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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 다른 사람 충고 잘 들어도 팔도엔 ‘노 생큐!’

惟石정순삼 2010. 10. 3. 08:30

라이더컵 유럽팀 전·현직 캡틴 닉 팔도와 콜린 몽고메리


바람기 때문에 부인에게 골프 클럽으로 자동차가 난타당한 최고 프로골퍼는 타이거 우즈가 처음이 아니다. 바람둥이 기질로 치면 20세기 말 영국의 가장 위대한 두 골퍼 닉 팔도(53)와 콜린 몽고메리(47)가 이 부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선수들이다.

팔도는 21세에 결혼한 여인과 5년 살다 매니저의 비서와 사랑에 빠져 헤어졌다. 비서와는 9년간 함께하면서 자식 셋을 뒀다. 그러나 마흔이 다 된 그가 스무 살짜리 프로 골퍼 지망생과 눈이 맞아 두 번째 결혼도 끝냈다. 이 골프 지망생과 3년간 결혼생활을 한 후 팔도는 또 다른 연인을 만났다. 전 프로 골퍼 지망생은 이혼하면서 팔도의 포르셰 959를 골프 클럽으로 부쉈다. 팔도는 2001년 화려하게 결혼했으나 2006년 이혼했다.

몽고메리도 만만치 않다. 2006년 약 120억원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했다. 자신의 로맨스가 몇 건 있었고 이를 참지 못한 부인이 자신의 친구인 영화배우 휴 그랜트와 데이트하고 있다는 타블로이드의 보도가 나온 이후 갈라섰다. 몽고메리는 이후 스페인의 수퍼 모델 이네스 사스트레, 아이를 학교에 태워주다 알게 된 이웃집 이혼녀 등과 낭만적인 관계를 가졌다. 몽고메리는 2008년 엄청난 재산가와 20억원이 든 혼례를 치렀으나 이웃집 이혼녀와의 관계를 끊지 못해 시끄럽다.


유럽은 파파라치 때문에 이런 스캔들이 속속 공개되지만 사생활로 인해 공적 활동 제약이 크지는 않은 편이다. 유럽 최고 골퍼인 두 선수의 위상도 내려가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유러피언 투어의 얼굴이다. 상금왕을 여덟 차례 차지했다. 팔도는 유럽투어에서 세 차례 상금왕을 하고 미국 투어도 정복했다. 그는 2년여 세계 랭킹 1위를 하면서 골프 종가 영국의 힘을 보여줬다. 현재 팔도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프 방송 해설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두 선수는 라이더컵에서도 맹활약했다. 기록으로 볼 때 팔도는 ‘미스터 라이더컵’으로 부를 만하다. 1977년부터 99년까지 11번 라이더컵에 참가해 최다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개별 매치 최다승 기록도 23승(4무19패)의 팔도다. 싱글 매치에서도 6승을 해 아널드 파머 등과 함께 최다승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몽고메리도 만만치 않다. 그는 라이더컵에서 20승7무9패를 거뒀다. 몽고메리가 활약한 시기는 유럽이 미국을 압도하던 때와 일치한다. 그가 나간 라이더컵에서 유럽은 다섯 번을 이겼는데 몽고메리는 주로 1번 타자로 나가 기선을 제압하면서 유럽의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포볼과 포섬 경기에서 팔도와 몽고메리는 좋은 파트너였다. 당시 몽고메리는 “팔도는 마치 공이 단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매우 신중하게 경기한다”고 존경을 표했다. 팔도는 몽고메리를 두고 “이기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며 드라이브샷을 이렇게 완벽하게 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칭찬했다.

팔도는 2008년, 몽고메리는 올해 라이더컵 유럽 캡틴을 맡았다. 라이더컵은 유럽에선 올림픽-월드컵-유럽축구 선수권 다음으로 큰 이벤트다. 라이더컵 캡틴의 책임은 축구 대표팀 감독에 버금간다. 팔도가 캡틴을 맡은 2008년 유럽은 11.5-16.5로 미국에 크게 졌다. 이전까지 유럽은 3연승을 거두며 미국을 압도했는데 팔도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유럽으로선 81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참혹한 패배이기도 했다.

라이더컵은 한·일전처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참패했기 때문에 희생양이 필요했다. 당시 유럽 언론은 당연히 팔도의 리더십을 걸고 넘어졌다. 팔도는 말실수를 몇 차례 하면서 빌미를 줬다. “파드레그 해링턴이 아일랜드의 감자보다 많은 스윙을 했다”고 말한 것이 첫 번째다. 많은 연습을 했다는 뜻인데 아일랜드 사람에게 감자 얘기를 하는 것은 강원도 사람에게 감자 얘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팔도는 또 팀 선수인 소렌 한센을 소렌 스텐손이라고 잘못 말했고 그레이엄 맥도웰의 국적이 북아일랜드인지 그냥 아일랜드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자신과 친한 이언 폴터를 넣으려고 유럽 팀의 맏형 노릇을 하던 대런 클라크를 빼 선수들이 잘 뭉치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라이더컵의 전사 리 웨스트우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를 많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은 것과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강한 선수들을 뒤쪽에 배치한 것도 지적됐다. 유럽은 싱글 매치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들이 초반에 대거 지는 바람에 뒤에 나온 선수들이 힘을 쓰기도 전에 경기는 기울었다. 선수 조 편성 메모가 사전에 유출되는 실수도 생겼다. 팔도는 기자회견을 열고 “샌드위치를 함께 먹을 리스트”라고 했지만 리스트 그대로 선수들이 나왔다.

몽고메리는 당시 “나 같으면 완전히 다르게 했을 것”이라고 팔도를 씹었다. 몽고메리는 팔도에게 불만이 많았다. 2008년 라이더컵 팀에 선발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팔도가 자신을 뽑지 않아서다. 몽고메리는 총 승점 포인트가 23.5점이다. 팔도보다 경기는 덜 했지만 그의 승률이 워낙 높아서다. 2008년 대회에 나갔다면 닉 팔도가 가지고 있는 최고 기록(25점)을 깰 수도 있었다. 그를 뽑지 않은 장본인이 공교롭게도 팔도였기 때문에 몽고메리는 더 기분이 나빴다.

둘 모두 자기중심적인 선수로 유명하다. 그것이 최고 선수가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예민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경기 중 갤러리나 동반자와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았다. 이런 선수끼리는 사이가 좋기가 어렵다. 라이더컵 선발 문제로 틀어지자 원수가 됐다.

팔도는 방송 중에도 몽고메리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일이 있다. 화면에 이언 폴터가 잡혔을 때다. 팔도는 “저 친구는 내가 라이더컵에서 뛰는 것을 보고 감명받아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자 캐스터가 장단을 맞추려 폴터가 어린 시절 또 다른 라이더컵의 영웅 몽고메리의 사인을 받은 일을 얘기했다. 팔도는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고 뒤늦게 눈치를 챈 캐스터는 팔도의 화를 진화하려 애를 써야 했다.

몽고메리는 이번 라이더컵을 앞두고 “조언을 해 주겠다”는 팔도의 제의를 무시했다. 몽고메리는 다른 전 캡틴들의 조언을 듣고 있지만 팔도만은 외면했다. 팔도도 가만 있지는 않는다. 2008년 자신이 당한 것처럼 몽고메리에게 화살을 날리고 있다. 몽고메리는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첫날부터 적극 활용하겠다는 점과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에두아르도 몰리나리 형제, 북아일랜드 선수인 그레이엄 맥도웰-로리 매킬로이 등을 한 조로 쓰겠다고 발표했는데 팔도는 “성급한 카드 보여주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럽 언론은 두 스타의 싸움에는 관심을 갖지만 팔도의 지적에 동의하지는 않는 상태다. 몽고메리가 ‘타이거 우즈 B급 선수론’ 등을 흘렸다가 부인하는 등의 행태는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몽고메리는 적어도 팔도처럼 선수의 이름과 국적을 헷갈리는 일은 없었다. 그는 이번 라이더컵에 모든 것을 걸었다.

팔도는 메이저대회에서 6승을 했다. 그것도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디 오픈 챔피언십과 마스터스에서만 3승씩을 챙겼다. 그래서 팔도는 ‘경’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반면 몽고메리는 메이저 우승이 없다. 실력도 됐고 우승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지만 다 날려버렸다. 2위만 다섯 번을 했다. 선수로서 두 선수의 차이는 크다. 몽고메리는 아직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라이더컵 캡틴으로서는 다른 문제다. 팔도는 실패했다. 몽고메리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고 나에게 동정을 하지 말라. 나는 골퍼로서 얻을 만큼 얻었다”고 말했다. 라이더컵 캡틴으로서 승리하면 그는 팔도에 대한 콤플렉스를 넘어 행복하게 살 것이다. 어쩌면 충분한 로맨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