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매일매일 접할 수 있는 일상을 그린 그림들이 유행이었다. 이러한 풍속화는 네덜란드 회화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풍속화는 인생의 즐거움을 묘사하면서도 즐거움만 좇는다면 인생의 재난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경고를 은근히 담고 있다. 얀 스텐(1626~1679)의 ‘성 니콜라스 축제’는 성탄절 전야의 한 가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성 니콜라스 축제는 오늘날에도 네덜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행사다.성 니콜라스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해적에 인질로 잡혀 있는 어린이와 선원들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주고 구출했다. 성 니콜라스는 어린이와 선원들의 수호성인이 됐다. 성 니콜라스 전설은 노르만 족에서 북유럽으로 전파돼 산타클로스가 됐다. 산타클로스는 성 니콜라스의 변형된 이름이다.
12월 6일이 성 니콜라스 공식 축일이지만 12세기 프랑스의 수녀들이 축일을 맞아 하루 전날 가난한 어린 아이들에게 선물을 줬다고 한다.17세기 네덜란드인들이 식민지로 이주하면서 해마다 성 니콜라스 축제를 열었다. 성 니콜라스 축일 전야의 의미와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합쳐져 산타클로스가 탄생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화면 앞의 어린이가 황금색의 명절 옷을 입고 선물로 받은 세례 요한의 인형을 꼭 안고 있다. 세례 요한은 어린이들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성인이다. 아이의 왼쪽 팔에 들고 있는 양동이에는 장난감과 군것질거리가 들어 있다. 화면 왼쪽 울고 있는 남자가 이 집안의 큰형이다. 뒤에 서 있는 하녀가 큰형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준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나쁜 일만 한 어린이의 신발에는 선물 대신 너도밤나무 가지를 놓아두고 가는데 큰형은 한 해 동안 나쁜 일만 했기 때문에 그의 신발에는 회초리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에 있는 동생은 손가락질하며 형을 놀리고 있지만 동생 뒤에 있는 할머니가 커튼 뒤를 가리키고 있다. 큰형의 진짜 선물이 커튼 뒤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화면 왼쪽 탁자 옆에 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형태의 빵은 네덜란드에서 성 니콜라스 축제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다. 탁자 끝에 있는 동전을 넣은 사과는 손님들은 위한 것이다. 동전이 들어 있는 사과는 행운을 상징한다. 얀 스텐은 인물들의 손짓이나 표정을 통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