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골프 '여왕' 오른 서희경 인터뷰
상금·다승·대상 휩쓸어
"지독한 연습만이 지름길… 세계무대는 좀더 준비…"
16개월 동안 11승.
2008년 8월 이후 국내 여자골프는 서희경(23)이 빠지면 얘기가 되지 않는다. 서희경은 지난주 ADT캡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2009시즌을 화려하게 마감했다. 상금왕(6억6376만원), 다승(5승), 최저타수상(70.51타), KLPGA 대상 등 주요 상을 독식한 서희경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27일 성남시 분당에서 연습을 마친 서희경의 골프백을 들여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중고숍에서도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닳은 두 개의 웨지(52도·58도)가 있었다. '얼마나 연습을 해야 저렇게 긁히고 녹이 스는 것일까'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서희경이 한 마디 덧붙였다. "그거 3개월밖에 안 쓴 클럽인데요." 사용한 지 1년이 안 됐다는 8번 아이언도 지면과 닿는 부분이 닳아 번호가 희미하게 보였다.
서희경이 '지독한 연습'에 눈 뜬 것은 후배 신지애(21) 덕분이었다. 작년 여름 서희경은 신지애와 함께 훈련했다. '국내 지존'으로 군림하는 신지애는 연습량과 방법 모두 남달랐다. 승부를 결정짓는 어프로치 샷과 퍼팅 연습을 지독할 정도로 반복했다. "주변에서는 '네가 뭐가 모자라서 우승을 못하느냐'고 했는데 다른 게 아니라 연습이 부족했던 것이죠." 프로 데뷔 후 우승 경험이 없던 서희경은 작년 8월 하이원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서희경은 올 시즌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12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 샷이라고 했다. 서희경은 "여러 대회를 치르고, 우승을 거듭하면서 (어프로치 샷이) 더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2일 ADT캡스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9번 홀에서 52도 웨지로 친 95야드 이글 샷을 '2009년 서희경의 베스트 샷'으로 꼽았다.
그러나 서희경은 더 보강해야 할 기술 역시 어프로치 샷이라고 했다. US여자오픈 등 올해 5차례 해외 대회를 경험한 서희경은 "큰 무대에 나가 보니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가 어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서희경이 "LPGA 진출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 다양한 구질을 익혀야 하고, 퍼트 실력도 모자라다"고 했다. 국내 일인자로서 너무 겸손한 게 아닐까. "저는 여행을 갈 때도 이동 스케줄이나 맛집 등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사전에 완벽하게 계획을 짜요. 닥쳐서 우왕좌왕하는 게 싫거든요. 골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생글생글 웃는 얼굴 뒤에는 집념과 치밀함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서희경은 "제가 좀 독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운동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은 거의 안 해요. 제 입으로 말하려니 쑥스럽지만 절제력이 강한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연습장을 들락거리는 주말 골퍼들이 서희경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예전엔 대회에 나가면 그냥 지나다니는 선수 중 하나였는데, 이젠 많이들 알아보시고 응원을 해주세요." 서희경이 다시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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