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제조 업체 니콘이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사진 공모전 우승작이 조작으로 판명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사진 합성 논란이 일었다.
디지털 사진 합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진 관련 디지털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고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사진 조작의 영역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역사 현장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하는 보도사진 영역조차 합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끊이지 않는 디지털 사진 조작 문제를 정리했다.
2015년 11월 고릴라 흰 끈 사건
지난해 11월 호주 언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올해의 보도사진 선정 과정에서 조작된 사진이 발견됐다. 선정 주최 측은 호주의 미디어그룹 ‘뉴스 코퍼레이션’ 소속 사진기자 데이비드 케어드가 출품한 사진을 심사하다 같은 상황을 담은 다른 사진들과 차이점을 발견했다.
합쳐진 사진에서 같은 사람이 반복(붉은 원 안)되고 크기가 다른 것이 확인되면서 사진은 조작으로 판명된다.
당시 LA 타임즈 사진책임자는 “위성 전송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고 기자에게 기대 섞인 질문을 했지만 기자가 합성 사실을 밝히면서 완벽한 사진을 위한 고의적인 조작으로 결론 났다. 신문사는 기자를 해고했다. 해고된 기자는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성능의 카메라가 쏟아지고 편집, 보정 프로그램이 정교해지면서 사진의 완성은 촬영에서 끝나지 않는다. 편집의 영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애당초 ‘후보정’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심지어 여성 연예인을 모델로 한 화보촬영의 경우 ‘해당 연예인의 과거 사진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경쟁력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름다움의 정점에 있을 때 촬영한 사진이 훌륭한 합성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사용자가 사진 합성을 하는 만큼 사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니콘 싱가포르 공모전 사태를 본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인식이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합성도 작품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합성에 둔감해지고 조작이 쉬워진 만큼 사진의 신뢰도는 떨어졌다. 보도사진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그러나 보도사진이 조작의 주체가 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진이 ‘진실을 담아내는 매체’라는 인식은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