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부셰(1703~1770)는 감각적이고 명랑한 분위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과 목가적인 풍경으로 명성을 얻었다.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의 후원을 얻어 궁정화가가 되면서 부셰는 18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가 된다.
부셰는 품위 있는 형태, 뛰어난 기교, 명랑한 주제를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이 루이 15세 왕실의 문화적 취향을 상징하게 됐으며 유쾌한 그의 작품들은 베르사유 궁전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부셰의 대표작은 ‘목욕하는 디아나’다. 부셰는 여성의 관능미를 강조하기 위해 디아나를 택했다.
여신 디아나는 남성들이 보여주지 못한 용맹과 결단력·통솔력을 지녔다. 디아나는 남성들에 대한 불신으로 요정들에게 항상 순결을 강조했다. 요정들은 디아나 외에는 누구와도 사랑을 할 수 없었다. 디아나 여신을 섬기는 요정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칼리스토는 남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하지만 칼리스토의 미모에 반해 사랑에 빠진 제우스는 계책을 세운다.
제우스는 칼리스토에게 접근하기 위해 디아나 여신으로 변신한다. 제우스는 디아나의 눈을 피하는 동시에 칼리스토를 안심시킨 뒤 사랑을 나눈다.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칼리스토는 점점 배가 불러 오고 임신한 사실이 알려져 디아나 여신은 그녀를 쫓아버린다. 이 사실을 안 헤라 여신은 칼리스토는 암곰으로, 그녀가 낳은 제우스 아들 아르카스를 새끼 곰으로 바꿔 버렸다.
하지만 제우스는 떨어져 있는 두 모자가 불쌍해 하늘의 별자리인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로 만들었다. ‘목욕하는 디아나’는 디아나로 변한 제우스가 칼리스토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그렸다. 숲 속 호수 옆에 두 마리의 사냥개와 칼·화살통이 놓여 있고 화면 오른쪽에는 사냥에서 얻은 동물들이 보인다. 칼과 화살통은 제우스를 상징는 상징물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여인이 디아나로 변신한 제우스라는 것을 암시한다.
칼리토스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디아나는 왼쪽 다리로 칼리토스의 무릎을 애무하고 있다. 디아나가 앉아 있는 머리 위의 푸른 천은 침대를 연상시킨다. 디아나가 손에 들고 있는 목걸이는 칼리토스의 것으로 그녀가 자신의 소유물임을 강조하는 장면이다. 부셰는 로코코 시대의 화법으로 여인의 관능을 섬세하면서도 경쾌하게 묘사했다. 부셰는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그가 죽은 후 신고전주의 영향으로 작품이 천박하다고 외면당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