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달라진 골프장 풍속도 | |||||||||
OK거리 짧아지고 더치페이 늘고 내기금액 줄고 지방 원정 골프족도 급증 | |||||||||
김씨가 다른 동료에게는 기브(일명 OK)를 준 거리를 자신에게는 안 준다고 이 동반자에게 항의한 게 발단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로 웃고 넘어갔을 일이지만 이 날은 경기 내내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불황은 골프계 풍경마저도 바꾸고 있다. 부자들까지 지갑을 닫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짠돌이 골퍼'가 늘고 있는 것이다. 불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게 '기브 거리'다. 예전에는 내기를 할 때 대충 기브를 줬을 퍼팅 거리도 요즘은 그린에서 웬만해서는 'OK'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기브를 주지 않는 게 미안한지 여러 이유를 댄다. "퍼터 길이(헤드와 그립 사이 샤프트 길이)에 들어와 있지 않다" "내리막 라인이어서 안 된다"는 둥 이유가 많아진다. 기브 거리가 짧아지는 이유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예전에는 적게 느껴졌던 내기 돈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내기 액수가 많아질 때 기브를 잘 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타당 계산하는 스트로크 게임 대신 홀당 내기를 하는 스킨스 게임이 늘고 있는 것도 불황기 골프장 풍속도다. 홀당 거는 내기 금액(스킨)도 잃어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정도로 적어지고 있다. 불황으로 골프 내기에도 거품이 빠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 말 수도권의 한 퍼블릭 골프장에서 라운드한 김철민 사장(55ㆍ가명)은 비용을 더치페이하자고 해서 계산을 하려다 30만원 가까이 나온 액수에 깜짝 놀랐다. 평소 접대 골프를 주로 받아왔기 때문에 각자 계산하자는 제안도 당황했지만 비용이 1인당 30만원 가까이 나올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는 오래전부터 보편화된 이른 바 'n분의 1' 계산이 이제는 '사장님들 세계'에서도 늘고 있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서로 계산하겠다고 나서던 모습이 자주 보였지만 요즘 골프장 클럽하우스 카운터에서는 4명이 나란히 서서 각자 계산하는 풍경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골프요금을 처음 계산해 보는 '사장님'들이 나오고 비용 때문에 골프장 직원과 시비가 붙기도 한다. 먼 거리 골프장을 갈 때 '카풀'이 성행하다 보니 요즘 한강변 주차장은 늘 만원을 이룬다. 기름값을 아끼려는 짠돌이 골퍼가 늘고 있는 것을 가장 첨예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한강변 주차장인 셈이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중간쯤에 위치한 잠실 선착장 주차장은 이른 아침에도 차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주차장은 만원이고 리무진 버스 몇 대가 출발하는 날에는 자칫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한강변 주차장이 마치 고급 승용차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한강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는 골퍼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그린피가 싼 충북이나 강원 지역 골프장으로 가려는 수도권 알뜰 골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골프장 그린피가 세금 감면 혜택으로 수도권 골프장에 비해 3만~4만원 저렴해지자 지갑이 얇은 골퍼들은 원정 골프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평일에도 수도권 인접 지방 골프장은 좋은 시간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말보다 평일 가격이 싼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짠돌이 골퍼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도권 외곽 골프장은 불황에다 평일 내장객까지 줄어들어 이래저래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오태식 기자] |
'골프기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신지애다’를 외우면서 과감하게 퍼팅 (0) | 2008.12.04 |
---|---|
굿바이! 소렌스탐, 美LPGA 통산 72승·메이저 10승 대기록 (0) | 2008.12.01 |
신지애 실력 오초아보다 낫다…외신 "슈퍼 루키 탄생" (0) | 2008.11.25 |
올해 42억! … 재벌소녀 신지애, 오초아보다 총 상금 많아 (0) | 2008.11.25 |
회원권 시세총액 반년새 10조원 증발 (0) | 2008.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