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왓슨, 브리티시오픈 준우승 골프란 '머리로 하는 것' 일깨워
"내 장례식 아니잖아요" 관중 위로
20일(한국시각) 제138회 브리티시오픈이 인간드라마로 가득한 골프 역사의 또 한 장을 새로 썼다.최종 4라운드가 열린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 링크스 에일사 코스 18번 홀 그린. 아들뻘 선수들을 하나씩 제치며 놀라운 샷을 보여주던 60세 골퍼 톰 왓슨(미국)이 프로 골프사상 최고령 우승자가 되는 데 불과 2.4m가 남아 있었다. 파(par)만 지켜도 우승이었다. 앞서 71개 홀에서 벙커와 러프를 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골프란 힘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던 그가 어이없는 실수로 1타를 잃고 말았다. 20m짜리 퍼팅도 거짓말처럼 쑥쑥 집어넣은 왓슨이지만, 긴장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아쉬운 탄성이 관중석에서 터졌다.
- ▲ ‘노장 투혼’을 보여준 톰 왓슨(오른쪽)은 연장 승부에 서 패하자, 모자를 벗은 뒤 아들뻘인 새 챔피언 스튜어 트 싱크에게 정중하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AP뉴시스
4라운드 17번 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왓슨은 스튜어트 싱크(36·미국)와 2언더파 278타로 동타를 기록한 뒤, 4개 홀 연장전에 들어갔다. 결과는 싱크에 6타 뒤진 준우승이었다. 브리티시 오픈 5차례 우승 기록을 포함, PGA투어 39승을 기록 중이던 왓슨은 이날 정상에 올랐다면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미 PGA와 유러피언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왓슨은 이날의 진정한 승자였다.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한 뒤,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은 그는 모자를 벗고 젊은 챔피언에게 "정말 해야할 일을 했다"고 진심 어린 축하인사를 건넸다. 또 자신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던 관중과 기자들까지 침통해하자, "이것이 (나의) 장례식은 아니잖아요?"라는 농담으로 오히려 위로했다.
반면 새로운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싱크는 PGA 통산 6번째이자 메이저 첫 승을 올리고도 왓슨의 대기록을 방해한 '악당'이 되어버렸다. 싱크는 "나는 주말마다 텔레비전에서 왓슨의 경기를 보며 자랐다. 그리고 언젠가 그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이렇게 그와 경기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왓슨은 모든 선수를 꺾었지만 나를 이기지 못했다"고 우승을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