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드라이버
초경량 티타늄 클럽헤드 반발 효과는 더욱 커져
100m 날려보낼 힘 쓰면 실제론 80m 이상 '보장'
야구에서 150m를 넘는 홈런이 터지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초대형'이란 찬사가 붙는다. 160m 비거리면 '괴물' 소리가 붙는다. 하지만 골프는 아마추어도 드라이버를 잡으면 200m 정도는 날릴 수 있다.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 답을 찾아가다 보면 골프 테크놀로지의 꽃인 드라이버의 진화과정을 알 수 있다.■고반발 클럽의 비밀
야구 배트와 드라이버의 거리 차는 우선 임팩트를 통해 스윙 에너지를 공의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효율적 전달을 뜻하는 '반발계수(反撥係數)'가 나무로 만든 야구 방망이로 야구공을 때릴 경우 0.5~0.6인데 비해, 초경량 티타늄 드라이버로 골프공을 치면 0.8을 넘는다. 여기에 공의 크기와 무게, 딱딱한 정도도 비거리 차이를 가져 온다.
드라이버도 처음부터 요즘 같은 비거리를 낸 건 아니다. 지난봄 USGA (미국골프협회)는 PGA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채드 캠벨에게 1950년대 감나무 소재로 만든 퍼시몬 드라이버로 요즘 골프공을 치는 실험을 시켰다. 최첨단 클럽으로 평균 291야드를 때리는 캠벨도 퍼시몬 드라이버로는 254야드밖에 보내지 못했다.
드라이버 소재는 감나무에서 메탈로, 티타늄으로 혁명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벼운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면서 클럽헤드의 크기도 400cc를 훨씬 넘는 초대형으로 바뀌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골프 과학을 설명하는 '디지털 임팩트' 전문가인 일본 SRI 스포츠의 야마구치 데쓰오(57) 박사팀과 함께 이런 드라이버 진화의 비밀을 살펴봤다.
- ▲ 드라이버의 디지털 임팩트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기 위해 먼저 3차원 형상의 가상 클럽헤드를 만든 뒤 미세한 조각으로 나눈다. 임팩트 순간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의 힘이 작용하는지 알게 되면 반발 계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재질과 두께를 알 수 있다. 붉은색 쪽에 큰 힘이 작용한다(위 사진). 스윙 에너지를 전달하는 클럽 헤드 주변의 공기 흐름도 참고한다. 붉은색이 공기 흐름이 빠른 부분이다(아래 사진)./SRI스포츠 제공
야마구치 박사팀은 우선 CAD (Computer Aided Design)시스템을 사용해 컴퓨터 내에 클럽 헤드의 3차원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형상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 클럽 헤드의 미세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변화를 측정하도록 했다. 또 드라이버와 골프공의 임팩트가 일어나는 1만분의 5초 동안, 클럽 헤드가 받는 에너지의 크기를 색상으로 표시했다. 가장 빨간색이 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고, 주황색, 노란색, 연두색, 푸른색 순서이다. 이어 임팩트 위치를 클럽 페이스의 중앙에서부터 위·아래, 좌우로 옮겨 가며 각 부위가 힘을 받는 크기도 비교한다.
이런 실험을 통해 클럽 헤드의 재질에 따라 부위별로 그 두께를 달리함으로써 반발 효과가 좋은 클럽 페이스 면적을 극대화하는 게 가능해진다. 야마구치 박사는 "정확하게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골프공에 더 큰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드라이버는 진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야마구치 박사팀이 만들어 낸 던롭 젝시오 드라이버 모델은, 이 같은 실험을 통해 클럽 헤드를 구성하는 세 부분인 크라운(뚜껑), 클럽 바디(몸체), 클럽 페이스의 재질과 두께를 모두 달리한다. 크라운은 고강도 티탄, 클럽 페이스는 경비중 티탄, 클럽 바디는 또 다른 티탄을 사용한다. 클럽 페이스도 좌우 흐트러짐과 비거리 감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6등분해 부위별 두께와 각도를 달리하고 있다.
USGA가 클럽 페이스의 반발계수를 0.83으로 제한한 이후 각 클럽 브랜드들은 공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해도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덜 나고 조금이라도 멀리 공을 보내기 위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럼 엉망으로 쳐도 공이 똑바로 날아가는 '꿈의 드라이버'도 가능할까? 야마구치 박사는 "스윙 궤도와 페이스 각도, 타점이 잘못돼 나타나는 슬라이스와 훅까지 없애주는 클럽은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