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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사이야기

구력 20년에 깨닫는 것들

惟石정순삼 2009. 1. 2. 20:55

 

구력 20년에 깨닫는 것들

 

올해는 내가 골프채를 잡은 지 만20년이 되는 해다.
 지난 20년 동안 필드에서 체험한 희로애락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고 골프를 하며 다져진 인연 즉,

‘골연’ 덕분에 행복한 사회활동을 해 온 셈이다. 그래서 골프가 고맙고 나에게 골프를 전도해주고 머리를 얹어 준 분에게 감사드린다. 올 봄에는 이 분을 모시고 ‘사은 라운드’를 할 결심을 하고 있다.

 내가 요즘 골프 20년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구력 30년이 넘은 선배들이 ‘구력 20년’이면 깨닫게 되는

것들을 말해줘서 그 의미를 새기고 있다.

 첫째, 내기 중 돈을 잃어도 전혀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필드에서 만원은 사회에서 백만 원이라는

기분이 들어서 죽기 살기로 내기를 했는데 20년쯤 되니 승부보다는 상대방과 기분 좋게 즐기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캐디피는 내가 먼저 낸다. 밖에서는 몇 십만 원짜리 회식비를 내도 고마운 내색을 안한다.

사람들이 캐디피를 내주면 너무나 고마워하니 몇 만원을 가장 가치있게 쓸 수 있는 것은

캐디피 뿐이라는 걸 깨닫는데 20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내게 이 말을 한 분은 구력 20년 이후부터는 9홀 돌고 나면 조용히 캐디피를 미리 지불한다는

귀띔을 하였다.

 셋째, 도망간 공은 찾지 않는다. 공이 OB가 나거나 해저드에 빠졌을 때 예전에는 캐디보고 찾아오라고

하거나 직접 찾아다녔는데 구력 20년 되고 나서는 마음을 비웠다는 것이다.
OB난 공 찾아다니다 잘못하면 발목 다친다. 그리고 도망간 공과 집나간 여자는 찾아오면 대개

또 나간다는 것이 이 분의 주장이다.

 넷째, 라운드 끝나고 멋진 세레모니를 한다. 라운드 전에는 정중한 인사와 덕담을 하지만 18홀을 돌고나면 자세가 무너지기 쉽다. 그러나 18홀 마지막 퍼팅이 끝나고 난 후 정중하게 동반자들에게 인사하고 덕담을 건네는 일이 그날 골프의 품격을 결정하게 된다.

 다섯째, 서명은 품위 있게 한다. 골프채를 확인한 후에 캐디가 내미는 확인 카드에 정확하고 또렷하게 서명을 해준다. 서명을 대신하라거나 대충 흘려 쓰는 것은 품위 있는 골퍼의 태도가 아니다.

그리고 인기인이 아닌 경우 사인해달라고 젊은 아가씨가 달려드는 경우는 골프장밖에 없으니 멋있게

서명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3년, 대학교는 4년 만에 많은 것을 배우는데 골프장에서는 배우는 것이 왜 이리 느린지

모르겠다. 가장 간단한 것을 배우는 데도 그저 한 20년 씩 걸리니 말이다.

 금년에 나는 20년 만에 무엇을 배웠다고 후배골퍼들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