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의 역사를 지닌 유대민족은 서기 70년 로마제국에 의해 왕국이 멸망한 뒤 전 세계를 떠돌며 사연 많은 오랜 유랑생활을 겪어야만 했다.
1948년 마침내 아시아 서부 지중해 연안 면적 2만여 ㎢의 땅에 이스라엘이라는 국호로 독립했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690만 명이며, 현재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과 합하면 대략 1500여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 많지 않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사실은 역대 노벨수상자의 30%와 미국 내 최고부자 40명 중 절반이 유대인이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무수한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또한 유대인이라는 사실이다. 또 독립 이후엔 중동 주변국들의 국가 존립 위협으로부터 굳건히 나라를 지켜냄은 물론이거니와 현재 세계에서 경제·과학·군사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강대국 중 하나가 돼 있다.
그 우수성과 저력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그 비결과 힘의 원천은 아마도 천 년을 이어온 지혜의 샘, 탈무드와 그에 따른 그들만의 교육과 지속적으로 함양해 온 민족정신 등일 것이다.
첫째, 세계 곳곳에서 부(富)와 성공을 일궈낸 유대인의 성공 비결은 그 교육법에 있다. 그들은 탈무드의 가르침인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의 반복을 통해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천한다. 유대인 두뇌계발의 비밀은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 개발에 있다. 창의력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미술이라고 한다. 유대인의 유아 수업은 정해진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 주고 감상이나 기억에 남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등 창의력 개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둘째, 유대인들은 후손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그 뿌리를 알게 하기 위해 많은 정성과 시간을 투자한다. 특히 이는 흥미롭게도 주로 자식의 교육을 도맡아 온 어머니들의 힘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그들의 사회에선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유대인이지만, 유대인 아버지와 그렇지 않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유대인이 아니라는 특이한 규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셋째, 유대민족의 가장 큰 힘은 민족정신, 특히 지속적인 민족정신 교육에서 나온다. 이스라엘군의 임관선서는 마사다(이스라엘의 요새. 서기 73년 유대인들이 로마군에 마지막으로 항전한 곳)에서 하며, 잊어서는 안 될 전쟁인 마사다 항전을 지속적으로 되새김으로써 애국심 고취는 물론 그들 스스로를 강하게 육성해 가는 것이다.
사실 우리민족과 유대민족은 참으로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과거 고난의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그를 이겨낸 국민들의 정신력, 현재의 부와 성공을 일궈낸 민족의 우수성과 저력 등이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살펴 보면 우리 역시 그들에게 배울 것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교육에 관련된 많은 부분들, 창의력과 상상력 개발, 토론문화의 정착과 잘 살기 위한 가치관 정립으로 더욱 더 뻗어가는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또 과거 치욕과 굴욕의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며 그것을 현재와 미래의 발전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저력을 우리는 반드시 본받아야 할 것이다. 불과 백여 년 전 참담했던 국치의 역사조차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몇천 년 전 과거의 치욕을 되새기며 오늘을 다지는 유대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선영제 (예) 육군중장·배재대 초빙교수 sun45825@hanmail.net> |