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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고백… "똑바로 치는 게 가장 힘들어"

惟石정순삼 2011. 4. 15. 09:50

우즈, 한국서 골프 클리닉 열어


취재진 130여명 몰려… "샷 연습은 못하더라도 퍼팅훈련 거르면 안돼"
우즈가 찾은 제이드팰리스… 백상어 그렉 노먼이 설계, "코스·주변환경 뛰어나"

주니어 골퍼들에게 레슨을 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골프 황제'가 가장 치기 어려운 샷은 무엇일까. 경기 전에 어떻게 몸을 풀고, 그린 위에선 무슨 고민을 할까. 타이거 우즈(36·미국)가 14일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골프장에서 열린 나이키골프 필드 레슨을 통해 비밀을 털어놓았다.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팬들을 만난 우즈는 "7년 전엔
제주도
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 본토 방문은 처음"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회자가 "마스터스 4라운드 15번홀에서 2m짜리 이글 퍼팅만 넣었어도 그린 재킷을 입고 왔을 것"이라고 소개하자 우즈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씩 웃었다. 이날 행사에는 13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공의 탄도·방향 따라 9가지 구질 구사할 수 있어"

"어떤 샷이 가장 보고 싶어요?"

"드라이버"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우즈는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먼저 몸 좀 풀어야겠다"며 60도 웨지를 꺼내 들었다. 우즈는 "경기 전 항상 같은 패턴으로 연습한다"며 "60도 웨지, 8번·4번 아이언, 5번·3번 우드, 드라이버를 치고 다시 8번 아이언과 60도 웨지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페이드(오른쪽으로 약간 휘는 샷)와 드로(왼쪽으로 약간 휘는 샷)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치는 드라이버샷이 300야드 가까이 날아가자 갤러리들의 탄성이 터졌다. 우즈는 "공의 탄도와 방향에 따라 9가지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면서 "그 중 가장 어려운 구질은 똑바로 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행사엔 국내 10대 유망주 6명이 참석해 우즈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우즈는 드라이버로 270야드를 날리는 이현우(17·함평골프고)를 향해 "(드라이버샷은)레슨이 필요 없으니 쇼트게임만 잘하라"고 칭찬했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 됐다는 안예인(13·대청중)의 샷을 보고는 "1년?"이라고 되물으며 놀라워했다. 100야드 어프로치샷을 핀 옆 20㎝에 붙여 우즈의 박수를 받은 김민지(16·대원여고)는 "우즈를 직접 만난다는 설렘에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며 감격했다.

타이거 우즈가 14일 춘천의 제이드 팰리스골프장에서 열린‘골프 클리닉’에서 롱아이언 샷 시범을 보이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나이키골프 코리아 제공
"승부 가르는건 경기 운영 능력"

그동안 숱한 승부처에서 마술 같은 퍼팅을 선보였던 우즈는 그린 위 레슨에 한층 공을 들였다. 우즈는 티 2개를 퍼터 헤드 길이와 똑같은 폭으로 꽂아 작은 문(門)을 만들어 일정한 궤도로 퍼팅하는 시범을 보였다. 우즈는 "직선 오르막에서 최대 100번까지 반복 연습한 다음 그린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퍼팅을 한다"고 말했다.

우즈가 퍼팅할 때 가장 강조한 것은 볼 스피드였다. "아무리 퍼팅 라인을 잘 읽어도 스피드가 안 맞으면 홀에 떨어지지 않거든요." 그는 "나는 오른손으로 공을 친다는 느낌으로 퍼팅을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며 "친한 친구인 스티브 스트리커는 왼손 위주로 퍼팅한다"고 소개했다. 우즈는 "아버지가 맨 처음 가르쳐준 게 있다"며 "몸보다 퍼터 페이스를 먼저 정렬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한 퍼팅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즈는 레슨을 마치면서 "골프에서 승부를 가르는 건 샷 기술이 아니라 게임을 풀어나가는 운영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쇼트게임을 잘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샷 연습은 못하더라도 퍼팅훈련을 거르지 마세요."

14일 타이거 우즈가 방문한 춘천 제이드팰리스골프장은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이다.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이 코스를 설계해 2004년 9월 개장했다. 우즈 방한 행사를 주관한 나이키골프측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코스와 클럽하우스가 훌륭한 골프장을 찾다가 제이드팰리스를 낙점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10시부터 시작했지만 우즈는 8시 45분쯤 골프장에 도착해 미리 몸을 풀었다. 우즈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9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몇 차례 샷을 날렸다. 제이드팰리스 관계자는 “우즈가 코스 상태나 주변 환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14일 오전 강원도 춘천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골프 클리닉'을 열었다. 많은 취재진과 골프팬들이 모인 이자리에서 우즈는 " 골프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이며, 셰계를 돌며 투어를 할수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우즈는 자신의 골프백을 공개하며 장비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곧이어 아마추어 주니어 골퍼들에게 자세교정, 연습 전략등을 소개하는 레슨을 시작했다./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우즈 "내 전성기는 아직 멀었다"

"제 전성기는 아직 멀었습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자신이 있어요."

타이거 우즈는 14일 한국 팬들 앞에서 '부활'을 자신했다. 11일 끝난 마스터스에서 공동 4위에 오른 우즈는 "새로운 코치 숀 폴리에게 스윙 교정을 받고 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더욱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윙을 바꾼 뒤로 쇼트게임보다 롱게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미국 무대에서 한국 골퍼들의 선전에 대해 "
최경주양용은의 실력은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한국 여자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남자 선수들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10대 선수들에게 친절한 레슨을 해준 우즈는 "어린 선수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고 말했다. "난 솔직히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했고, 말도 서툴러서 2년간 교정을 받기도 했어요. 어린 친구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꿈을 가지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우즈는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4일 오후 전용기로 출국했다.

 

도도했던 그 ‘황제’ 맞나… ‘훈남’된 우즈

“이렇게 해보세요” 우즈의 원포인트 레슨 7년 만에 방한한 타이거 우즈(왼쪽)가 14일 춘천 제이드팰리스GC에서 열린 나이키 홍보행사에서 주니어 골퍼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다. 전날 밤 입국해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춘천=연합뉴스

인생의 쓴잔 속에서 여유와 배려의 지혜라도 터득했을까.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6·미국)의 입가에는 연방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4일 춘천 제이드팰리스GC에서 열린 나이키 홍보행사 ‘메이크 잇 매터(Make it Matter)’. 마스터스 출전을 마치고 중국으로 이동해 똑같은 이벤트를 치른 뒤 전날 밤 입국한 빡빡한 스케줄에 여독도 풀리지 않았지만 그는 이날 골프 클리닉에서 하루 꼬박 주니어 골프선수와 일반인 앞에 나서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7년 전 처음 방한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난공불락의 세계 최강이던 그는 철저하게 각본에 따라 움직이며 좀처럼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대화도 매니저를 통해서만 나누거나 다른 사람하고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주위 사람을 한결 편하게 대했다. 그는 “예전에는 제주에 왔을 뿐이다. 한국 본토는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어 참가자들을 웃겼다. 6명의 주니어 선수에게 한 수 지도할 때는 푸근한 ‘아빠 미소’와 아낌없는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거물 스타에게 잔뜩 얼어 있던 어린 선수들의 긴장감은 눈 녹듯 풀렸다. 우즈는 이현우(17·함평골프고)의 드라이버 샷에 대해 “더는 가르칠 게 없다. 돌아가라”고 했다. 자신의 조언을 들은 김민지(16·대원여고)가 85m 거리의 샷을 홀 10cm에 붙이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민지는 “우즈를 만날 생각에 들떠 오전 4시에 일어났다. 잘한다는 칭찬을 들어 자신감이 생긴다”고 고마워했다.

우즈는 클럽하우스 프로숍의 한 여직원이 “잘 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오후 행사 때 500명의 갤러리가 박수를 보내자 우즈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장난스럽게 인사했다.

팬들이 드라이버 샷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자 “젊을 때는 곧바로 드라이버를 잡았다. 한땐 정말 드라이버를 잘 쳤다. 하지만 이제는 워밍업을 해야 할 나이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이버와 3번 아이언으로 페이드샷과 드로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시범을 보인 우즈는 “탄도와 구질에 따라 아홉 가지로 다양하게 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공을 똑바로 보내는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우즈는 성 추문과 이혼으로 골프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으며 지난해 마스터스 복귀 후 무관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방문이 우즈에게는 확실한 이미지 변신의 계기가 됐다.

지난주 마스터스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재기를 알린 우즈는 “점점 좋아지는 과정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스윙 교정도 잘되고 있다. 다음 대회에선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날 행사 후 전세기 편으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춘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