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이고 밝고 화려한 로코코 미술은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취향과도 맞아 떨어졌다. 퐁파두르 후작부인은 로코코 시대에 문화를 이끌었던 엘리트로서 예술의 보호와 육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관능적인 로코코 미술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 화가가 프랑수아 부셰(1703~1770)로 그는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가장 많은 후원을 받았다.
‘퐁파두르 후작부인’, 이 작품은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초상화 연작 중 하나로 부셰는 책을 들고 앉아 있는 후작부인을 우아하게 묘사했다. 이 작품은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전신 초상화로, 전신 초상화는 모델의 사회적 야심을 드러낸다. 사적인 공간을 표현한 그림이지만 궁정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의뢰했다.
퐁파두르 후작부인이 왕의 정부라는 신분을 벗어나 19년 동안 루이 15세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았던 것은 지식이었다. 후작부인은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궁정에 있는 자신의 서가에 3500여 권에 이르는 장서를 꽂아 두고 있었다고 한다. 또 그녀는 당시 루소 등 철학자들과 원활하게 교류하면서 백과사전 출판에도 관여했을 정도로 책에 관심이 많았다.
이 작품에서 그녀가 앉아 있는 방안의 풍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고급스러운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폭넓은 독서도 했지만 사치스럽기로 당시에 유명했다. 장미가 화려하게 수놓아진 파티 드레스를 입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퐁파두르 후작부인 뒤로 커다란 거울이 있다. 장미꽃과 잎으로 장식돼 있는 거울의 테두리는 로코코 양식이다.
거울에는 시계와 도자기 장식이 놓여 있는 책장이 보인다. 책장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어 책을 읽는 것을 즐겨했던 후작부인의 취향이 보인다. 탁자에는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게 깃털 펜이 놓여 있고 그리고 발밑에는 두루마리 악보가 놓여 있다. 후작부인은 루이 15세를 위해 연극이나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 작품에서 후작부인의 지적인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만 손끝은 책장을 잡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후작부인이 파티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편안하게 실내화를 신고 있는 것은 궁정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발에 있는 개는 부부간의 충절을 상징한다.
부셰는 이 작품에서 후작부인의 외모보다 책과 악보 등 그녀의 지적이고 문화적인 재능을 표현하고자 했다. 부셰가 남긴 12점의 초상화 중 7점이 퐁파두르 후작부인 초상화일 정도로 그녀가 아꼈던 화가다. 하지만 후작부인은 그가 그린 초상화를 보고 ‘자신과 닮지 않았다’고 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