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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살인범 강호순에 당했나?

惟石정순삼 2009. 2. 4. 15:46

 

보험사 살인범 강호순에 당했나?

30여개 보험 가입후 방화ㆍ과잉진료…보험금 환수 쉽지 않을듯
보험사기 잇따르자 사기방지 정보시스템 2007년 뒤늦게 구축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그동안 각종 사고 명목으로 수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강씨가 보험사기 의혹에도 불구하고 거액 보험금을 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강씨는 1998년 이후 모두 30여 개 보험에 가입한 뒤 7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98년 트럭 가드레일 충돌 사고로 3620만원을 받았고, 98~99년 두 차례에 걸친 트럭 화재로 4413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99년에는 불이 난 트럭을 도난당했다며 5790만원을 수령했다. 2000년에는 세를 내 운영하던 점포 화재로 3657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승용차 전복사고로 140여 일간 입원한 뒤 6715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이후 2005년 10월에는 네 번째 아내가 장모 집 화재로 장모와 함께 숨지면서 4억8000만원을 타냈다.

보험업계에서는 강씨를 전형적인 보험사기범으로 보고 있다. 방화, 과잉진료(일명 '나이롱' 환자), 근접 사고(보험 가입 직후 발생한 보험사고) 등 각종 보험사기 유형에 통달한 '보험사기의 고수'라는 것.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많음에도 강씨가 아무런 문제없이 보험금을 탈 수 있었던 이유는 보험사들이 사기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5년 화재 사고의 경우 경찰이 보험금을 노린 방화로 보고 6개월간 수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당시 강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던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도 방화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경찰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화재 원인 규명을 의뢰하는 등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며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은 다 사망했고 목격자도 없는 데다 뚜렷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어서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성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장은 "일반적인 보험사기는 대부분 공범이 있기 때문에 관련 인물 수사를 통해 범죄 사실이 밝혀질 여지가 있지만 강씨 사건은 단독 사건이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차량 전복사고도 마찬가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강씨가 수천만 원 보험금을 탈 수 있었던 것은 중복 보장 때문이다.

생보사 상품은 가입 보험사 모두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비용만 보장된다고 알려진 손해보험사 상품도 마찬가지다. 치료비와 배상책임을 제외한 입원 일당 등은 중복 보장이 가능하다.

보험사기의 경우 보험금이 지급된 후라도 사기로 밝혀지면 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강씨 사례는 보험금 환수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김성 팀장은 "화재 사건의 경우 당시에도 6개월간 수사했는데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던 데다 지금은 현장도 없고 물증을 확보하기가 더 어렵다"며 "강씨 지인들에게서 일부 증언이 나오고 있지만 증언은 법적 효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오늘날에도 강씨와 같은 보험사기 행각이 가능할까. "쉽지 않다"는 게 보험업계 의견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수입이 많지 않은데 보험료가 비싼 상품에 가입한다거나,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고액 보장 상품 가입 의사를 밝히는 등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가입자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2005년 당시에는 없었다"며 "하지만 2007년 8월 정보 공유 시스템이 구축돼 보험사기가 의심되면 이미 다른 상품에 가입했는지 등을 조회해 사전에 가려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