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간통죄 "남편을 고소하러 왔는데요" "현장 증거 있나요?… 유죄 인정돼도 실형은 거의 없어요"
사문화된 죄… 고소도 힘들다
1998년 2000명 기소작년엔 568명뿐
두 자녀가 있는 A(44)씨는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A씨의 시어머니는 아들 B가 바람난 사실을 알게 됐다. 무력한 며느리 대신 나선 시어머니는 B씨를 혼내주기 위해 간통 현장을 덮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3월, B씨가 내연녀와 사는 아파트로 찾아간 시어머니는 문 앞에서 112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현장엔 두 명의 경찰이 도착했다. 안에서 이미 눈치를 챘는지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은 "이런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그냥 돌아갔다.
시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인근에 있는 경찰서로 가 '아들을 간통으로 고소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간통 사건은 현장을 잡아야 하는데 상당히 힘들고,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였다. 그래도 고집을 부려 고소장을 접수했고, B씨를 조사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경찰서에 온 B씨는 A씨에게 "왜 증거도 없이 고소해서 사람 피곤하게 하느냐"면서 오히려 고자세(高姿勢)로 나왔다. 남편은 아내 A씨에게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간통죄로 고소하기, '하늘의 별 따기'
간통죄가 사문화(死文化)되어 가면서 이제는 간통죄로 고소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간통사건 접수건수는 2007년 3515건, 2008년 2553건, 2009년 2613건, 2010년 10월까지 1584건으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고 있다. 피고소인이 간통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간통죄 고소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이게 힘들다. 경찰관과 고소인이 함께 간통 현장에 가서 간통 장면을 목격하거나 정액 등 간통의 직·간접적인 증거물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도 고소인이 간통사실을 안 후 6개월 이내, 간통사실이 있었던 때부터 5년 이내에서 가능하고 이혼이 전제되어야 한다.
증거확보가 힘들어지니 괴로운 건 고소를 하려는 사람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간통 고소를 상담하러 오는 경우,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고서도 '고소장 접수하라'고 말하고 가버렸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내 관할이 아니다'라며 돌아갔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혼 소장' 등 수사 개시요건이 충족되더라도 내연 남녀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방에 마음대로 들어가면 '지나친 수사'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간통사건 조사에 있어선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들도 할 말이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박모 수사과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해도 묵고 있는 방번호를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모텔 주인이 알려주지 않아서 방을 찾지 못해 헛걸음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 진모 수사과장은 "간통죄를 처벌하지 않는 추세가 강해지고, 간통 증거를 잡는 게 워낙 힘들다 보니 고소인도 1년에 1~2명으로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몇년 전만 해도 분위기가 이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18년째 경찰생활을 하고 있는 부산의 박모 경위는 "10년 전만 해도 '간통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수사를 할 때도 지금보다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간통죄로 기소된 사람 수도 1998년 약 2000명에서 작년엔 568명으로 급감했다.
'간통 증거 잡아 달라', 흥신소에 부탁하고…온라인에서 상담하고
힘들어진 일반인이 찾게 되는 곳이 '심부름센터'다. 간통 사건 증거를 잡는 수임비용도 천차만별이다. 비싼 곳은 착수금 600만원, 성공할 경우 400만원을 추가로 받는 곳도 있다. 중·소업체는 100만~200만원을 받는다. 규모가 큰 한 심부름센터 관계자는 "한 달에 25~30건 정도 간통 증거를 잡아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4명이 한 팀을 꾸려 뒷조사를 시작하고 성공 확률은 70%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심부름센터는 "우리 임무는 간통 현장이 이뤄지는 장소를 정확히 파악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인데, 몇몇 업체에서는 고객 요청에 따라 위치추적기를 차에 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간통 증거를 잡는 방법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논의도 활발하다. 한 포털사이트의 간통정보공유 사이트 운영자는 "많을 때는 하루에도 10통씩 전화가 와서 성공적으로 간통 증거를 잡는 법을 묻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심부름센터 같은 사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법무법인 명성의 신재민 변호사는 "흥신소(심부름센터)를 통한 정보수집은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되거나 폐지되기 전까지는 국가에서 간통죄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비록 폐지론자들이 '(간통죄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고, 성적 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990년 이후 4차례나 위헌 심판대에 올라 모두 합헌 결정을 받은 엄연히 존재하는 법일뿐더러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아직도 간통죄 형사처벌에 찬성(작년 12월 기준)하고 있는 만큼 완전한 폐지가 쉬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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