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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사이야기

‘나는 신지애다’를 외우면서 과감하게 퍼팅

惟石정순삼 2008. 12. 4. 14:31

           신지애 “떨릴 때 있지만 그럴수록 웃는다” 

                                    멘탈 다스리기 심리훈련으로 무서운 강심장 소유
                                            표정 변하지 않는 필드의 포커페이스

올해 가을부터 우리나라 주말 골퍼들에게 불길처럼 퍼져나간 유행이 있다. 바로 ‘신지애 퍼팅’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공을 강하게 밀어서 컵의 뒤쪽을 맞히고 성공시키는 것이 신지애 퍼팅이다.

사실 특별할 것이라곤 없는 비법 같다. 하지만 일단 그린 위에 올라가 마음속으로 ‘나는 신지애다’를 외우면서 과감하게 퍼팅하면 신기할 정도로 잘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체로 퍼팅을 약하게 하기 때문에 공이 홀까지 못 미치거나 홀 앞에서 공이 휘어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들조차 조심스럽게 공을 굴려서 홀에 집어넣으려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신지애 선수의 퍼팅은 간결하고 강하다. 그냥 컵에 공을 넣는 것이 아니라 뒷벽을 정확하게 때리고 ‘뚝’ 떨어진다. 이는 엄청난 연습량과 자신감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신지애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신지애 퍼팅을 가능하게 한다. 신지애 퍼팅이 백발백중인 것은 그녀가 흔들림 없이 자기 기량을 언제나 충분히 선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챔피언십에서 신 선수가 캐리 웹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신지애 퍼팅을 화제로 삼던 골퍼들에게 신지애는 진짜 영웅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제는 신지애 ‘퍼팅’ 신드롬이 아니라 ‘신지애’ 신드롬이 생긴 것이다.

경영할 것은 언제나 마음이다

신 선수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녀에게서 배울 것은 퍼팅뿐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어린 선수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녀의 탁월함은 노장의 경영진조차 참고할 점이 있다. 신 선수는 프로 전향 후 공식대회에서는 OB를 딱 두 번밖에 내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정확성이다. 그러니까 신지애 선수의 탁월성은 바로 정확성과 정교함에 있다. 또 이것은 신 선수가 골프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골프는 거리와 방향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상대방보다 공을 멀리 보낼 수 있고 방향이 좋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신지애 선수가 탁월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장타력과 정확성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56cm의 단신이지만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60~270야드다. 장타의 비결은 하체와 허리 근육이 잘 발달돼 있고 이를 이용해 강력한 임팩트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비거리가 확보돼야만 미국 LPGA투어가 열리는 코스의 전장 6300~6500야드를 무난히 공략할 수 있다.

숏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어야 그린 적중률이 높아지고 퍼팅에서도 유리해진다. 현재 LPGA의 여제로 군림하고 있는 오초아 선수의 평균 퍼팅 수는 28.31이고 신지애 선수는 27.59다. 드라이버샷의 비거리는 오초아 선수가 약간 앞서지만 볼의 정확도에서는 모든 면에서 신지애 선수가 앞서 있다.

신지애의 성공비결
□ 자신감을 넘어서 배짱을 가져라
□ 떨리면 웃어라
□ 전쟁터를 정확히 파악하라
□ 일단 잘 먹고 잘 자라

아이언 정확도도 올 시즌 LPGA부문 그린 적중률(파온율) 1위인 오초아가 71.6%이고, 신지애는 무려 80.47%다. 특히 페어웨이 적중률은 오초아 선수가 66.4%, 신지애 선수는 80.4%다. 티샷이 거의 대부분 페어웨이에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볼 때 정확성과 정교함은 자신의 마음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나올 수 있다.

신지애 선수의 최대 장점은 바로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즉 멘탈 매니지먼트다. 신 선수는 2003년 11월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엄청난 충격이 따랐지만 신 선수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수없이 다짐하면서 연습에 몰입했다.“매일 밤 기도하면서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신지애는 개인적 불행과 고통을 통해 오히려 더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게 되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강한 ‘성공 의지’와 종교를 바탕으로 한 ‘정신력’, 그리고 타고난 ‘긍정적 성품’이 합쳐져 세계적인 명품 강심장이 탄생한 것이다.‘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의 오른손을 잡아 주리라.’ 신 선수가 가장 좋아한다는 성경구절만 봐도 그의 정신력의 일단을 볼 수 있다. 이번 ADT 챔피언십 우승 후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떨릴 때가 있다. 그럴수록 더 웃는다.”

실로 무서운 강심장의 소유자다. 백전노장인 캐리 웹 선수는 겨우 스무 살인 어린 신지애 선수와 맞대결을 벌인 후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지애는 프로 데뷔 때부터 스포츠 심리학자인 우선영 박사의 지도로 심리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인 심상훈련, 호흡법, 긍정적 몰입 등 심리훈련은 신 선수의 정신력을 더욱 강화시켜주고 있다.

책 많이 읽고 영어도 꾸준히

“지애는 영리해서 코스 파악 능력이 탁월하다. 한 번 경험한 코스는 정확히 기억해 낸다. 그래서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큰 기복 없이 플레이를 펼친다.”

신 선수의 아버지 신재섭씨의 말이다. 신 선수는 포커페이스다. 좀처럼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마음은 차분하고 머리는 잘 돌아간다. 연세대 체육학과에 등록한 신 선수는 독서량도 많고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번 우승 소감도 거침없이 영어로 해냈다. 그녀는 골프만 치는 골퍼가 아니다.

신 선수는 공부를 한다. 그녀가 가장 먼저 배운 것 중 하나는 박세리다. 신 선수는 박세리 키즈다. 박세리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박세리 선수의 경기 스타일뿐만 아니라 LPGA에 적응해 가는 모습까지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박세리 선수는 나의 영웅이다. 나는 그의 모든 것을 보고 배워왔다. 나도 언젠가 박 선수가 세운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

벤치마킹은 훌륭한 학습방법의 하나이고 신 선수는 이걸 잘 활용했다. 골프는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리가 함께 사용되어야 좋은 성과가 나오는 고난도 스포츠다. 강인한 체력, 흔들림 없는 정신력에 똑똑한 머리가 합쳐진 것이 바로 신지애 선수의 탁월성을 담보해 주고 있다. 신지애 선수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미 노련미를 갖췄다.

2006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신지애는 올해 국내 투어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 35개 대회에 출전하면서 충분히 경험을 쌓았다. 상금도 올 시즌 국내외에서 11승을 거두며 42억원 정도를 벌었다. 기량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는 좋은 조건의 스폰서 계약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팬들과 언론은 ‘스타 탄생’에 흥분하고 있지만 막상 신지애 선수는 차분하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아무리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어도 잘 먹고 잘 자는 긍정적 성격의 소유자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라 그렇게 변신한 것이다. 늘 마음의 경영을 하고 배움으로 습득한 노련함의 결과다.

이런 다방면의 훈련이 오늘날의 그녀를 만들었다. 신지애 선수는 이번에 탄 상금 중 일부는 자선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는 차원으로 옮겨갈 정도로 그의 정신세계는 성숙되어 있다. 여러모로 봤을 때 이제부터 신지애의 시대가 열릴 수밖에 없다. 제2의 소렌스탐 아니 제2의 타이거 우즈 같은 거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팬들과 함께 아낌없는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