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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이 넘긴 '세월의 벽'… 왜들 난리일까

惟石정순삼 2009. 7. 21. 20:04

골프연령 35세가 이상적 나이들수록 비거리 줄어 "왓슨의 성과, 대단한 사건"

20일(한국시각) 제138회 브리티시오픈 최종 4라운드 18번홀. 우승으로 가는 2.4m짜리 파 퍼트가 홀컵을 살짝 외면하자 경기 내내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던 60세 골퍼의 얼굴엔 피곤함이 내려앉았다. 연장 3번째 홀에서 드라이버 샷이 깊은 러프에 빠져 어려운 상황에서 두 번째 샷을 할 때 "그때는 다리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고 왓슨은 고백했다.

스물네살이나 아래인 스튜어트 싱크(36·
미국)와의 연장전에서 결국 패해 준우승에 그친 왓슨은 "아쉽지만, 여전히 내가 내 아이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즐거웠다"며 4일간의 드라마를 끝냈다. 72홀 동안 내내 리더보드 상단을 지킨 노(老) 골퍼의 투혼. 골프에서 나이는 과연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톰 왓슨과 연장 대결을 벌였던 2009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는 “경기 중 왓슨은 60세인지, 30세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왓슨이 4라운드 7번 홀에서 그린을 향해 호쾌한 샷을 날리고 있다./AP뉴시스

골프의 전성기는 35세

통계로 볼 때 골프는 '35세의 스포츠'다. 2003년부터 5년간 PGA(미국 프로골프) 대회 우승자의 연령을 분석한 미국 센트럴 아칸소 대학의 논문을 보면, PGA 239개 대회 챔피언의 평균 나이는 35.05세로 나타났다. 30대 골퍼의 우승횟수가 131회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61회, 20대가 45회, 50대는 2회에 그쳤다. 역대 가장 많은 나이로 우승한 선수는 1965년 그레이터그린스보로 오픈 정상에 오른 샘 스니드(당시 52세10개월)다.

왜 35세가 골프에 가장 적합한 나이일까.
한양대 기능학 연구실 김석희 박사는 "인간의 근력은 20대 후반이 넘어가면서 40대 후반까지 매년 0.5%가량 감소하는데, 이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계적인 훈련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근력에서 큰 손해를 보지 않는 한, '멘털 게임'인 골프는 오히려 경험이 풍부한 30~40대 선수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골프 채널'의 해설자 프랭크 내빌로는 "체력과 경험이 조화를 이루는 35세나 36세가 골프에 이상적인 나이"라고 말했다. 왓슨을 제치고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든 싱크의 나이도 36세였다.

나이를 뛰어넘는 비결은 체력

하지만 왓슨의 나이는 60세. 브리티시오픈에서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은 성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한골프의학회 서경묵 회장(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은 "남성의 경우 50세 이상이 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들며 근력이 10년 주기로 10%가량 급격하게 감소한다"며 "60세인 왓슨의 성과는 스포츠의학 책을 다시 펴봐야 할 것 같은 대단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장 골퍼들의 가장 큰 고민은 비거리의 감소다. 33년째 KPGA에서 활약하는 최상호(54) KPGA 부회장은 "50세가 넘어가면서 매년 5~7야드 정도 비거리가 준다. 최근엔 260~270야드밖에 나가질 않아 젊은 골퍼들에게 접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노안(老眼) 때문에 퍼팅 라인을 읽는 데 애를 먹는 것도 최근에 생긴 어려움 중 하나"라고 했다.

샷을 원하는 방향으로 날리기 위한 균형 감각에도 50대 이후엔 문제가 생긴다. 하체 근력이 떨어지고 몸의 균형을 잡는 귓속 반고리관에도 노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심폐지구력의 저하도 72홀을 소화해야 하는 노장 골퍼들에겐 피할 수 없는 장벽이 된다.

하지만 왓슨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이런 자연스러운 장애들에 꾸준히 대비할 경우, 60대 챔피언도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님을 보여줬다. 과학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골프 장비의 발달이 골퍼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로 50세인 프로골퍼 박남신은 "노장 골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72홀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끌고 나갈 수 있는 체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