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러프에 빠져도 지금까진 잘들 빠져나왔지만…
홈면적 줄이고 둥글게 해 공 회전 50%까지 줄도록 세계골프 규칙 바뀌어…
러프에서 온 그린 어려워 정확성이 승패 최대변수로
2010년 골프 시즌이 8일 새벽(한국 시각) 하와이 마우이섬 카팔루아 골프장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SBS챔피언십을 시작으로 그 막을 올렸다. 골프 전문가들은 2010년이 골프의 흐름이 바뀌는 '혁명의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륜 스캔들에 발목을 잡힌 타이거 우즈의 추락으로 인한 남자 골프계의 군웅할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올해 시작될 혁명의 중심엔 이름도 생소한 '그루브(groove·홈)'가 있다. 그루브는 클럽 페이스에 가로로 일정한 간격으로 파여 있는 홈을 말한다. 공에 백스핀 등 회전이 잘 걸리는 것은 바로 이 그루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올해부터 그루브의 모양과 크기를 '최대한 밋밋하고 작고 둥글게' 만들도록 규제했다. 다시 말해 골프공에 회전이 덜 걸리도록 하는 조치이다.
- ▲ 지난해까지 골프는 페어웨이를 약간 벗어나더라도 멀리 치는 장타 능력이 더 중요했다. 러프에서도 강한 스핀으로 그린에 공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훨씬‘밋밋해지는’그루브 규칙은 러프를 골퍼의 무덤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사진은 2008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파드리그 해링턴이 러프에서 샷을 하고 있는 모습. /AFP
허용되는 그루브의 최대 폭(0.9㎜)과 깊이(0.508㎜)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 면적을 40%가량 줄어들도록 제한해 더는 '예리한' 그루브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적용 대상은 로프트 25도 이상의 클럽으로, 5번 아이언부터 웨지까지다.
미 PGA투어와 LPGA투어뿐 아니라, 한국 프로투어에서도 새로운 그루브 규정을 어기다 적발되면 실격당한다.
USGA의 홍보책임자인 랜드 제리스 박사는 그루브 규칙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골프가 더 이상 장타자들이 드라이버 샷을 멀리 쳐놓고 웨지로 손쉽게 버디에 도전하는, 단순한 게임이 돼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루브의 비밀
그루브의 기능은 비 올 때 쓰는 레인 타이어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넓고 깊은 홈이 파여 있는 레인 타이어는 빗물을 쉽게 흘려보내 타이어와 아스팔트의 접촉력을 높인다. 올해부터 사용할 수 없게 된 스퀘어(ㄷ자)형 그루브는 클럽 페이스와 공 사이에 끼는 풀과 이물질을 최대한 많이 흘려보내 공과 클럽의 마찰력을 높여 주는 비슷한 기능을 했다. 드라이버로 일단 멀리만 쳐 놓으면 공이 러프에 빠지더라도 그루브의 힘으로 공에 강한 회전을 걸어 그린에 세울 수 있었다.
그루브가 골프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이전까지 V자형 그루브만 허용하던 USGA와 R&A는 골프 클럽을 두드려서 만드는 단조 가공법 외에 기계를 사용한 정밀주조법이 확산되면서 U자형 그루브가 일반화되자, 대회에서 U자형을 허용했다. 이후 직각으로 파인 스퀘어(ㄷ자)형 그루브까지 나오면서 강력한 스핀이 걸린 공이 그린 위에서 '마술'을 부리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층 밋밋해진 새 그루브가 장착된 아이언이나 웨지로는 러프에서 스핀을 걸거나 거리를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골프용품업체 타이틀리스트에 따르면 스윙 방법과 파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대 50%까지 스핀양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파워게임은 이제 그만"
지난해 몇개 대회에서 새 그루브가 적용된 클럽을 쳐본 양용은은 "러프에 떨어진 공을 웨지나 아이언으로 쳐서 그린에 세우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앞으로 거리보다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정확성이 뛰어난 선수가 유리해질 것이란 얘기였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새 그루브가 가져올 7가지 변화'를 예고했다.
①드라이버 샷 거리가 많이 줄어든다. ②페어웨이 적중률이 높아진다. ③그린 적중률이 떨어진다. ④스코어는 나빠지고, 버디는 줄어든다. ⑤파5홀에서 투온 시도가 줄고 레이업이 늘어난다. ⑥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이 더욱 다양해진다. ⑦공이 클럽에서 약간 미끄러지기 때문에 60도 이상 웨지 사용률이 줄어든다.
USGA는 또 다른 변화도 예상하고 있었다. 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 거리에 맞춰 매년 대회장 코스 길이를 늘려야 했던 '낭비'도 없애고, 클럽 제작도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새 그루브에 대한 프로 선수들의 적응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즈는 지난해 "부드러운 공을 사용하거나, 공의 탄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핀양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어찌 됐든 그루브는 우즈가 빠진 올해 골프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샷이 비교적 정확한 한국선수들에게는 일단 유리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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