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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이야기

'북한산 둘레길' - 쉬엄쉬엄 산 위를 노닐다

惟石정순삼 2010. 9. 15. 08:04

도심 속 올레길 '북한산 둘레길' 개통
1차로 총 길이 44㎞ 열어 "옆길 걸으면 여유 생겨"

정상으로만 향하던 등산객이 옆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동안 산에 가면 으레 정상으로 가는 길만 있는 줄 알았다. 위로 가는 길만 쳐다봤지 옆길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른바 '정상지향형'의 산행문화였다.

어느 날 옆길이 뚫렸다. 위로 향하던 발길을 옆으로 돌렸다. 처음엔 조금 어색한 듯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빨리빨리 위로 조급하게 걷던 발걸음이 천천히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걷는 걸음으로 변했다. 그때 깨달았다. '수평으로 걷는 길은 자기를 돌아보는 여유와 사색을 준다'는 사실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연 1000만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는 한국의 진산 북한산에 '옆길'이 개방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만든 첫 둘레길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산림청에서 사단법인 '숲길'에 의뢰해서 만든 길이라, 공단과는 상관없었다.

북한산 둘레길 은평구 하늘길 구간. 험한 산길이 많지만 나무데크와 다리로 길을 연결해 편안한 산책이 가능하다. / 염동우 월간산 기자 _(이미지를 누르면 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수유리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에서 개통식이 열렸다. '정상지향형'에서 '둘레지향형'으로, '빨리빨리'에서 '천천히'로 여유를 찾는 '느림의 미학'을 둘레길을 통해서 가져보자는 취지로 공단에서 1년여의 작업 끝에 선을 보였다. 북한산둘레길의 총 길이는 약 70㎞에 이르지만 이번에 개통된 코스는 도봉산 구간 26㎞를 뺀 순수한 북한산 구간 44㎞이다. 도봉산 구간은 내년에 개통할 예정이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는 해발 836.5m이지만 둘레길의 평균 고도는 불과 200m가 채 안 된다. 가장 높은 곳인 우이령 구간이 400m 정도이고, 형제봉 능선과 탕춘대 능선을 지나는 길도 고도 300m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도 100~400m를 오르내리면서 북한산 정상 백운대, 인수봉, 노적봉 등 32개 봉우리의 장엄한 모습과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5개에 이르는 능선과 10여개에 이르는 계곡도 일부는 지나가고, 일부는 옆에서 조망하는 재미도 만끽한다. 또한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을 이어주는 탕춘대성 암문을 지나친다. 바로 성곽의 구조를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의 아들 화의군 묘와 북한산성의 민속문화 등 많은 유적도 살펴볼 수 있다.

실제 걸어본 대부분의 사람은 "야, 북한산에도 이런 길이 있었나!"라고 감탄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박기연 팀장은 "새로 조성한 길은 하나도 없고 전부 기존에 사용하다 버려진 길을 찾아 둘레길로 연결시킨 것"이라며 "둘레길의 또 다른 목적은 1000만명이 이용하는 북한산을 좀 더 오래도록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산 둘레길은 많은 탐방객이 생전 처음 보는 듯한 아늑함을 느낄 만한 걷기 좋은 길이다. 등산문화와 걷기문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자연 훼손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이지구(소나무숲길)=소나무숲길 가는 교통편은 지하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120번이나 153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바로 북한산둘레길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또는 101번·120번·153번 버스를 타고
덕성여대 입구에서 내려 도로를 건너면 바로 솔밭공원이다.

◆수유지구(순례길·흰구름길)=이준열사묘역 입구는 수유역 1번 출구에서 강북01번 버스를 타고
통일교육원에서 내리면 되고, 북한산생태숲은 길음옆 3번 출구에서 1014번과 1114번 버스를 타면 된다.

◆정릉지구(솔샘길·사색의 길)=정릉주차장은 길음역 3번 출구에서 143번·110B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되고, 형제봉 입구는 153번·7211번 버스를 타고 롯데삼성아파트에서 내리면 찾을 수 있다.

◆구기지구(평창마을길·성너머길·하늘길)=탕춘대성 암문입구는 길음역 3번 출구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구기터널에서 하차하고, 북한산생태공원은 불광역 2번 출구에서 7022번·7211번 버스 독박골에서 내리면 된다. 진관생태다리는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진관외동까지 가는 7724번 버스의 종점이다.

◆산성지구(마실길·내시묘역길·효자마을길)=방패교육대는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704번과 34번 버스로 입곡삼거리에 내리면 된다. 효자동 공설묘지는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효자동마을금고에서, 사기막골 입구는 사기막골에서 하차하면 된다.

 

여학생들이 북한산 둘레길 우이동 솔밭공원길에서 책 을 읽으며 쉬고 있다 월간산 제공

계곡길·황토길·숲길 곳곳에 문화 유적
성너머길은 성문 통과…청계천과도 곧 연결 우이령길은 사전예약해야

북한산 둘레길은 산길, 계곡길, 들길, 숲길, 흙길이 어우러져 있다. 숲길도 소나무·참나무·은행나무 숲 등으로, 흙길도 마사토·황토 등으로 다양해 걷는 재미도 만만찮다. 대추나무가 가로수로 늘어선 길도 있고, 사철마다 변하는 야생화 군락들도 탐방객들을 유혹한다. 걷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솔밭공원·우이동계곡·화의군 묘, 그리고 무장간첩 김신조가 침투했던 우이령길 등 역사·문화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북한산 둘레길을 우이·수유·정릉·구기·산성·송추 등 6개 지구와, 소나무숲길·순례길·흰구름길 등 12개 구간으로 나눴다. 6개 지구 12개 구간에 포함되지 않은 우이령길 6.8㎞는 현재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탐방하려면 필히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신분증을 지참해야 입장이 허용된다.

◆우이지구=둘레길 중에 유일하게 계곡을 따라 걷는 운치를 맛볼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서울의 명소 중의 하나인 솔밭공원이 나온다. 각종 기묘한 모양을 한 소나무들이 피톤치드를 내뿜는 상쾌한 길이다. 독립유공자 손병희 선생의 묘소도 가는 길에 있다.

◆수유지구=순례길과 흰구름길로 나뉜다. 순례길은 애국선열들의 묘역과 4·19국립묘지를 지나친다. 흰구름길은 북한산 둘레길 중 유일하게 12m 높이의 구름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북한산 정상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북한산과 도봉산, 맞은편의 수락산과 불암산,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해 무수리들이 빨래터와 휴식처로 이용했던 빨래골 계곡도 만날 수 있다.

◆정릉지구=예로부터 소나무가 무성하고 맑은 샘이 있어 솔샘(松泉)이라 불렸던 솔샘길이 있다. 강북구를 거쳐 성북구를 지날 즈음엔 무궁화가 가로수로 조성돼 있고, 바로 옆엔 야생화 군락지도 눈에 띈다. 끝 지점의 북한산생태숲엔 운동기구와 각종 편의시설이 조성돼 있다. 형제봉으로 올라가는 사거리는 최근 개방된 북악하늘길로 가는 길과 형제봉 정상, 그리고 둘레길로 가는 길로 나눠진다. 북악하늘길은 청계천과 연결될 예정이다.

북한산 둘레길 산책에 나선 한 등산객이 불광동 스카이워크를 걷고 있다. 월간산 제공 / 한 부자(父子)가 은평구 불광동 스카이워크에서 산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다. 염동우 월간산 기자

구기지구=평창마을길은 평창동 마을과 사자능선이 어우러진 길이다. 마을길을 걸으면 북악산 팔각정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있다. 성너머길은 둘레길 중에 유일하게 성문을 통과한다. 하늘길 구간은 숲 위로 나무데크를 설치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거의 끝 지점에 다다르면 세종대왕의 아홉 번째 아들인 화의군 묘가 자리 잡고 있다. 탕춘대성 암문입구는 길음역 3번 출구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구기터널에서 하차하고, 북한산생태공원은 불광역 2번 출구에서 7022번·7211번 버스를 탄 후 독박골에서 내리면 된다. 진관생태다리는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진관외동까지 가는 7724번 버스의 종점이다.

산성지구=동네 마실 나온 기분으로 가볍게 걷는 길인 마실길은 은평뉴타운과 인접해 있다. 국내 최대의 내시 묘역이 있는 내시묘역길, 조선시대 북한산성 축성 당시 동원되었던 연인을 기다리지 못하고 연못에 빠져 죽은 기생의 흔적인 '여기소' 터도 볼 수 있다. 산성지구의 마지막 구간인 효자마을길에는 전설 속 효자 박태성의 전설이 서려 있다. 방패교육대는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704번과 34번 버스로 입곡삼거리에 내리고, 효자동 공설묘지는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같은 버스 효자동마을금고에서, 사기막골 입구는 사기막골에서 하차하면 된다.

송추지구=충의길은 아스팔트 옆 군부대 담벼락을 끼고 인도를 따라 가는 길이라 다소 지겹지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길이다. 공단에서는 이 길을 자전거길과 병행해서 조성할 예정이다.

 

  '북한산 둘레길'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