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무대 렉서스컵 승리… 화려한 마침표
가벼운 백 스윙에 이어 머리와 몸을 함께 휙 돌리는 듯한 특유의 샷.
공은 퍼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핀 근처에 날아가 꽂혔다. 13번 홀(파5·554야드)부터 14번 홀(파3·171야드), 15번 홀(파5·470야드)까지 3 연속 버디. 그리고 16번 홀(파4·408야드)에서 파 컨시드를 받은 애니카 소렌스탐은 박세리에게 싱글 매치플레이 승리(3&2·2홀 남기고 3홀 차 승리)를 거둔 뒤 박세리와 뜨겁게 포옹했다. '골프 여제'가 마지막으로 선사한 미 LPGA투어 라운드를 지켜본 팬들은 환호성과 아쉬움 섞인 탄성을 질렀다.
미 LPGA투어 대륙 대항전인 제4회 렉서스컵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가 열린 30일(이하 한국시각) 싱가포르 아일랜드 골프장. 38세의 소렌스탐은 마지막 순간까지 '소렌스탐다운 모습'을 잃지 않으며 15년간 군림했던 미 LPGA투어를 떠났다.
- ▲ 주고받는 눈빛에 애정과 아쉬움이 담겨 있다. 박세리(왼쪽)와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소렌스탐이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렉서스컵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동료 선수들은 꽃다발을 목에 두른 채 작별하는 '언니'를 아쉬워했다. 박세리는 "언제라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고,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는 "소렌스탐을 통해 미 LPGA투어가 마케팅 면에서도 한 단계 도약했다"고 했고, 폴라 크리머(미국)는 "모든 선수들의 위대한 역할 모델로 남게 될 것"이라고 칭송했다.
소렌스탐은 지난 5월 14일 이미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공식 발표를 했지만, 미 LPGA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4위에 올랐고, 세계 랭킹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청야니(대만)에 이어 3위를 달리며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소렌스탐에게 "여전히 정상급인데, 은퇴를 번복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그녀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은 소렌스탐에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해다. 그녀는 내년 1월 네 살 연하인 애인 마이크 맥기와 결혼한 뒤, 골프 코스 디자인과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 아카데미, 의류 사업, 자선 재단 운영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07년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 직후였다. 아이언 샷에 거리감이 없어 병원에 갔다가, 목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은 것. "마음보다 몸이 먼저 나의 변화를 알게 된 것이고, 이제는 다른 분야에서 정상을 향해 도전할 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소렌스탐은 미 LPGA투어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인 소렌스탐은 12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 1994년 미 LPGA투어에 데뷔해 메이저 대회 10승 포함, 통산 72승을 올렸다. 다른 투어 대회까지 합하면 통산 90승을 기록했다. 그녀는 데뷔 이후 매 홀 버디를 잡는 '비전 54'란 목표를 세운 뒤 하루 8시간씩 훈련했다. 2001년부터는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가냘프던 체격을 근육질로 바꾸어 놓았다.
소렌스탐은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 2라운드에서 59타를 쳐 여성골퍼로는 유일하게 60타 벽을 깼고, 2003년 남자대회인 PGA투어 메모리얼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했지만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LPGA투어 상금만 역대 최다인 2257만3192달러(330억2400만원)를 기록했다. 그녀는 "선수로서 골프 게임은 떠나지만 내 사랑인 골프 자체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유러피언 투어인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11일 개막)를 끝으로 현역 선수 일정을 마감한다.
'골프기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공군 조종사들은 골프를 잘 할까 (0) | 2008.12.07 |
---|---|
‘나는 신지애다’를 외우면서 과감하게 퍼팅 (0) | 2008.12.04 |
불황기 달라진 골프장 풍속도 (0) | 2008.11.26 |
신지애 실력 오초아보다 낫다…외신 "슈퍼 루키 탄생" (0) | 2008.11.25 |
올해 42억! … 재벌소녀 신지애, 오초아보다 총 상금 많아 (0) | 2008.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