하나금융그룹)과 점심을 함께했다. 7월부터 숨 가쁘게 이어졌던 US여자오픈과 에비앙마스터스, 브리티시여자 오픈의 아쉬웠던 순간들을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복기(複棋)'하는 그녀는 자주 명랑 소녀처럼 깔깔댔다. 하지만 미 LPGA투어 상금순위 3위인 '프로'가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는 논리는 단숨에 수십 수를 읽어내는 바둑 고수처럼 냉정하고 단단하게만 느껴졌다.
주말 골퍼에게 가장 아쉬운 순간은 어떤 때일까. OB(아웃오브바운즈)도 나지 않았는데, 트리플 보기나 속칭 '양(兩)파'를 적어내며 무너졌을 때가 아닐까. 어려운 트러블 샷을 하면서도 무모한 욕심으로 더 큰 화를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정말 '아마추어같이' 말이다. 김인경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때는 장애물이 있는 위치에서 어떤 샷을 선택하는지에 있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티샷 떨어진 위치에서 목표 수정
"프로 선수도 티샷을 페어웨이의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보낼 확률은 절반 정도입니다. 공이 떨어진 위치에 따라 적극적으로 버디를 노릴 것인지, 안전하게 파를 지킬 것인지 결정합니다. 티샷 실수로 나무 옆이나 바위 옆에 공이 떨어져 홀을 직접 노릴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게 일어납니다. 이처럼 장애물을 만났을 때 다양한 샷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프로가 오히려 안전 위주로 플레이를 하는 반면, 주말 골퍼가 공격적일 때가 잦습니다. 예를 들어 확률 50%의 모험을 하면 홀에서 50야드 떨어진 지점에 공을 보낼 수 있고, 확률 90%의 플레이를 하면 홀 100야드 지점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죠. 여기서 프로라면 대개 확률 90%의 안전을 선택합니다. 100야드 샷과 50야드 샷이 만들어내는 차이보다 자칫 모험을 하다 치를 수 있는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선 100야드 샷이 더 정확한 경우도 많고요. 어차피 트러블 상황에 빠졌다는 것은 실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수를 그 자리에서 만회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일단 실수를 인정하고, 안전하게 플레이하며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 ▲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나무 뒤에 공이 떨어졌습니다. 홀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멀리 치려는 욕심은 더 큰 실수를 자초합니다. 20~30야드 정도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보내서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리겠다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이번 홀은 보기만 기록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파를 세이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JNA제공
■18홀은 긴 여정
"골프는 한 라운드 18홀 플레이입니다. 한 홀, 한 샷에 모든 게 걸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욕심을 부린다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LPGA투어에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로 꼽히지만, 파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깨끗하게 보기를 목표로 안전하게 플레이합니다. 이번 홀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꼭 찾아온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트러블 샷에서 대부분의 실수는 숙련도가 떨어지는 샷을 시도했을 때 생깁니다. 장애물을 피한다고 드로나 페이드 샷을 시도하거나, 비탈에서 풀 스윙을 하다 더 위험한 지역으로 공을 보내게 되죠.
프로 선수들이 몹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멋진 샷을 하는 경우들을 보시지만, 이런 샷들은 사실 충분히 연습이 되어 있는 샷입니다. 프로는 샷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아무리 쉬워 보이는 라이에서도 좀처럼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한 라운드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을 위해서 다양한 샷들을 시간을 들여 연습합니다. 다음 라운드 때는 프로처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선택을 하면서 플레이해 보세요. 훨씬 만족스러운 스코어가 나오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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