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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 그루브, 논쟁의 역사

惟石정순삼 2010. 1. 3. 19:32

더 멀리, 더 정확한 샷을 날리려는 골퍼들의 욕망은 골프가 시작된 이후 항상 존재했고 이에 부응한 골프용품업체들은 새로운 기술로 신제품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공평한 게임을 유도하려는 골프단체는 골프용품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에 규제를 가했고 이는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골프의 역사 속에 새해부터 적용되는 골프채의 그루브 규정은 1984년부터 10여년 동안 계속됐던 'U-그루브' 논란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루브는 클럽헤드에 평행하게 새겨져 있는 홈을 뜻하는데 이것은 골프공과 클럽헤드의 마찰을 증가시켜 골프공이 그린 위에 떨어졌을 때 굴러가지 않고 제자리에 서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오랫 동안 그루브의 모양을 V자형이어야 한다는 규칙을 고수했지만 골프채 제조 방법의 대세가 정밀주조법으로 바뀌자 1984년 U자형 그루브를 허용했다.

골프채 생산 방식이 정밀주조법으로 바뀌기 이전의 단조가공법에서는 만들기 어려웠던 U자형 그루브를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U자형 그루브는 모서리가 여전히 날카로워 골프공 표면에 흠집이 생기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 골프용품업체 핑은 그루브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변형된 U자형 그루브를 가진 아이언을 출시했다.

이 신제품은 임팩트시 골프공과 그루브가 직접 접촉하면서 더 강한 스핀을 걸 수 있도록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USGA는 이 그루브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결국 핑은 1989년 USGA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1993년에 가서야 핑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다른 골프용품업체들은 U자형 그루브에서 한단계 더 나간 스퀘어(ㄷ자형) 그루브까지 출시하게 됐다.

그루브의 너비가 넓어지면서 선수들은 깊은 러프나 물기가 있는 잔디에서도 골프공에 쉽게 스핀을 먹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골프장비의 발달로 선수들의 실력을 가릴 수 있는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R&A와 USGA는 2010년 1월1일부터 모든 프로대회에 적용되는 그루브 제한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로프트 25도 이상의 아이언이나 웨지에서 기존 스퀘어 그루브는 사용할 수 없으며 U자형 그루브도 단면적에 제한규정을 두었다.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38)은 "지난 해 후반기 대회 때 몇차례 새로운 규정에 맞는 그루브로 경기를 했는데 러프에 떨어진 공을 웨지나 아이언으로 쳐서 그린 위에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상금왕 신지애(22.미래에셋)는 "비거리보다는 페어웨이를 지키고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승부를 내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클럽페이스에 미세하게 팬 그루브가 2010년 골프계에서 어떤 판도 변화를 불러 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