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연애]
"경쟁력 있어야 사귄다" 新중년 연애의 조건, 젊은이 못지않게 치열
데이트 비용 마련 위해 복지관에서 아르바이트… 몸매 가꾸려 2시간씩 헬스
신중년들이 즐겨 찾는 서울 강동의 한 문화센터에서 양정희(66)씨는 퀸카(queen card·미모가 뛰어난 여성)로 통한다. 희고 고운 피부에 옷맵시도 잘 낸다. 기자가 만난 날에도 하운즈투스체크(사냥개 이빨을 연상시키는 체크무늬) 재킷에 검정 정장 바지를 입고, 가죽 핸드백을 든 모습이 50대 중년 여성으로 보이게 했다.
양씨는 남편과 사별 후 6년간 다닌 문화센터에서 무수한 신중년 남성들의 데이트 제안을 거절하다 최근 한 남성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문화센터에서 멋쟁이로 통하는 남성으로, 펑퍼짐한 옷을 입는 다른 동년배들과 달리 젊은이처럼 몸에 붙는 슬림한 옷을 즐겨 입는다고 했다.
신정철(72)씨는 동네 복지관에서 인기남 중 한 명이다. 공무원 출신으로 한 달 300만원 정도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사별한 지 2년 된 그는 자주 여성들의 구애를 받는다. 신씨는 "아무래도 여유가 있으니 여자친구 만날 유리한 조건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신중년도 젊은이와 똑같이 사랑하고 연애를 한다. 이들도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외모, 돈, 건강, 품위 등 조건을 따진다. 그리고 양씨와 신씨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연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①건강은 기본 중의 기본
박달웅(72)씨는 처음 만나는 여성이 있으면 일부러 테이블 위에 차키를 내려놓는다. 승용차를 굴릴 여력이 있다는 뜻도 되지만 아직 운전을 하고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는 표시 목적이 더 크다. 박씨는 "아무리 나이가 있더라도 빌빌대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이 싫어한다"며 "가끔 잔병이라도 걸리면 아예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서 아픈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건강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무리 다른 조건이 좋아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연애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다. 남진희(63·여)씨는 "이성 만나려면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라며 "신중년들이 아침마다 산책 같은 운동을 하고 돈을 들여 헬스클럽에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②남성은 재력이 중요
돈은 신중년의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결혼 정보 업체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의뢰해 신중년 300명을 대상으로 '이성 친구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아달라'고 설문조사한 결과 22.8%가 재산을 꼽았다. 남성(15.7%)보다 여성(29.2%)의 응답률이 더 높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돈이 있고 없고,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인기도가 달라진다"며 "젊은 층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여유가 없는 신중년 가운데는 데이트 비용 마련을 위해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성철(71)씨는 작년 여름에 만난 여자친구와 동네 복지관에서 함께 쇼핑백을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면 한 달 15만원가량의 수입이 생긴다. 그는 "꼭 돈이 많아서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이를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 했다.
③여성은 외모 가꿔야
신중년들이 주로 찾는 서울 낙원상가 '추억 더하기' 카페에서 만난 윤희자(67·여)씨는 요즘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다는 흰색 레오파드(표범 무늬) 블라우스 차림을 하고 있었다. 속이 살짝 보인다. 액세서리도 화려하다. 그는 "꾸밀 때와 안 꾸밀 때 남자들이 보는 시선이 너무도 다르다"고 했다. 다른 테이블의 박춘자(66·여)씨는 아이섀도까지 곁들인 나름 세련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갈색으로 염색을 했고 녹색 블라우스를 매치했다. 그는 "주책이란 얘기를 들을까 봐 며느리나 딸아이가 알아채지 못하게 내 방 장롱 속에 숨겨놓고 남자 만날 일이 생기면 입고 나가곤 한다"고 했다.
신중년도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외모를 본다. 이 때문에 화장 외에 요가나 헬스로 몸을 가꾸는 신중년들이 많다. 동네 복지관들에서 하는 요가 강습에는 주로 여성들이 몰리고, 신중년 남성 중엔 하루 두 시간씩 헬스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도 있다.
④남녀 공히 '품위'를 중시해
신중년이 젊은 층과 다른 점이라면 품위를 좀 더 중요시하는 것이다. 선우 설문조사에서 이성 선택의 요소로 '성격'을 꼽은 의견이 36.1%로 가장 많았다. 나이 든 만큼 격조 있는 성격, 교양을 갖춘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영순(72·여)씨는 동년배 남성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녀로 통한다. 비결은 유창한 영어 실력이다. 사별한 남편을 따라 젊을 때 미국에 살면서 익힌 것이다. 김씨는 "언젠가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남자 양반들이 그때부터 나를 다르게 보더라"며 "그 뒤로 계속 애정 공세에 시달린다"고 웃었다. 김정열(72·남)씨는 "문화 쪽에 소양이 없는 사람은 대화가 안 통해서 몇 번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멀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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