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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百年大計-남유럽 실패 연구] 그리스 <1>, "포퓰리즘 판치려는 상황… 막으려면 일자리뿐"

惟石정순삼 2011. 11. 3. 10:44

 

[복지 百年大計] 남유럽 실패 연구 그리스 <1>
산업 일굴 돈으로 무상복지, 기업 대신 일자리 만드느라 노동인구의 25%가 공무원… 월급·수당에 정부예산 허덕
올 상반기 청년실업률 43% "정치선동 혹한 기성세대 탓"

복지는 백년대계(百年大計)다. 한번 설계하면 100년을 간다. 소득 2만달러를 넘은 우리도 제대로 된 복지 시스템을 갖출 때가 됐다. 하지만 처음에 잘못 설계하면 두고두고 미래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그런 실례를 지금 남유럽 국가들이 실증해주고 있다. 잘못된 복지·재정 설계로 고전 중인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3개국을 현장 해부했다.

그리스 최고 명문 아테네대학에 다니는 스타마티스 사바니스(29·고고학과 4년)씨의 대학 시절은 평탄했다. 모든 그리스 대학생처럼 그는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고, 대부분 학생이 그렇듯이 그도 8년째 대학에 적(籍)을 둔 채 군대까지 마쳤다. 그는 무상(無償)교육을 보장하는 그리스의 복지제도에 감사하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졸업이 닥쳐오면서 가혹한 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기생 앞에 기다리는 것은 월 500유로(약 80만원)짜리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가 전부였다. 그는 "그리스에서 졸업장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일자리 자체가 없는데 명문대를 나온들 무슨 소용 있느냐는 것이다.

무상교육은 그리스 복지제도가 내세우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학부는 물론 대학원 석사·박사과정도 등록금 한 푼 받지 않고, 기숙사비까지 모두 공짜다. 부자든, 가난하든, 원하는 만큼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복지 철학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인재를 배출해놓고 정작 일자리는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에선 매년 8만5000명의 대학 졸업생이 사회에 나온다. 하지만 청년층을 위한 정규직 일자리 공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 상반기 그리스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43%에 달했다.

그리스엔 관광·해운 외에 변변한 산업이 없다. 기업이 못 만드는 일자리를 그리스는 정부가 대신 제공해왔다. 예산을 쏟아붓고 외국에서 빚까지 얻어다 공무원과 공기업 일자리를 마구 늘린 것이다. 필요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주기 위해 공무원을 채용한다는 식이었다.

그 결과 그리스는 노동인구 4명 중 1명(85만명)이 공무원인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그리스의 공무원은 오후 2시 반까지 일한다. 그러고도 온갖 수당과 연금혜택은 다 받아간다. 공무원 자체가 통제불능의 거대한 이익집단이 됐기 때문이다.

GDP의 53%(2010년)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지출은 공무원 월급 주느라 허덕일 지경이다.

1980년대 초까지 그리스 경제는 유럽의 우등생 그룹에 들었다. 그랬던 그리스가 30년 만에 망한 까닭에 대해 그리스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러나 '그리스 미스터리'의 구조는 의외로 간단했다. 돈으로 표를 사는 정치인, 그리고 그런 정치인을 계속 뽑아준 유권자의 합작품이었다. 앞서의 사바니스씨는 "기성세대가 정치인의 선동에 넘어가 표를 몰아준 탓에 이 꼴이 됐다"고 했다.

꿈도 희망도 잃은 청년들을 그리스에선 '700유로(약 110만원) 세대'라고 지칭한다.

일자리 대신 소비성 복지에 돈을 쓴 그리스 모델은 유럽에서도 가장 비참한 '700유로 세대'를 낳았다.

 

 

 

"포퓰리즘 판치려는 상황… 막으려면 일자리뿐"

[성장에서 고용으로 보수 대전환, 왜 지금인가…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 인터뷰]
"기회의 평등 빼앗긴 대중들, 투표로 자본주의 심판 원해
포퓰리즘은 대안될 수 없어… 아르헨티나·그리스… 나눠 먹다 결국 망했지 않나
성장률 조금 손해보더라도 고용창출 큰 서비스업 지원을"

"자본주의가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하다 보면 '빈부격차 심화'와 '공정성 상실'이란 두 가지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과거 칼 마르크스가 출현할 때가 그랬죠. 지금도 비슷한 덫에 걸려 있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서강대 명예교수)은 전날 박 전 대표가 성장률에 집착하기보다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중심지표로 삼겠다며 보수의 대전환을 선언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덫에 걸린 상황에선 억눌려왔던 대중의 욕구가 분출하기 마련이다. 그 통로는 정치로 귀결된다. 김 원장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양대축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평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민주주의는 1인 1표라는 결과의 평등이고 자본주의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는 기회의 평등인데, 지금 대중들은 자본주의가 결과는 물론 기회의 평등에도 실패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면서 결국 민주주의를 통해 자본주의 권력을 심판하자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싱크탱크의 좌장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2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현재 자본주의 체제는 빈부격차 심화와 공정성 상실이란 문제에 봉착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 일변도 정책을 버리고 국민이 진정 행복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런 상황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발호할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포퓰리즘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과거 포퓰리즘으로 흘렀던
아르헨티나, 그리스를 보세요. 나눠 먹다 망했어요. 사회주의 정권이 잡으면 사회가 공정해지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역사적 경험이에요. 그래서 성장을 계속 하면서 빈부 격차와 부정부패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는 그 방법의 핵심이 바로 일자리라고 말했다. "소득 분배가 가능하고 양극화로 흐르지 않는 성장 구조가 되려면 일자리가 생겨야 합니다. 그리고 법질서를 지키고 부정부패가 없어 모두가 공정함을 느끼는 사회 질서도 형성돼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마르크스가 등장할 때처럼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로 중산층이 점점 얇아져 현재는 지나치게 얇아져 있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칼 마르크스가 나온 흐름과 유사하다. 공정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불신이 팽배해 있다. 게임을 할 때 공정한 룰 갖고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저놈은 부정부패해서 돈 버는데 나는 그걸 못해서 졌다는 심리가 생긴다. 승복을 안 하려고 한다. 그런 의식이 20~40대에 강하다. 20대는 일자리, 30대는 공정성 의식, 40대는 자기 노후 불안에 대한 불만이 심하다."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서비스 내에서도 복지 관련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사회서비스 산업이 그것이다. 보육, 노인건강관리, 장애 지원 등을 위한 산업이 고용효과도 아주 크고, 중소기업형이다. 또 그 자체가 내수산업이다. 채산성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정부가 보조해주면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복지수요도 만족시키고 고용 효과도 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다른 한 축은 지식서비스산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이 될 수 있다. 대기업 경쟁력 강화 인프라도 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은 이명박 정부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원하는 대로 일자리 창출이 안 됐다.

"물론 이 같은 아이디어는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또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MB정부의 큰 흐름은 성장 중심이었다. '747(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이란 틀을 통해 자원을 배분했다. 자식이 여럿 있는데 누구한테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공무원의 행정력, 수단, 전달체계, 예산을 얼마나 투입하고 배분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명박 정부에 우리의 아이디어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

이명박 정부도 집권 초반에는 성장을 내세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궤도를 수정했다.

"이명박 정부도 변하고 있다. 인정한다. 그런데 정책이란 것은 입안부터 집행까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지금 시점에서 '이거 하겠다'고 하면 효과 내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집권 초에 청사진을 제시한 후 하나의 콘셉트로 정비된 출발을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분명 초기 개념이 성장 우선이었다. 이제 와서 바꿔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