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당신이 친여동생과 할머니의 장례식에 갔다. 그곳에서 당신과 당신 여동생의 이상형인 한 남자를 봤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당신은 당신의 여동생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답변) 동생을 죽이면 그 남자가 장례식에 또 올테니, 한번 더 만나고 싶어서.
인터넷 유머가 아니다. 최근 연쇄 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사이코패스(psychopath)’, 즉 반사회적 여성 인격장애자의 심리테스트에서 나오는 결과다.19세기 프랑스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이 사이코패스 증상에 대해 최초로 저술한 이후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는 사이코패스 판정도구(PCL-R)를 개발하고 ‘진단명 사이코패스’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이 PCL-R 테스트에 따르면 흉악 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는 40점 만점에 32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강호순 역시 28점 이상을 받았고 테스트 과정에서 슬픔을 표현하는 법에 무척 서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는 또 다른 심리테스트에서도 ‘고통으로 얼굴을 잔뜩 찡그린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는 사례가 많았다. 사이코패스는 통상적으로 공포 반응이 나타나지 않거나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이코패스는 사이코(psychosis)와는 차이가 크다. 사이코는 주로 ‘상대방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우발적 범죄를 저지르는데 약물치료를 받은 후에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또 일반인보다 오히려 범죄율이 낮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이다. 원인은 인간의 감성을 관할하는 뇌의 전두엽 이상이나 DNA 자체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에 따라서는 일종의 유전병으로 보기도 한다.
흔히 사이코패스는 공포를 모르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양복을 입고 걸어다니는 뱀’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성인의 약 1%가 이 같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띠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일찌감치 연쇄 살인범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을 여러 차례 겪은 미국에서는 ‘사이코패스 알아보는 법’이라든지 ‘사이코패스 피하는 법’ 등을 다룬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상대방이 사이코패스인지를 잽싸게 알아 채야 하고 만약 사이코패스라면 아예 상종을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식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이코패스는 공포를 모르기 때문에 전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의 한 사이코패스 전문가는 과거 역사에 등장하는 전쟁 영웅들 가운에 상당수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창과 칼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데도 동요가 없고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개똥도 약에 쓴다’는 것과 상통한다.
어쩌면 유전공학의 발전과 함께 가까운 미래에는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의 부정적 속성이 제거되고 사이코패스의 장점으로 꼽히는 과단성 등을 좋은 방향으로 키울 수 있는 유전자 치료법이 개발될지도 모르겠다.
<박성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