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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비거리에 우즈도 궁금, 최경주에게 무슨 일이…

惟石정순삼 2010. 4. 15. 09:47

"힘은 빼고, 몸 회전력을 최대로"… '버라이즌' 출전 선수들 저녁식사 때 단연 화제
요통 다 나아… "절대 한꺼번에 바꾸지 마세요"

"KJ(경주), 거리가 많이 는 것 같아.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거야?" 지난 마스터스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최경주의 티 샷이나 아이언 샷이 자신보다 멀리 나갈 때면 "요즘 스윙을 바꿨느냐" "클럽과 공은 무엇을 쓰느냐"고 묻는 등 궁금해했다고 최경주 선수는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한국시각) 끝난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드물게 나흘간 동반 라운딩을 해 화제가 됐다.

14일 전화통화에서 최경주(42)는 "우즈 같은 세계적 선수도 상대 선수의 비거리가 많이 늘면 주말골퍼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힐튼 헤드 아일랜드의 부두에 정박한 150만달러짜리 요트에서 저녁식사를 했다고 했다. 미 PGA 골퍼 로버트 앨런비(호주) 소유의 요트였다.

최경주가 마스터스에서 선전하며 다시 PGA 투어 정상급 선수로 돌아왔다. 최경주는“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의 비거리가 크게 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 AFP연합뉴스

15일 개막하는 미 PGA투어 버라이즌 헤리티지에 출전하는 선수와 캐디, 대회 관계자가 모인 이 자리에서도 '마스터스의 KJ'는 중심 화제였다고 한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으로 2라운드 만에 짐을 쌌던 최경주가 올해는 우승 경쟁을 벌이다 우즈와 나란히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그에게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골프 인생 최악의 슬럼프에서 다시 PGA 정상급 선수로 돌아온 비결을 최경주 선수에게 들어봤다.

"거리가 두 클럽가량 늘었다"

최경주가 2년간의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은 지난 1월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 때였다고 한다. "티 샷부터 공이 시원하게 쭉쭉 뻗어나가는 거예요. 거리가 늘어 두 번째 샷에서 아이언을 두 클럽 정도 짧게 잡게 됐으니 골프가 얼마나 쉬워졌겠습니까. 계속 버디 찬스가 나오고, 자신감이 생기니 샷은 더 정확하게 멀리 나가는 거죠."

이 대회 같은 조에서 플레이했던 루크 도날드(
영국)와 비제이 싱(피지)이 자신보다 먼저 두 번째 샷을 하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며 최경주는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이들보다 티 샷 거리가 15야드 정도 짧아 먼저 아이언을 빼들었던 최경주이다. 최경주는 "슬럼프 때보다 드라이버 샷은 20~30야드 늘었고, 아이언 샷은 10~15야드 정도 멀리 간다"고 말했다.

갑자기 거리가 늘어난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최경주는 "무엇보다 허리 통증이 사라진 게 최고 비결"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는 풀 스윙을 하면 허리 근육이 끊어질 듯 아파서 팔로 스루를 제대로 못 하고, 팔을 엉거주춤 들어 올리는 엉성한 피니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였다.

그는 메이저 우승 꿈을 이루겠다며 2007년 겨울부터 스윙의 변화를 시도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자주 우승하는 선수들처럼 '구질(球質)'부터 다른 샷을 시도했고, 동시에 10㎏을 빼는 무리한 체중감량을 겸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허리 근육에 심한 손상을 입으며 장기 슬럼프에 빠지고 만 것이다. "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리던 고질적인 단점을 없애고 팔로 스루를 제대로 하는 쪽으로 스윙을 바꾸고 있었는데, 허리가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최경주의 얘기이다.

"무리한 스윙 변화는 금물"

꾸준한 치료와 운동으로 올해 초에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체중은 감량 때보다 5㎏ 늘어난 88㎏을 유지하고 있다. "통증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안 되던 스윙이 제대로 되기 시작하더군요." 선수로서 치명적인 경험을 한 최경주는 "젊은 선수들에게 '너무 잘 치려고 이것저것 한꺼번에 바꾸지 마라.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에서 최경주는 부드럽고 기본에 충실한 스윙을 했다.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고 몸의 회전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치는 스윙이었다. 이것이 마스터스에서 그가 우승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고 최경주는 말했다.

최경주는 "조만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2008년 1월 소니오픈 우승 이후 끊겼던 PGA투어 우승도 다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스터스에서 '골프 황제'와 4라운드를 동행(同行)한 경험도 자신감을 키워줬다. "우즈의 복귀전 같은 소란 속에서도 내 플레이를 했다는 게 큰 경험이 됐다"고 했다.

한편 최경주에게 다음 달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출전하겠다고 말했던 우즈는 14일 6월에 열리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도 출전 신청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