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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공포' 조성 지나치다

惟石정순삼 2008. 9. 30. 09:20

            '멜라민 공포' 조성 지나치다

멜라민커피 하루 4000잔이상 장기간 먹어야 위험

중국산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한 국내 식품에서 잇따라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 인터넷 등에선 "멜라민 커피크림을 먹고 병에 걸린 사례가 실제 발생했다"는 식의 괴담도 떠돌기 시작했다. 식품에서 나와서는 안 될 성분이 나왔다는 사실은 양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서 큰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의학적 근거 없이 괴담 차원에서 조장ㆍ확산되는 공포는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은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멜라민 함량 46~155ppm)와 '미사랑 코코넛'(271.4ppm), 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 '밀크러스크'(7ppm), 유창에프씨가 수입한 커피크림 '베지터블 크림 파우더 F25'(1.5ppm) 등 4종이다. 이들 제품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울까.

멜라민에 대해서는 인체 대상 연구가 행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 얼마 이상을 먹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난다는 자료는 나와 있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멜라민의 식품첨가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 유해 기준이 따로 없다. 다만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특정 성분을 장기간 매일 섭취해도 안전한 용량을 나타내는 '내용 하루 섭취량(TDI)'에서 멜라민의 하루 섭취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EFSA의 멜라민 TDI는 0.5㎎/㎏ bw/day로 미국 FDA 기준(0.63㎎/㎏ bw/day)보다 좀 더 엄격하다.

EFSA 기준을 적용하면 몸무게 ㎏당 매일 0.5㎎ 이상 멜라민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 체중 20㎏인 어린이로 따지면 10㎎ 이상이 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멜라민이 검출된 '미사랑 코코넛'의 멜라민 함량은 271.4ppm이다. 제품 1㎏에 271.4㎎의 멜라민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중량 5.5g인 제품 한 개에는 약 1.49㎎이 들어 있다. 따라서 체중 20㎏인 어린이가 하루 7~8개 정도를 장기간 먹으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국립독성연구원 관계자는 "하루이틀이라면 모를까 매일 같은 과자를 7~8개씩 장기간 먹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에 따라 섭취 빈도가 천차만별인 커피는 어떨까.

커피의 경우 자판기 커피를 하루에 10잔 이상 마시는 사람도 간혹 있다. 문제가 된 커피크림의 멜라민 농도는 1.5ppm으로 1㎏ 안에 1.5㎎의 멜라민이 들어 있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크림의 양을 5g이라 치면 멜라민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섭취하는 멜라민은 0.0075㎎이다. EFSA 기준에서 체중 60㎏인 성인의 하루 멜라민 섭취 한도는 30㎎. 하루 4000잔의 커피를 마셔야 한도에 도달한다는 계산이다. 멜라민 과자보다 훨씬 더 위험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멜라민은 웬만큼 먹지 않는 한 별로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에선 왜 영ㆍ유아 사망에까지 이른 것일까.

중국 싼루사의 멜라민 농도는 2650ppm으로 분유 ㎏당 멜라민이 2650㎎이 들어 있다. 생후 10개월 아기의 체중을 10㎏이라고 치면 이 아이의 하루 섭취 멜라민 한도는 5㎎이다. 이 아이가 싼루사 분유를 하루 150g씩 먹었다면 397.5㎎의 멜라민을 섭취했다는 얘기가 되고 이는 한계치의 80배에 이른다.

게다가 아이에게 분유는 주식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섭취했기 때문에 이것이 신장결석으로 이어졌다.
오히려 우리 생활주변에서 멜라민보다 더 해로운 것은 흡연으로서 계산상으로 대략 1000배 정도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노원명 기자ⓒ 매일경제]

2008.09.29 18:12:4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