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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중에도 전화 주고받는 신지애의 '골프 맘<Mom>'

惟石정순삼 2008. 12. 23. 08:57

     대회중에도 전화 주고받는 신지애의 '골프 맘<Mom>'

    신지애 스승 전현지 코치 94년 KLPGA 신인상… 2002년부터 지도자의 길로
             2004년 대표 코치때부터 본격적인 사제의 연 "골프는 마음의 운동" 눈뜨게 해줘

 

▲ 전현지 프로는 골프 실력향상의 세 가지 팁을 소개했다. 실패를 즐기면서 배우고, 자신만의 스윙을 찾고, 비 거리를 늘리고 싶으면 하체부터 단련하라는 것이다. 특히 스윙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 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작가 손원철,‘ 전현지의 자신만만 골프’

● 전현지 프로는

전현지 프로는 배우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2001년 경희대에서 스포츠심리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2003년엔 미 LPGA 티칭 클래스 A 자격증도 따고, 건국대 체육학과 박사과정 입학시험도 통과했다. 2007년 6월 '골프지도자 교육의 반성과 대안탐구: 인문적 접근'이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톰 카이트 등 유명 프로골퍼를 지도했던 하비 페닉의 '리틀 레드북'. 페닉은 자신의 스윙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코치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전 프로도 같은 생각이다.

그녀는 서문여고 1학년 때 골프에 입문해 1994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팬텀오픈에서 승리를 거두며 신인상을 받았다. 1995년부터 3년간 일본 여자프로골프 퀄리파잉 스쿨 도전에 실패한 뒤 슬럼프에 빠지며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대표팀 코치로 송보배, 최나연, 박희영,
신지애 등 많은 제자를 길렀다. 2003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았다. 꿈은 "제자들과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성장하는(敎學相長) 정말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 신지애는 한때 엄청난 오버 스윙을 했다. 간결한 백 스윙과 강력한 임팩트로 이어지는 명품 스윙은 고교 시절 6개월 동안 갈고 닦은 것이다.

"지애를 처음 봤을 때요?"

신지애와 비슷한 키인 전현지(37) 프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감았다. "작은 새 같았어요. 가냘픈 작은 새. 보듬어 주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드는~." 2003년 12월 11일 중학생이던 신지애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아마추어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당시 대표팀 전현지 코치가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있다'는 제자들의 의견을 듣고 추천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우리 꼭 다시 만나자"라는 전 코치의 말에 신지애는 "선생님, 꼭 그럴게요"라고 간신히 답했다. 인연의 시작이었다.

스무 살 신지애는 2008년 세계 골프계의 가장 큰 이름이 됐다. 미국 골프 전문 사이트 골프닷컴(golf.com)은 올해 가장 큰 성취를 이룬 골퍼로 타이거 우즈(2위)와 로레나 오초아(3위)보다 더 높은 자리에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최종전인 ADT챔피언십에서 우승 상금 100만달러를 안은 채 웃고 있는 사진 한 장은 2008년 신지애를 상징했다. 지난주 서울 청담동 '티골프스튜디오'의 전 프로 사무실을 노크하면서 문에 붙어있는 메모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사랑하는 코치님께, 코치님이 사랑하는 지애가'라고 적혀 있었다. 티골프스튜디오는 골프 마케팅 전문회사로 전 프로의 동생인 전현숙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신지애는 시상식 때의 다짐대로 2004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고, 전현지 프로와 본격적으로 사제의 연을 맺게 됐다. 전 프로는 신지애의 오버스윙을 6개월에 걸쳐 몸에 맞는 간결한 스윙으로 바꾸었고, 골프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도록 추천했다. 신지애는 "그때 처음으로 골프가 마음의 운동이고, 스윙에 공간이 왜 필요한가를 깨달았다"고 했다.

전 프로는 신지애에게 두 번 놀랐다고 했다. 각종 게임을 할 때의 손놀림이었다.

"조이스틱이나 키보드를 갖고 게임할 때 지애의 손놀림은 직접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다른 선수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만 했으니까요." 타고난 손 감각을 골프 능력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은 더 대단했다.

"지애만큼 훈련할 수 있는 선수는 세상에 없을 거예요. 대표팀 코치 시절 골프 연습으로 밤을 새워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을 든 애는 지애하고 일본에서 뛰는 이동환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미 3년 전부터 국내 무대를 평정한 신지애는 무엇을 더 배우고 있을까? 신지애는 국내에 있을 때는 틈나는 대로 사무실을 찾아와 레슨을 받고, 해외 대회 도중에도 국제전화로 스윙과 마음가짐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저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해요. 이메일이든 전화든 늘 마음을 주고받으려고 노력하죠. 지애는 지난해에는 마지막 라운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 치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올해는 거리가 줄어서 고민이라고 했지요." 전 프로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시즌 중에 스윙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했죠. 정확성을 높여서 줄어든 거리를 만회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엔 지애를 볼 때마다 '머리를 더 숙여야 해, 너는 아직 아이야' 라고 말한다"고 했다.

혹시 신지애가 미국의 유명 골프 지도자에게 배우고 싶다면? 그녀는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지애에게도 벌써 이야기한 적 있어요. 언제든지 더 큰 배움이 필요하면 나에게 연연해하지 말라고요. 지애가 그러더군요. 혹시 선생님이 모르시는 게 있으면 연구해서 가르쳐 달라고요." 전 프로와 신지애는 미 LPGA투어 데뷔를 앞두고 내년 1월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전 프로는 "지애가 고교 때 스윙 교정에 6개월 걸렸다면, 지금은 단 한순간에 새로운 스윙을 해 보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며 "이제까지 아무도 이룰 수 없었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프로는 신지애와 함께 미 LPGA투어에서 첫 승을 올린 김인경(20)과 한국 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경술(21)을 지도하고 있다. 아마추어와 세미 프로도 지도하고 있지만 충분한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