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관들이 장수하는 이유 | |||||||||
얼핏 보면 잘나간다. 취임 직전 조사였지만 국민 중 80% 정도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굳게 다문 입과 우수 어린 눈빛에서 강한 의지를 읽게 한다. 미국 사람들은 그가 대공황 이후 초유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오바마 스스로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 회생을 이뤄내지 못하면 대통령 재선은 꿈도 못꾼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집권 초기 그는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환경은 녹록지 않다. 경기부양책 법안을 제시했지만 의회에서 좀처럼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는다. 상원은 장관 내정자 가운데 몇 명에 대해 인준 표결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 인준 청문회에서 법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공화당 측의 물고 늘어지기는 매서웠다. 법무장관은 우리 식으로 하면 검찰총장을 겸한다. 연방 검사 임면과 대법원 판사 선임 추천 등 여러 사안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어느 행정부든 야당쪽의 통과의례가 만만치 않았다. 과거에도 100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인준 표결에서 40여 명 전후의 반대표는 꼭 나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 때의 존 애슈크로프트는 42표, 알베르토 곤살레스는 36표, 임기 말 잠깐 재직했던 판사 출신 마이클 뮤케이시도 40표씩의 반대 표를 얻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몽니였다. 엄격한 징세 정책을 지휘해야 할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재직 때의 탈세 전력으로 '무려 34명'으로부터 반대표를 얻었다. 우호적인 환영을 받아야 할 재무장관으로서는 크게 이미지를 구겼다. 상원은 아직도 에릭 홀더 법무장관 외에 과거 민주당의 상원 원내 대표를 지낸 톰 대슐 보건후생부 장관, 연방 하원의원 출신 힐다 솔리스 노동장관도 인준을 해주지 않고 있다. 갈 길 먼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총리, 감사원장 등 중요 직책 외에는 찬반 표결을 하지 않고, 대통령이 국회에 장관 인준 청문회를 요청한 뒤 최장 25일 안에 해주지 않으면 그냥 임명해 일을 시킬 수 있다. 국회의 반대가 임명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없다. 반면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상원에서 장관 지명자의 인준 표결을 해주지 않으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 부결시키면 원천무효다. 1800년대 몇 번을 제외하고는 최근 50여 년 동안 상원에서 끝내 통과되지 못한 사례는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존 타워 한 번이다. 그는 찬성 47에 반대 53으로 펜타곤 입성에 실패했다. 미국의 경우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 일단 일을 시작한 장관은 본인의 자발적인 사직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밀어낼 방법이 없다. 대통령이 지명권을 갖고 있고 상원에서 인준 권한을 행사하지만 해임을 성사시킬 권한은 하원에서 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장관을 해임하려면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하원에서 동의해줘야 한다. 하원은 여야를 떠나 대통령의 장관 해임 요청에 쉽게 응해주지 않아 왔다. 장관을 바꾸려면 하원에서 동의해줘야 하고, 새로 앉힐 장관에 대해 상원에서 인준을 해줘야 하는 이중의 견제장치가 있는 것이다. 시킬 때도 엄격한 검증과 통과 장치를 의회에 부여했고, 사람을 바꿀 때도 의회에 의견을 묻는 방식이다. 재임기간이 평균 2년도 안 되는 한국의 외무장관과 달리 미국 국무장관들은 대개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국무장관은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딱 2명이었다. 대통령과 의회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미국의 장관들을 장수하게 만드는 숨어 있는 비결이다. [매일경제 워싱턴 = 윤경호특파원 yoon218@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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