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담은 미술]
군대 가는 청년들 영상작품, 한강의 기적 떠올리게 하는 불빛
합성사진처럼 무중력 상태 식물 등
아름다움 표현하는 것보다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게 만들었어요
- ▲ 작품 1 - 박경근, ‘군대: 60만의 초상’ , 2016, 영상.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스펙트럼 2016’ 展 제공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기억과 사연이 존재한다는 것 동의하시나요? 같은 나라, 같은 사회를 살아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비슷해졌기 때문이죠.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작품 속 의미를 말로 전하지 않아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답니다. 오늘은 한국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과 관련 있는 작품들을 같이 살펴볼게요.
작품1은 작가 박경근이 만든 영상 작품 중 한 장면입니다. 젊은 남자들이 머리카락을 어색하게 짧게 자르고 어설픈 자세로 경례를 하고 있네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이 모습이 무슨 장면 같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아마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올 거예요.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젊은 청년들이 군대에 가는 장면임을 아마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조금 전까지 눈물을 글썽이던 가족과 헤어지고 군인이 되는 순간이지요. 영상 속 이어지는 장면에는 한 사람, 한 사람 제각기 다르게 살아온 청년들이 군대 생활을 하면서 똑같이 변해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받아 잠시 가족 곁으로 돌아오면, 부모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아들이 걱정스러우면서도, 친숙한 아들의 성격이 사라졌다는 것에 낯섦을 느낀답니다.
- ▲ 작품 2 - 이호인, ‘다리를 건너는 자들’ , 2016, 영상.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스펙트럼 2016’
친숙하면서도 낯선 것은 우리 주변에 참 많아요. 이호인이 그린 작품2를 보세요. 강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불이 환하게 밝혀져 화려한 서울의 밤경치를 보여주지요. 이 작품의 이면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가난과 어둠을 경험했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모두가 오직 앞만 보고 열심히 살던 시절을 이야기할 거예요.
작품3이 평범한 사군자(四君子·동양화에서 선비가 좋아하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그린 그림) 작품으로 보이시나요? 찬찬히 놓고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최해리 작가가 그린 작품 속 식물들은 위아래 없이 사방에서 솟아난 무중력 상태예요. 게다가 계절도 언제인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매화는 원래 늦겨울·초봄에 꽃을 피워요. 난초는 봄여름에 생명력 넘치는 푸른 잎을 자랑하고요. 그런데 이 작품에는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와 싱그러운 난초가 눈을 맞은 대나무와 함께 그려져 있어요. 여러분이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특별히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다면, 식물의 개화 시기를 잘 모르는 데다 컴퓨터로 합성해서 만드는 무중력 구도의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거예요. 온갖 정보가 뒤섞여 있는 시대를 살다 보니 관객이 그림을 보는 눈마저 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 ▲ (사진 왼쪽)작품 3 - 최해리, ‘무중력 설죽 하매 한란 사방위’ , 2016, 종이에 먹·금분. (사진 오른쪽)작품 4 - 백정기, ‘악해독단’ , 2016, 벽돌·바셀린·화강암·혼합재료.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스펙트럼 2016’
백정기 작가는 세월이 가면서 흐지부지 사라져 버린 옛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어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가뭄이 오지 않도록 비를 바라는 기우(祈雨·비가 오기를 기원함) 의식이 있었어요. 작가가 기우 제단 터를 한군데 알게 되어 찾아갔는데, 등산객들이 바비큐 그릴에 불을 피워 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장소로 변해 있었다고 해요. 비와 관련된 장소가 하필 물과는 상극인 불의 장소가 되었던 거지요. 작가는 벽돌을 쌓아 기우 제단을 기리는 작품4를 만들었어요. 벽돌 틈새를 메운 물질의 정체는 바로 바셀린이랍니다. 작가는 기우 제단의 물기를 마르지 않게 하고, 상처를 낫게 한다는 의미로 시멘트 대신 바셀린을 발랐답니다.
우리 주변에는 박수받는 성공 이야기도 많지만, 상처 받은 사람들의 아픈 사연도 있어요. 현대 미술 작가들은 그 아픔과 영광 양쪽에 귀를 기울인 후, 관객들에게 한 번쯤 되짚어볼 만한 일들을 생각해보게 해준답니다.
[사회적 메시지 파악하려면?]
1.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2. 자세히 보니 논리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나요?
3. 작품의 첫인상과 두 번째 감상을 비교해보세요. 그 차이 속에 작가의 메시지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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