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 진동하는 선암사·토종 봄꽃의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가다
봄빛이 절정으로 치닫는 남쪽 지방에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긴 꽃샘추위로 개화가 늦어진 꽃과 제때에 핀 꽃이 함께 어우러져서 곳곳에서 눈부신 꽃 세상을 빚어낸다. 마음으로 느끼는 꽃구경을 하고 싶다면 전남 순천으로 떠나보자. 선암사 경내에는 매향이 진동하고, 낙안읍성 민속마을에는 토종 봄꽃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선암사 매화
- 전남 순천 선암사 경내에 있는 백매화가 오랜 침묵 끝에 봉우리를 열었다. 수령 620여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높이 8.2m, 둘레 1.64m 의 우람한 풍채를 자랑한다. 선암사 매화는 기품이 넘치고 향도 짙다. 우수수 흩날리는 매화 꽃비를 맞으며 세월을 잊어볼까.
매화가 진 뒤에도 선암사의 봄은 아름답다. 수양벚꽃, 겹벚꽃 등이 연달아 피고 진다. 선암사 꽃길은 매표소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4월 초순이면 활엽수 우거진 숲길 양쪽에 연분홍 진달래가 만발한다. 청량한 물소리에 발걸음을 맞추며 자분자분 걷는다. 부도밭과 나무 장승 앞을 지나면 무지개다리인 승선교(昇仙橋)가 보인다. 승선교는 이름처럼 신선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날아오르는 듯 우아하다.
강선루와 일주문을 지나 선암사 경내에 들어선다. 무우전과 팔상전 주변에는 토종 매화 20여 그루가 모여 있다. 대부분 수령 400년 이상 고목이다. 기품이 넘치고 향도 짙은 선암사의 매화나무는 특별히 '선암매(仙巖梅)'라 부른다. 원통전 담장 옆에 홀로 서 있는 백매화와 무우전 돌담 옆 홍매화는 천연기념물(제48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백매화는 수령이 약 62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로 알려져 있다. 높이 8.2m, 둘레 1.64m로 우람하다. 역동적으로 뒤틀리고 구부러진 줄기에서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깊은 연륜이 느껴진다.
무우전 돌담 아래에는 백매, 청매, 홍매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일정한 높이 없이 자연스럽게 쌓은 돌담이 제멋대로 뒤틀린 선암매의 줄기와 닮은 듯하다. 담장을 덮은 검은 기와와 이끼가 잔뜩 낀 나무껍질도 서로 닮았다.
지금 선암사에는 장경각 옆 산수유나무와 앵두나무, 적묵당 앞 연못가에 있는 처진올벚나무(수양벚나무)도 꽃을 피워 올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오는 22일까지 선암사 홍매화축제도 열린다.(선암사 종무소 061-754-5247)
◇낙안읍성 민속마을 골목길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때 축조된 성곽이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줄곧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초가집에서 산다.
둥근 성곽 안에 초가집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이 바구니 안에 표고버섯을 가득 담아놓은 듯하다. 돌담장을 끼고 고샅길을 걷다 보면 머리를 쪽 찐 외할머니가 사립문을 열고 나와 반겨줄 것 같다. 집마다 마당에 살구꽃·명자꽃·앵두꽃·산수유·벚꽃·자두꽃·매화 등 꽃나무를 심었다. 돌담 아래에는 민들레와 유채꽃이 쪼르르 줄 맞춰 늘어섰다. 온 마을이 울긋불긋한 꽃 대궐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가지붕에 들꽃 화환을 걸어놓은 것처럼 소박한 정취가 느껴진다.
마을 풍경은 사극 속 한 장면처럼 고풍스럽고 향토적이다. 민가의 처마 아래에는 갖가지 농기구와 키, 광주리 등이 매달려 있다. 마당에는 땔감과 짚단이 쌓여 있다. 볕 좋은 담벼락 아래엔 장독대가 놓여 있고, 아궁이엔 커다란 가마솥이 걸렸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사립문은 대부분 열려 있고, 그 사이로 얼굴을 내민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길손들을 반겨준다. 집 앞 텃밭에는 닭과 병아리들이 모이를 쪼고, 황소는 나른한 봄볕에 졸음을 쫓으며 눈을 끔뻑인다.
주민들은 농사짓고 민박을 치며 살림을 꾸려간다. 이 마을 초가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여행의 색다른 재미이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성벽 길을 따라서 산책하면 생강 냄새처럼 알싸한 아침 공기가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여·행·수·첩
낙안읍성 옆에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발행인이었던 고 한창기씨의 유품과 그가 평생 수집한 전통 민예품을 모아놓은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061-749-4422)이 최근 개관했다.
▲선암사에서 낙안읍성으로 가는 도중에는 상사호 호반길을 지나는데, 만개한 벚꽃 가로수길이 볼만하다. 호반길과 율치재를 지나서 금전산 중턱 오공재를 넘어서면 금둔사 입구에 다다른다. 낙안읍성과 낙안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중턱에 자리 잡은 금둔사(061-755-3809)는 우리나라에서 홍매화(납월매)가 가장 빨리 핀다는 곳이다. 매화는 이미 졌지만, 4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겹벚꽃도 볼만하다. 백제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금둔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3층 석탑(보물945호)과 금둔사지석불비상(보물946호)도 있다.
▲월등면에 있는 향매실마을은 매화밭과 복숭아밭이 많다. 매화는 이미 졌지만, 20일 전후로 만개한 복사꽃을 감상할 수 있다.
선암사: 호남고속도로 승주IC(우회전, 22번 국도 승주 방면)→서평삼거리(우회전, 857번 지방도)→죽학리 삼거리(우회전)→선암사<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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