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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에 약산, 강화도엔 고려산… 김소월도 몰랐던 '진달래 천국'

惟石정순삼 2012. 4. 19. 07:27

 

강화도 고려산

영변에 약산이 있다면 수도권엔 고려산이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연인도 차마 즈려 밟고 갈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연분홍 꽃 진달래. 김소월이 몰랐던 진달래 천국이 강화도 고려산에 있다. 산 이름은 고려시대 고려(高麗)와 한자가 같다. 몽골 침입으로 고려 수도를 강화도로 옮긴 시기에 고려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강화도의 오밀조밀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려산 낙조대. 해넘이 명소로 적석사에서 가깝다. 고려산 정상 부근은 이달 말이 되면 온통 진달래꽃으로 뒤덮인다.

산에 담긴 역사적 의미에 비해 산세는 얕다. 흔한 시골 뒷산 분위기다. 군시설물이 곳곳에 있고 정상까지 콘크리트 임도(林道)가 나 있어 자연미가 빼어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진달래만큼은 수도권에 견줄 산이 없다. 4월 중순이면 산불이 난 것처럼 정상 일대가 벌겋게 달아올라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강화군에서도 2003년부터 '고려산 진달래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평소보다 늦은 20일부터 축제가 열린다. 축제 관계자는 "20일쯤 본격적으로 꽃이 피기 시작해 28일쯤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백련사로 간다. 백련사는 진달래 군락지로 이어진 가장 가까운 산행 기점이다. 해발 고도 30m인 산 아래에서 258m지점 언저리에 있는 백련사까지 차로 오른다.

이제부터 산행이다. 물기가 적어 발에 엉기지 않는 말랑말랑한 진흙을 밟고 걷는다. 디딜 때 촉감이 부드러워 오르막이지만 힘들지 않다. 촉감은 부드럽지만 시선은 휑하다. 4월 중순이지만 숲은 앙상하다. 흑백사진 속 한 부분만 컬러를 합성한 것처럼 생강나무꽃이 겨울 풍경에 홀로 반기를 들고 있다.

어렵지 않은 오르막에 몸이 익숙해진다 싶을 즈음 콘크리트 임도다. 임도 따라 오르는 길, 곳곳에 데크 전망대가 있어 눈이 시원하다. 섬산답게 산과 바다, 논밭과 마을을 균형 있게 품은 그림이 조화롭다. 여느 섬산과 달리 시선이 계속 산 안으로 향하는 건 진달래 때문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좋은 전망대가 연이어 나타나지만 진달래는 여전히 침묵이다. "예년 같았으면 연분홍색으로 가득 찼을 텐데" 하는 소리가 등산객들 사이에서 들린다. 정상은 미군부대가 있어 갈 수 없다. 부대 정문 앞의 너른 터가 등산객들의 정상이다. 산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 데크가 발걸음을 유혹한다. 데크를 따라 진달래 동산 한가운데로 향한다.

주능선에서 툭 튀어나온 지능선 줄기가 진달래 군락지의 중심이다. 데크를 따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황사 때문인지 필터를 씌운 듯 흐릿한 하늘은 바다를 회색으로 만들어 놓았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 청련사 쪽으로 길을 잡는다. 평범한 소나무 숲길이 더없이 편안한 솔 향기와 발디딤 푹신한 촉감으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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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가이드

편안한 육산이라 가족 산행이나 실버 산행지로 좋다. 대표적인 산행기점은 백련사·청련사·적석사·미꾸지고개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들머리는 백련사다. 군락지와 가깝고 원점 회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달래 군락지는 군부대가 있는 정상을 기준으로 서쪽 방면에 지천을 이루고 있다. 백련사에서 570m 가면 임도를 만나고 임도 따라 900m 가면 정상이다.

하산은 온 길을 되돌아가 이정표 옆 대형 진달래 사진이 있는 청련사 갈림길에서 능선을 따라가야 한다. 이어 참호가 있는 갈림길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가면 백련사에서 300m 떨어진 차단기 앞 갓길 주차장에 닿는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백련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 회귀는 3.8㎞에 두시간 정도 걸린다. 진달래축제 기간에는 백련사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 고인돌광장에 주차를 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3㎞를 걸어야 한다. 주차료는 무료다. 백련사에 비해 한가한 미꾸지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해 진달래 군락지를 거쳐 백련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미꾸지고개에서 백련사까지 종주할 경우 약 9.5㎞에 4시간 정도 걸린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