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아가는 중년 삶의 이야기

여행관광이야기

하동 야생차밭 여행, 태백 눈꽃 여행

惟石정순삼 2012. 4. 20. 22:16

 

산삼에 비유할 만큼 독특한 향과 맛이 특징
재첩국·은어회 등 봄 섬진강 별미도 매력

섬진강 하면 사람들은 먼저 봄을 연상한다. 따스한 햇살이 퍼지며 봄을 알리는 섬진강의 평화로움을 추억하기 때문이다. 섬진강의 봄을 완성하는 것은 연분홍 꽃비로 날아가 버린 벚꽃이 아니다. 바로 섬진강의 봄을 재촉하고 푸른 신록으로 피어나는 경남 하동 화개천변의 야생차밭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야생차는 가장 먼저 짙푸른 신록을 품으며 그윽한 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경남 하동 쌍계사 주변과 화개천변 인근의 산과 들은 봄이 되면 온통 녹색의 야생 차나무로 뒤덮인다. 이곳에만 야생 차밭이 800여곳에 이른다.
◇차향기 은은한 쌍계사

화개의 야생차밭은 산비탈과 바위틈마다 듬성듬성 펼쳐진다. 하동 야생차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때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녹차 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자락 쌍계사 입구에 처음으로 심었다고 전해진다. 일주문 못 미쳐 차시배(茶始培) 추원비(追遠碑)가 세워져 있으며 마을 차밭에도 차 시배지 기념비가 있다.

쌍계사는 절집의 내력도 깊지만 수국(水菊)이 흐드러지게 수놓은 풍경도 아름답다. 쌍계사 팔영루는 우리나라 불교음악의 창시자인 진감선사 혜소(眞鑑禪師 慧昭·774∼850)가 중국에서 불교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와 우리 민족에게 맞는 불교음악을 만든 불교음악의 발상지이자 훌륭한 범패 명인들을 배출한 교육장이다. 진감선사가 섬진강에 뛰노는 물고기를 보고 팔음률로 어산(절에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불교음악)을 작곡했다고 해서 팔영루라 불렀다고 한다.

쌍계사 주변 야생차밭을 둘러봐도 좋고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의 불일폭포 트레킹도 좋다.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신록터널을 이루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쌍계사 주변을 비롯해 화개 일대의 산과 밭은 온통 차나무로 덮여 있다. 공식 다원(茶園)이 20여개, 녹차를 재배하는 곳이 800여개에 이를 정도이다. 특히 화개의 야생녹차는 뿌리가 깊게 박혀 자라기 때문에 생명력이 강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이 불을 질러 없애려 했으나 다시 싹을 틔우고 살아나 지금처럼 번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지나 용강리와 법왕리에 이르는 지리산 자락은 토종 야생차밭이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꽃비 되어 사라진 자리에 푸른 찻잎이 그 공간을 메웠다. 이곳 200여만 평은 토종 차나무들의 군락지이다.

차꽃.
◇경상도 '머스마' 닮은 야생차

전남 보성이나 제주도의 차밭은 예쁘다. 마치 보리밭처럼 신록이 물결치는 고랑이 있고, 차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아름답다. 사진으로만 봐도 푸른 자연이 눈에 쏙 들어올 지경이다. 나무를 밭에 심어 재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개는 다르다. 나무들이 가지런히 줄 서 있는 게 아니다. 마음대로 흩어져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일부러 심어놓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뿌리내리고 고개를 들어 햇볕을 쬔다.

용강마을에서 선골제다를 운영하는 김종관 사장은 화개 야생차를 깊은 산 속에서 남몰래 자라는 산삼에 비유했다. 그만큼 그윽하고 독특한 맛과 향을 지녔다는 것이다. “일교차가 큰 한랭한 산간지에서 천천히 성장해야 효능이 높은 성분이 축적됩니다. 이곳에서 향이 좋은 양질의 차가 생산되는 것은 지리산 때문입니다. 섬진강을 끼고 있어 안개가 자주 끼고 이것이 일조량을 조절해 차 맛이 좋죠. 지리산 계곡의 맑은 물과 청정한 공기, 산소를 많이 함유한 다공성 토질도 차나무의 성장을 돕지요.”

보성 차밭이 예쁜 여성의 모습이라면 화개 야생차밭은 거친 ‘경상도 머스마’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 듯싶다. 모양새는 없지만 이곳 야생차밭은 세계 3대 야생차밭 중 한 곳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는다. 향을 가미하는 중국이나, 맛을 가미하는 일본 차와는 달리 자연 그대로 향과 맛을 살려내는 제다(製茶) 방법도 화개차의 비법이다.

품종도 전남 보성 일대의 대단지 차밭에서 키우는 차나무와 다르다. 하동 일대 차나무는 중국 계통 소엽종의 차나무다. 하동 야생차는 제조과정도 전통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차를 따는 곡우(穀雨) 무렵이 되면 화개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커다란 무쇠솥과 멍석을 준비한다. 그리고 맑은 날 잎을 따 가마솥에 넣고 덖어 멍석에서 비비는 과정을 3~7회 반복한 뒤 건조해 만든다. 가마솥에 볶듯이 익히고, 멍석에 비벼 볶은 찻잎에 일부러 상처를 내 찻물로 우려낼 때 더 진한 향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을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재첩국·은어회 별미

하동 악양면 평사리는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 몸에 받은 땅이다. 악양은 중국의 악양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보리밭과 자운영이 수채화처럼 수놓는 들판 풍경이 아름답다. 최 참판댁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지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한옥 14동과 조선후기 생활상을 담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평사리 일대는 초가집과 조선시대 생활상을 복원해 놓았다.

봄 섬진강은 맛깔스러운 별미가 가득하다. 재첩국과 참게탕, 은어회가 유명하다. 특히 은어회를 찻잎에 싸먹으면 세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입안에 달콤한 향기가 감돈다.

여·행·수·첩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하동IC에서 빠져나온다.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읍내를 지나 20㎞ 정도를 계속 달리면 화개. 여기서 벚나무길(구길)을 타고 6㎞ 정도 올라가면 쌍계사 주차장. 주차장에서 쌍계사는 400m 거리이고 쌍계사 입구 삼거리 우측에 차 시배지가 있다.

차문화센터(055-880-2371)는 하동군이 하동녹차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쌍계사 입구에 마련했다. 차를 재배하여 덖고 비비는 모든 생산 과정을 정교한 조형물을 통해 시연하고 있다. 전시실에서 차문화 발달과정과 차 제조과정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차를 무료 시음할 수 있고 다도를 배울 수도 있다.

산골제다(055-883-2511)는 주인이 직접 4~5월 찻잎을 채취해 말리고 덖는다. 보통 녹차는 3번은 마실 때 가장 맛이 좋다고 하지만화개 야생차는 맛과 향이 강해 5번 정도는 기본이다. 산비탈에서 직접 채엽하는 최상품 녹차, 녹차냉면, 녹차수제비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쌍계사가 내려다보이는 명당에서 야생차를 무료 시음할 수 있다.

혜성식당(055-883-6303)은 20여년 한식 전문가인 주인이 직접 고추장과 간장 등을 집에서 담아 맛깔스럽고 토속적이다. 된장을 풀어 끓이는 참게탕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싱싱한 은어회와 고소한 튀김을 맛볼 수 있다. 향긋한 깻잎과 상추에 싸서 먹으면 수박향이 입안에 돈다. 후식으로 화개 야생차를 곁들일 수 있다. 참게탕 4만5000원, 은어회 3만원.

 

 

순백 세상… 나도 하얗게 탈색이 된다
가장 높은 추전역 협곡의 승부역… 열차에서 내려 주변 산책할 수 있어
험하지 않은 태백산 최적의 트레킹 코스… 제대로 즐기려면 1박해도 좋아

눈꽃이 핀 산에 올라서면 모든 것이 평등하다. 흰 눈에 파묻혀 나무도, 바위도 모두 흰색으로 서로에게 등을 기댄다. 각양각색으로 빛나던 모습 대신 모두 한 가지 색의 동일한 빛을 낸다. 그 속에 들어간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낮은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은색의 산호숲. 능선을 따라 하얗게 늘어선 눈꽃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하늘과 맞닿은 태백준령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산 그림자가 겹겹이 그림처럼 펼쳐지다가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운해(雲海)를 만들어낸다.

새하얗고 깨끗한 눈이 산 위의 바람을 만나 만들어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설국(雪國)이 펼쳐져 있다. 지난 겨울 눈덮힌 태백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능선을 오르고 있다.

◇눈꽃 찾아 떠나는 열차 여행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과 눈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오지인 봉화군 승부역, 그리고 태백역을 경유하는 눈꽃열차는 겨우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눈꽃열차는 출발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온통 설레는 표정이다.

첩첩산중 강원도의 오지 태백. 태백산을 중심으로 산들은 화려하고, 능선에 앉은 들은 순하고 소박하다. 돌부리가 젖어 반짝거리는 물줄기는 얼음처럼 투명하고, 승부·철암 등 탄광촌은 주름살 깊게 파인 광부의 얼굴마냥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각자의 생김대로 둥지를 틀고 있다.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나는 태백의 겨울은 태백산이 먼저 연다. 바람이 많고 적설량이 많아 겨우내 눈밭이다. 높되 험하지 않아 겨울 눈꽃 트레킹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마치 동화 속의 눈꽃나라에 들어선 것처럼, 주목과 어우러진 설국의 순백풍경이 일품이다. 눈꽃열차의 종착역인 태백은 동해 일출과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도 조망할 수 있다.

경북 봉화군의 낙동강 상류 강변에 있는 '승부역'. 동대구와 강릉을 오가는 열차를 타면 봉화와 태백의 낙동강 상류를 지나는 구간에 있는 작은 역이다. 승부역은 겨울이면 운행하는 '환상선 눈꽃열차'의 중심 역이 되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 첩첩산중의 산골 역이다. 협곡의 강안 바위벽을 절개해 겨우 확보한 공간에 들어선 철로와 역(驛)은 낮은 지붕의 벽돌건물 역무실과 플랫폼만 설치한 한 평 반짜리 대합실이 전부다. 역과 마을 사이에 낙동강이 가로놓여 역을 오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최근에야 튼튼한 현수교가 놓였다.

주변 승부리 마을의 가구 수는 30여 호. 화전민이 일군 산기슭 밭에 주로 배추·무를 재배하는데 밭고랑에 줄지어 선 대추나무 풍경이 인상적이다. 이 마을과 외부를 잇는 길은 낙동강 상류 석포면에서 진입하는 비포장도로가 유일한 길. 하류의 봉화 쪽은 험한 산세와 낙동강에 가로막혀 아직 길이 없다.

앞으로는 낙동강, 뒤로는 절벽, 주변은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들리는 건 물소리 바람 소리요, 보이는 건 산과 강뿐. 유일하게 숨통 틔워주는 것이 하늘인데 그나마도 협곡지형에 하늘도 가린다. 한국의 융프라우라는 정선 땅을 지나 태백으로 가는 길은 천지가 눈이다. 하늘도, 산도, 들도 새하얀 설국(雪國)의 땅 정선과 태백. 이른 겨울부터 순백의 아름다운 눈꽃을 간직한 동화 속 나라 같은 풍경 속으로 눈꽃열차는 달리고 또 달린다. 기차는 덜컹덜컹 터널을 지나 태백에 도착한다.

눈의 나라를 선물했던 환상선 눈꽃기차는 다시 귀로에 나서 어둠 속을 달린다. 서둘러 찾아온 어둠이 기차를 감싸자 여기저기서 포근한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시나브로 온 가족이 눈(雪)으로 즐긴 눈꽃여행은 막을 내리고 도시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낙동상 상류 강변에 있는 봉화 승부역. 매년 1월 말 태백으로 가는 눈꽃열차가 머무는 곳이다.
태백산의 설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하차해 하루 정도 더 머무는 것도 좋다. 눈꽃 산행을 즐기는 여행객들은 태백역에서 내려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고 태백산으로 가도 된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태백산 정상까지 1시간 남짓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 겨울 태백산 눈축제는 내년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열린다. 눈축제장에 오봉썰매타기, 이글루 카페 체험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된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5

여행수첩

환상선 눈꽃열차는 코레일에서 내년 1월 7일부터 2월 19일까지 운행한다. 당일 왕복열차이고, 코레일투어(1544-4590)를 이용하면 4만7000원에 예약할 수 있다. 정말 추우니까 옷을 든든하게 챙겨 입어야 한다. 아침 겸 점심으로 김밥이나 간단한 식사, 따뜻한 음료 등을 준비하면 좋다.

그 밖의 눈꽃 여행지

지난해 태백 눈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조각 앞 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 유철상 여행작가

▲선자령: 사방팔방 파노라마 눈꽃 트레킹

선자령 눈꽃 트레킹 등산로는 동네 뒷산 가는 길만큼 평탄하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설원에서 눈꽃을 감상하고 하산길에는 엉덩이썰매를 즐기며 내려올 수 있어 가족단위 산행으로 알맞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산들의 파노라마. 정상에 올라서면 눈을 덮어쓰고 있는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다보인다. 맑은 날에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전망이 일품이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평창군청 033-330-2771

▲덕유산: 곤돌라 타고 은빛 산호초 눈꽃감상

덕유산 설천봉에 오르면 눈꽃이 먼저 마중 나온다. 해발 1100m 지점을 지나면서 구상나무, 단풍나무 가지에 온통 설화가 내려앉았다. 설천봉은 덕유산에서도 손꼽히는 전망 포인트다. 솜털 같은 눈꽃이 바삭거리며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는 모양이 묘한 희열을 일으킨다. 소담스레 핀 순백의 눈꽃, 뽀득뽀득 밟히는 푹신한 눈길. 향적봉의 주목 군락지가 중봉 능선에 꽃핀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하고 30분 정도 눈꽃능선을 오르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이 나온다. 곤도라는 오전 9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운행하고, 이용요금은 왕복 1만2000원. 전북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185, 무주덕유산리조트 063-322-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