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을 쓴 인기 소설가 김훈(60·사진)씨가 "우리 사회의 언어가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 라며 의사소통 방식에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씨는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강연에 참석 '나의 문학과 사회의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했다. 그는 "요즘 글 쓰기가 어렵고 신문, 저널 읽기가 고통스럽다"며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기 때문에 언어가 소통이 아니라 단절로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지배적 언론이나 담론들이 당파성에 매몰돼 그것을 정의, 신념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우리 시대 언어의 모습은 돌처럼 굳어지고 완강해 무기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과 의견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글쓰기의 모범으로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꼽았다. "난중일기를 읽으며 가장 놀란 것은 이순신의 지도역량이나 덕성이 아니라 리얼리스트 정신이었다. 그는 어떤 당파성도 없이 바다의 사실에만 입각해서 썼다. 무인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아무런 수사학 없는 문장이었다." 김씨는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쓴 장편 '칼의 노래'에서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고 했던 첫 문장을, 일말의 주관도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고쳤다는 창작 과정의 뒷얘기도 공개했다.
김씨는 "사실 위에 정의를 세울 수는 있어도 정의 위에 사실을 세울 도리는 없다"며 "나는 신념이 가득 찬 자들보다는 의심이 가득 찬 자들을 신뢰한다" 는 말도 덧붙였다.
입력 : 2008.09.10 22:55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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